[중견기업 해부] 은하철도999·캔디 들여온 대원미디어, 자체 캐릭터로 해외 진출
자체 제작 애니, MGA와 손잡고 美 노크
‘뚱랑이’ 무직타이거, 日서 캐릭터 사업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국내 배급사인 대원미디어가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끌어 온 대원미디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유통을 넘어 자체 지식재산권(IP)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대원미디어는 ‘은하철도999′를 시작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수입해 온 51년 차 중견기업이다.
대원미디어는 정욱(77) 회장이 1973년 ‘원프로덕션’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해 ‘은하철도999′, ‘캔디 캔디’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국내에 들여왔다. 1999년 ‘포켓몬스터’의 한국 라이선싱 사업을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을 수입해 배급했다. ‘도라에몽’, ‘짱구’, ‘원피스’ 등도 대원미디어가 들여왔다.
1982년 극장 애니메이션 ‘독고탁’ 시리즈를 시작으로 대원미디어는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나섰다. 1987년에 서울올림픽 홍보용 TV 시리즈 ‘달려라 호돌이’와 국내 최초의 TV 창작 애니메이션 ‘떠돌이 까치’를 제작했고 이후 ‘달려라 하니’, ‘영심이’, ‘영구와 땡칠이’ 등을 제작해 배급했다. 1990년대 만화 잡지 ‘소년 챔프’를 내놓은 것도 대원미디어다. 최근 IP로는 ‘아머드 사우루스’, ‘무직타이거’ 등이 있다.
대원미디어 지분은 정욱 회장이 23.91%로 가장 많다. 이어 정 회장의 아내인 안정교씨가 6.04%를 보유하고 있다. 2세 정동훈(46) 사장은 5.61%를 보유해,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36.86%다. 정 사장은 2007년 대원미디어에 입사해 2017년 대표 자리에 올랐다. 정 사장은 그간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을 차근차근 늘려오고 있다. 정욱 회장은 아직 아들과 함께 각자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대원미디어는 국내에 7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배급뿐만 아니라 ▲캐릭터 사업 ▲닌텐도,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등 게임 유통 사업 ▲전시 이벤트 사업 ▲완구 유통 사업 ▲웹툰·웹소설 제작·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 주요 자회사로는 대원방송(방송 채널), 대원씨아이(출판), 스토리작(웹툰·웹소설 유통) 등이 있다.
매출은 지난해 303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유통 매출이 70%가량으로 압도적이다. 대원미디어는 일본 게임기 닌텐도의 국내 유통을 맡고 있어 관련 매출이 크다. 이 밖에 완구와 캐릭터 상품, TCG도 유통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유통 다음으로 웹툰·웹소설·단행본 출판(15.9%), 애니메이션 채널 운영(10.5%), 콘텐츠 제작(7.6%) 순이다.
대원미디어는 일본 만화·완구 수입·유통에 의존했던 기존 사업모델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속해서 자체 IP를 개발하고 있다. ‘스토리작’이라는 웹툰 스튜디오를 통해 웹툰과 웹소설을 제작해 국내외 플랫폼에 공급하고 있다. 공룡과 로봇이 결합된 애니메이션 ‘아머드 사우루스’를 2019년 개발해 2021년 국내 방영을 시작했고, ‘뚱랑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무직타이거’를 개발한 스튜디오 무직에 지난해 지분을 투자해 공동 원작자 지위를 획득했다.
대원미디어는 아머드 사우루스와 무직타이거 IP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아머드 사우루스는 올해 4월부터 일본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미국 최대 완구 회사인 MGA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아머드 사우루스 리메이크작을 제작하고 있다. 내년 안에 제작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대원미디어는 리메이크작을 아시아 지역에 배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무직타이거는 야구단 ‘한신 타이거스’와 협업해 일본에 진출했다. 무직타이거는 올해 6월 티셔츠, 모자, 배지 등 한신 타이거스 굿즈(기획상품) 25종으로 제작됐다. 한신 타이거스는 오사카를 연고로 하는 일본의 인기 야구단이다. 인기에 힘입어 무직타이거는 일본에서 31개사와 라이선싱 계약을 맺었다. 일본 3대 잡화점인 로프트(LOFT) 전국 매장에서 지난 한 달간 라이선싱 제품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증권가는 올해 대원미디어 실적이 작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대원미디어가 올해 3100억원의 매출과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에 영화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 국내에서 흥행했는데, 대원미디어가 두 작품의 원작 소설 국내 출판을 맡고 있어 관련 실적이 반영될 전망이다.
다만 닌텐도 관련 매출 비중이 큰데, 2017년 이후 하드웨어 신제품이 나오지 않아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국내 배급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만큼 흥행에 따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게임 유통 등 다른 부문에서도 고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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