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수미와 듀엣’ AI 보컬 만든 오드아이… 최순범 대표 “멜로디·장르·언어 학습시켜 어떤 목소리도 구현 가능”
”오드아이 AI, 스스로 음악 해석하고 목소리 창작”
조수미·박새별 등과 협업 프로젝트 성공
가난한 아티스트도 인공지능(AI)을 통해 원하는 목소리와 톤을 가진 파트너와 듀엣을 하고,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순범 오드아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역 인근 사무실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오디오 생성 AI를 통해 독창적이고 개성이 강한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1993년생인 최 대표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카이스트 동료 4명과 함께 올해 5월 오드아이를 창업했다. 오드아이라는 사명은 오디오와 AI의 합성어다.
오드아이는 다양한 스타일의 목소리와 톤을 구현할 수 있는 오디오 생성 AI ‘젠(Gen) AI’를 개발했다. 기존 가수의 오리지널 보컬을 원하는 톤과 방향으로 변환할 수도 있다. 최 대표는 대학원 시절부터 창업을 준비, 젠 AI 구현을 위한 자체 LLM(초거대언어모델)인 ‘오드아이 LLM’을 약 4년에 걸쳐 개발했다.
“다양한 음악 장르와 언어, 발음, 멜로디, 스타일을 AI가 학습해 어떤 목소리 구현도 가능합니다. 자신의 노래를 원하는 다른 창법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아예 없었던 새로운 목소리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곡가나 가수들이 더이상 보컬 가이드를 고용하지 않고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 대표가 오디오 생성 AI 기술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음악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는 “기타와 베이스 연주를 좋아해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했었다”면서 “기술적 지식을 살리면서 가난한 아티스트를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지만 일반 기업에 취업해서는 원하는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창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오드아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는 하이브 자회사인 수퍼톤이 있다. 최 대표는 경쟁사 서비스와 비교해 “오드아이 AI는 맞춤형 설정이 자유롭고 단순히 기존 가수를 모창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음악을 해석하고 목소리를 창작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오드아이는 창업 과정에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의 첫 프로젝트였던 지난 6월 성악가 조수미씨와 AI 보컬의 듀엣 공연도 성공리에 마쳤다. 이 공연의 컨셉트는 ‘2명의 조수미’가 함께 하는 것으로 젠 AI가 조수미의 성악 데이터를 학습해 듀엣에 어울리는 최적의 목소리를 구현했다. 조수미는 이 무대에서 AI 아바타와 ‘꽃밭에서’'아베 마리아’ 등을 함께 불렀다. 피아노 반주도 AI 피아니스트가 맡았다.
최근에는 안테나뮤직 소속 가수인 박새별과도 협업했다. 박새별의 새 앨범 ‘에버블루밍’에 수록된 ‘폴 인 러브’ 피처링에 AI 보컬이 참여한 것이다. 박새별의 특징과 매력을 그대로 살리면서 성별을 바꾼 AI 보컬로, 스스로 곡을 해석해 그에 맞는 목소리와 스타일로 불렀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안테나뮤직에서 박새별의 특징을 닮은 동시에 유명 가수 크러쉬와 같은 목소리를 원했고, 이와 최대한 비슷한 느낌의 AI 보컬이 생성됐다”며 “이 음악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유명 가수가 피처링했다고 생각했지 AI가 불렀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에는 생성형 AI가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해 똑같이 따라한 AI 가수 커버곡이 인기를 얻고 있다. AI 가수 커버곡 유튜브 채널에는 사용자들이 듣고 싶은 가수와 곡을 댓글로 요청하고, 박효신, 아이유, 김동률 등 음색이 좋다고 평가받는 가수들 위주로 콘텐츠가 올라온다.
최 대표는 “AI와 인간 아티스트가 서로 부정적 영향보다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인디밴드 등 유명하지 않은 아티스트들도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고, 작곡가들도 가수의 도움 없이도 자체 음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는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사람이 할 수 없었던 일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드아이는 음악뿐 아니라 게임, 애니메이션 분야로도 진출하고 향후 일본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멜로디나 가사를 입력하면 그에 어울리는 보컬을 자동 생성하는 솔루션 ‘복스 팩토리(VOX Factory)’의 시범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최 대표는 “많은 콘텐츠 기업과 고객들이 독창적인 목소리를 원하고, 음반기획사나 게임사 등 수요가 많다”며 “특히 캐릭터 보이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수익을 얻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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