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해외 태양광 팔고 석탄 화력 안고 간다?…탈탄소 '뒷전'
당초 석탄 발전 사업부터 처분…1.9조 계획
蘭 연기금 "기후변화 대비해야…투자 매각"
"미래 희생하며 경영효율화 추진…옳지 않아"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미래 경쟁력인 해외 신재생 발전 사업은 매각하는 한편, 석탄 화력 발전 사업은 정리하지 않고 계속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탈탄소 리스크가 커져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 8일 한전은 필리핀 칼라타간 태양광 발전 사업을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특단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필리핀 칼라타간 태양광 발전 사업은 고정배당금이 있어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된다. 한전은 해당 사업에 대해 38%의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전량 매각을 결정했다.
한전은 매각을 통해 향후 500억원의 자금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해당 사업은 매각 제한 조건이 적어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 매각 절차도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초유의 누적 적자 47조원을 기록한 한전이 유동성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 발전 사업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한전이 ESG(사회·환경·지배구조) 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석탄 발전 사업부터 매각에 나선다고 밝힌 것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전을 비롯한 전력그룹사는 현재 운영·건설 중인 모든 해외 석탄 발전소를 팔아 총 1조9000억원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전은 첫 매각 사업으로 필리핀 세부 석탄 화력 발전 사업을 정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한전은 요르단 알카르라나 가스복합 발전 사업과 푸제이즈 풍력 발전 사업 매각에 나섰다. 신재생 발전인지, 석탄 발전인지 구분하지 않고 팔릴만한 사업부터 내놓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전은 지난 2020년 당시 ESG 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해외 석탄 화력 발전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은 중단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할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정리돼야 했던 석탄 발전 사업들이 오히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현재 매각 후순위로 밀렸다.
중국 산서 석탄 화력 발전 사업과 같이 실적이 저조한 발전 사업은 '제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매각조차 고려되지 않고 있다. 한전 해외사업 중 최대 투자지역으로 꼽히는 해당 사업은 회수율이 20%에 그치는 수익성이 아주 낮은 사업이다.
한전 관계자는 "앞서 공표한 게 있으니 매각하거나 정리하는 게 맞긴 한 데 현재까지는 산서 사업 매각이 재정 건전화 계획에 따로 들어가 있지는 않다"며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던 칼라타간 같은 경우처럼 시장에 내놨을 때 팔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탈탄소 추세 속에서 한전의 글로벌 사업 리스크가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은 한전의 미래먹거리이기에 신중한 매각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네덜란드 연기금(APG)은 한전의 석탄 발전을 비판하며 투자했던 지분을 모두 매각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연기금(APG)은 "한전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석탄 발전소 사업을 신규로 추진한다"며 "한전에 기후변화 대비 차원에서 사업을 취소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호주의 바이롱 유연탄 발전 사업을 추진할 때도 현지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 추진이 지연된 바 있다. 이후 호주 정부는 "석탄 발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사업 허가조차 내리지 않았다.
이에 호주 바이롱 사업은 현재 무산돼 출구전략을 모색 중이다. 인수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바이롱 사업에 투자된 예산만 8425억원에 달하는데 손실은 모두 한전의 몫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공기업으로서 방만한 경영에 대한 해소는 필요하지만 중요한 한전의 사업까지 희생하면서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태양광 발전을 매각하는 게 장기적으론 한전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r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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