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FA컵 정상' 포항, '영일만의 기적'은 현재진행형[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3. 11.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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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창단 50주년을 맞이한 프로축구 K리그 '전통 명가' 포항 스틸러스가 전북 현대를 누르고 FA컵 왕좌에 올랐다. 포항이 리그와 FA컵을 모두 제패했던 2013년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만난 '우승'이었다.

포항은 주축 선수의 이탈, 라이벌의 리그 우승 등 숱한 좌절에도 다시 일어나 결국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매번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축구 팬들을 놀라게 만드는 포항의 기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3시즌 이후 10년 만에 FA컵 우승을 차지한 포항 스틸러스. ⓒ스포츠코리아

▶예상 초월한 '미라클 포항', 그럼에도 닿지 못한 '리그 우승'

2022시즌 K리그1에서 가장 극적인 순위 상승을 이뤄낸 팀은 포항이었다. 2021시즌 9위에서 2022시즌 3위로 뛰어오르며 2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복귀를 선언했다. 포항이 '군경 구단' 김천 상무를 제외한 2022 K리그1 11팀 중 선수 연봉 지출액 10위(약 77억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성과를 더욱 놀랍게 만든다.

포항은 2023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MVP급 활약을 펼쳤던 미드필더 신진호를 인천 유나이티드로 떠나보냈다. 하지만 K리그1 정규리그 종료까지 3경기만을 남긴 현재, 포항은 승점 60점(15승15무5패)으로 K리그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승점 70점으로 조기 우승을 확정 지은 울산 현대(21승7무7패)보다 패배는 더 적게 허용하며 리그 내 강자의 위치에 있음을 확인시켰다.

포항은 34~38라운드 동안 펼쳐지는 K리그1 파이널 라운드(1~6위 팀 간 최종 5경기 맞대결)를 앞두고 선두 울산을 9점 차로 추격하기도 했다. 시즌 내내 독주를 펼치던 울산은 파이널라운드 진입 전 5경기에서 1승3무1패로 주춤했고, 지난달 21일 열린 34라운드 광주FC 원정에서 0-1로 패했다. 그렇기에 포항이 최후 5경기에서 승점 9점을 따라잡고 2013시즌 이후 10년 만에 K리그1 정상에 오르는 것도 꿈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포항은 지난달 20일 열린 34라운드 홈 인천전에 이어 28일 35라운드 전북 원정에서도 1-1로 비기며 주춤했다. 포항은 치명적인 두 번의 무승부로 선두 울산보다 한 경기 많은 35경기를 치른 채 승점 60점의 2위에 머물렀다. 결국 울산이 지난달 29일 대구를 잡고 승점 70점 고지에 올라 3경기를 남긴 시점 2위 포항과 10점 차를 만들며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K리그1 2연패'를 달성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K리그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불렸다. 하지만 리그 3경기를 남기고 라이벌 울산의 리그 우승을 지켜보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심지어 오는 12일 있을 리그 36라운드가 울산과의 '동해안 더비'인데, 맞대결 승리로 역전의 발판을 만들 시도도 못하고 우승을 내줬다는 점은 더욱 뼈아팠다.

리그 우승을 내준 포항이지만 2023시즌을 비극으로 단정하기엔 일렀다. 무관을 깨고 10년 만에 또 다른 우승을 맛볼 기회가 아직 남아있었다.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스포츠코리아

▶10년 만의 FA컵 정상, '주장' 김기동은 '명장'이 됐다

포항은 황선홍 감독 재임기였던 2013시즌에 리그와 FA컵을 모두 석권하는 '더블'을 달성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3시즌, 포항은 FA컵 16강에서 성남FC, 8강에서 강원FC를 꺾은 후 4강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승부차기 끝에 누르며 결승에 진출해 우승 기회를 잡았다. 홈구장인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리는 FA컵 결승전 상대는 2013시즌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겼던 전북. 포항은 10년 만에, 전북은 2년 연속 FA컵 우승을 노리는 진검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포항은 지난 4일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20분 남긴 시점까지 전북에 1-2로 끌려가며 또다시 무관에 그치는 듯했다. 하지만 포항은 포기하지 않았고, 후반 29분 고영준이 전북 페널티 박스 안에서 가슴으로 떨어뜨려 놓은 공을 제카가 오른발 발리골로 연결해 2-2 동점을 만들었다.

포항의 집념은 결국 기적을 만들었다. 동점골 이후 기세가 오른 포항은 후반 33분 김종우, 후반 추가시간 1분 홍윤상의 득점을 더해 4-2로 전북을 꺾고 10년 만에 구단 통산 5번째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2013시즌 '더블' 이후 포항이 처음으로 들어올린 값진 우승컵이었다.

김기동 감독은 우승 후 "2021시즌 ACL 결승에서는 준우승에 머물렀기에 2023시즌 FA컵 결승만큼은 이기고 싶었다. 선수들을 믿었기에 자신 있었다"며 우승 소감을 말했다. 포항의 주장을 맡았던 레전드 선수가 '우승 명장'으로 재탄생한 순간이었다.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스포츠코리아

▶아시아 무대서도 '군계일학', '기동타격대' 기적은 계속

'FA컵 챔피언' 포항의 기세는 아시아 무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포항은 2023~2024시즌 ACL에 진출한 K리그 4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울산-전북-인천이 4경기 동안 2승2패로 주춤하며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과 달리, 포항은 하노이 FC(베트남·3-0 승리)-우한 싼전(중국·3-1 승리)-우라와 레즈(일본·2-0, 2-1 승리)를 모두 꺾고 4연승 J조 1위(승점 12)를 달렸다.

J조 2위 우라와 레즈(승점 4)와 8점 차로 간격을 벌린 포항은 남은 조별리그 2경기와 상관없이 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동아시아에서 지금까지 조별리그 4경기를 모두 이긴 팀은 포항과 I조 1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뿐이다.

포항은 또한 2023시즌 FA컵 우승으로 2024~2025시즌 ACL에도 참가하게 됐다. 기존 하나의 대회로 치러지던 ACL은 2024~2025시즌부터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K리그 3팀)와 AFC 챔피언스리그 2(ACL2·K리그 1팀)로 나뉜다. K리그의 기존 ACL 진출 범위인 K리그1 1~3위와 FA컵 우승팀 중 리그 1~2위는 ACLE로 가는 것이 확정됐지만 3위와 FA컵 챔피언의 자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FA컵 우승팀이면서 아직 리그 순위를 확정하지 못한 포항(현재 2위)의 거취 역시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포항이 현재 진행 중인 ACL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어떤 대회에서든 활약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매 시즌 주축 선수들을 타 팀에 보내고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드는 포항의 다음 이야기에 많은 축구 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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