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실책→역전 3점포’ 지옥과 천당 오간 LG 캡틴 “마음의 짐 있었어…MVP보단 우승이 우선” [MK KS]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2023. 11. 11.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책을 해서) 마음의 짐이 있었다. (한국시리즈 MVP를 따면 받을 수 있는) 롤렉스 시계를 타고 싶다 했지만, 우승이 첫 번째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간 LG 트윈스의 캡틴 오지환이 소감을 전했다.

LG는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3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KT위즈를 8-7로 눌렀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간 LG 오지환. 사진(수원)=천정환 기자
LG 오지환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홈런을 친 뒤 염경엽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지난 1994년 이후 29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1990, 1994) 통합우승을 노리고 있는 LG는 이로써 그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로 맞선 상황에서 2승을 먼저 거둔 팀이 우승할 확률은 85%(17/20)에 달한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오지환이 지배한 경기였다. 5번타자 겸 유격수로 출전한 그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실점의 빌미가 되는 실책을 범했으나, 결승 3점포를 쏘아올리며 LG의 승리를 이끌었다.

2회초 좌익수 플라이로 돌아선 오지환은 LG가 3-0으로 앞서던 3회초 2사 후부터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등장해 KT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의 2구 127km 슬라이더를 받아 쳐 우익수 오른쪽으로 향하는 2루타를 터뜨렸다. 아쉽게 후속타 불발로 홈을 밟지는 못했다.

5회초 삼진으로 물러난 오지환은 LG가 3-1로 근소히 리드를 잡고 있던 5회말 아찔한 경험을 했다. 1사 1루에서 장성우의 땅볼 타구를 달려나오면서 잡으려다 놓친 것. 여기에 좌익수의 문성주의 송구 실책까지 겹치며 상황은 1사 1, 3루가 됐다. 직후 LG는 김민혁과 앤서니 알포드, 조용호에게 차례로 적시타를 맞으며 3-4로 리드를 내줬다.

6회초 박동원의 역전 좌월 투런포로 마음을 다잡은 오지환은 7회초 3루수 파울 플라이에 그쳤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고우석의 부진으로 LG가 5-7로 뒤진 9회초 2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충분히 떨릴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오지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볼이 된 초구 129km 포크를 지켜본 그는 2구 143km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아치를 그렸다. 이어 LG는 9회말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한 고우석이 흔들리며 1사 만루에 봉착했으나, 뒤이은 이정용이 김상수를 병살타로 묶으며 소중한 승리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 3차전 데일리 MVP에 오른 LG 오지환.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최종 타격 성적 5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을 올리며 데일리 MVP에 선정된 오지환은 경기 후 “시리즈에 들어가기 전부터 팀원들과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8회말 고우석에게 때려낸) (박)병호형의 투런포 이후 분위기가 다운됐지만, 찬스부터 만들자고 했다. 혹시 모르는 것이니 만들어야 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는 “팀원들의 간절함이 느껴졌고 나도 간절했다. (앞선 타자) 오스틴 딘이 계속 파울을 치며 버텨냈다. 출루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안타를 치든, 후속타자에게 연결해주든 간절하게 임했는데 가장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계속해서 오지환은 “김재윤의 초구가 체인지업인지 포크인지 모르겠지만 빠졌다. 패스트볼이 올 것이라 봤고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거짓말처럼 한 번에 맞아 떨어졌다”며 “(김)재윤이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홈런을 맞기 전 마운드에 올라갔던 KT 포수 장성우가) ‘강점이 패스트볼이니 패스트볼을 던져라’라고 이야기했을 것 같았다. 재윤이 스타일대로 패스트볼을 던질 것 같은 느낌이어서 단순하게 갔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5회초 범한 실책이 3실점의 빌미가 돼 마음 한 켠이 무거웠을 터. 다행히 오지환은 빠르게 이런 생각을 털어냈다.

그는 ”날씨가 추웠다. 1루 주자가 (박)병호 형이었고, 타자 주자가 (장)성우 형이었다. 천천히 해도 된다는 생각은 했는데, 수원이 그라운드가 딱딱하다. 바운드 측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잡을 수 있는 타구였는데 순전히 내 실수“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오지환은 ”그러면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마음의 짐이 있었다. 역전까지 당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3이닝 정도 남아있었다는 점이다. 점수차가 크지 않았다. 한 번의 찬스면 뒤집을 수 있다고 믿었다. (6회초에는) (박)동원이가 역전까지 만들어줬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지환의 말처럼 이날 LG 승리의 또 다른 주역은 박동원(3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이었다. 2차전에서 결승 투런포를 쏘아올렸던 박동원은 이날도 홈런포를 가동하며 한국시리즈 2경기 연속 홈런을 완성했다.

오지환은 ”(자신의 홈런과 박동원의 홈런) 둘 다 기쁘다. 우리가 2승을 해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까 동원이와 (내가) 한 몫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박동원은) 중요한 선수다. 찬스가 왔을 때 끝낼 수 있는 점수를 만들어줬다. 의미가 있다. 나도 한국시리즈가 처음이고,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친 것도 처음이다. 의미가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경우 MVP에 오르는 선수에게는 고(故) 구본무 전 LG 그룹 회장이 생전 한국시리즈 MVP를 위해 직접 구매한 롤렉스 시계가 주어진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 이 시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LG가 우승한다고 가정하고, 현재까지만 놓고 봤을 때 이 시계의 주인이 될 사람은 오지환 또는 박동원이 유력하다.

그는 ”우스갯소리로 더그아웃 분위기도 그랬다. ’(박동원의) 역전 홈런 2개면 끝 아니냐’고 했다. (나도) 말로는 롤렉스를 타고 싶다고 했지만, 우승이 첫 번째다. 나는 15년이고, 팬들은 29년이다. 한 번도 오지 않은 순간이다. 우승이 가장 큰 목표“라며 ”롤렉스가 값비싼 시계는 맞다. 고생했으니까 그런 의미로 나도 하나 사고 싶다. 단 지금은 우승을 목표로 팀이 잘하고 있는 것이 좋다“고 눈을 반짝였다.

LG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가장 역전승이 많은 팀이었다. 이번 한국시리즈만 놓고 봐도 2, 3차전 모두 뒤지다 승전고를 울렸다. 이 비결은 무엇일까.

오지환은 ”(기본적으로) 역전 찬스가 많이 올 것이라 믿는다. 우리 타선 배치도 그렇다. 컨택트가 좋은 선수가 있고, 장타자도 있다. 빠른 선수가 있고, 확률이 높은 선수도 있다. 그러면 역전을 자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오늘 승리로 일단 (시리즈에서) 우위를 점했다. 우승만 생각하고 있다. 4승을 해야 한다. 오늘 경기에서 보셨다시피 야구는 모른다. 공 하나, 아웃카운트 하나에 뒤집힐 수 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좋은 분위기를 끌고 가겠다“고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

LG 오지환은 남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선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수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