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취재하고 구체적으로 써달라 [시사IN 독자위원회]

김은지 기자 2023. 11. 1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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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기 〈시사IN〉 독자위원회가 마지막 모임을 가졌다. 제836호(상가 ‘공실’주의보)부터 제840호(총선은 어쩌나)까지 리뷰했다. ‘꾸준히’ ‘계속’ ‘구체적’ ‘깊게’와 같은 당부가 이어졌다.
10월21일 권오재·변영애·이재정·이준희(왼쪽부터) 독자위원이 <시사IN>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시사IN 이명익

10월21일 네 번째 모임을 끝으로 제15기 〈시사IN〉 독자위원회가 마무리됐다. 활동 종료 소감을 묻자, 권오재 독자위원은 “여기 오기 전까지는 내가 세상에서 〈시사IN〉을 제일 열심히 읽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웃었다. 서로의 ‘열렬함’을 알고 있어서다. 변영애 독자위원은 “사실 칭찬을 더 많이 하고 싶은데 독자위는 그런 곳이 아니어서 자제했다”라고 고백했다. “좋아하는 잡지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어 보람찼다(이준희 독자위원)” “일상에서도 〈시사IN〉 기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이재정 독자위원)”라며 숨겨둔 애정을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 제836호 상가 ‘공실’주의보

이준희:커버 이미지가 좋았다. 이명익 기자가 찍은 사진도 눈길을 끌고 타이틀도 센스 있었다.
이재정:커버 기사(전국으로 확대된 상가 공실주의보)는 공실 관련 세 가지 오해를 정리했다. 읽다 보니 국가의 대책이 시급한 것 같다.
변영애:채 상병 사망사건 기사는 꾸준히 써달라. 이은기 기자의 기사(수사보고서·단톡방으로 재구성한 ‘그날의 지시’)에 나온 ‘간부 대화방’ 표가 특히 좋았다. 한눈에 외압이 보였다.
이준희:채 상병 사건은 일간지 기사를 열심히 봐도 정보에 대한 갈망이 생기는 뉴스다. 그런 사람들에게 딱 필요한 내용을 잘 알려줬다. 시사주간지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사였다.
권오재: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담긴 호였다. 채 상병 특검법이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민주당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72억 재산’ 이상한데 “모른다, 실수다”) 기사를 다시 보니 다이내믹 코리아가 느껴진다. 그만큼 〈시사IN〉이 중요한 것들을 다 짚어줬다.
이준희:직장 가는 길에 늘 보는 소녀상을 포토인(갇힌 소녀상, 흐르는 눈물) 지면에서 발견해 새롭고 좋았다. 매일 보는 장면을 다른 시각으로 보니 느낌이 달랐다.

■ 제837·838호 시계 제로

변영애:우선 16년째 꾸준히 신뢰도 조사를 한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시사IN〉의 강력한 무기다. 계속 이어가야 한다. 눈에 띄는 내용도 있다. 이탄희 의원의 선전(여야 정치인 가운데 신뢰하는 정치인은?), 기관 신뢰도 양극화(검찰·감사원·방통위 신뢰에 ‘정치색’ 입다) 등이다.
이재정:채 상병 사건은 보수도 분노해야 하는 사건이 아닌가 생각해왔는데, 그게 숫자(보수도 믿지 않는 ‘채 상병 사망사건’ 대응)로 드러나서 재미있게 읽었다.
권오재:언론 신뢰도(‘언론 신뢰도 1위’ MBC의 귀환)는 정권에 따라 왔다 갔다 한다. MBC가 이번 조사 결과를 꼭 좋아만 할 일인지, 언론에 발전이 없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준희:‘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을 다룬 기사(감사원은 알고 있을까, 무엇이 ‘조작’인지)는 주간지의 의미를 보여준다. 한 이슈를 깊게 들어가면서도 현학적이지 않았다.
권오재:감사원에 대해선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기사가 더 나왔으면 좋겠다. 유병호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사람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재정:요즘 마약 관련 이슈가 많다. 스위스의 대응(마약과의 전쟁? 스위스는 달랐다)이 흥미로웠다. 국내 상황도 심도 있게 다뤄달라.
변영애:역사책을 소개하는 특집(한가위, 다 함께 역사를 읽는 시간)은 시의적절했다. 공부하면서 읽은 코너가 또 있다. ‘조형근의 역사의 뒤 페이지’다. 이번 호 글(한국인을 혐오한 어떤 서구인 이야기)은 특히 더 빛났다. 지면에 별 5개 표시를 했다.

■ 제839호 벼랑 끝 공공병원

이준희:커버 메인 기사(헌신의 대가로 수렁에 빠진 공공병원들)는 표, 팩트, 인터뷰, 사례 모두 균형 있게 잘 썼다.
권오재:커버 인터뷰(“현 정부에선 ‘공공병원’ 단어가 사라졌다”)도 쉽게 잘 와닿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공공의료가 사라졌다는 게 아직은 추상적으로 들린다.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더 알고 싶다.
변영애:녹색 일자리 기사(‘예고된 미래’ 우리 옆의 녹색 일자리)는 참신했다. 지식 집약적이고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일이라 여겼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양한 사례 취재도 돋보였다.
이재정:인권위 관련 기사(한 명만 반대해도 인권침해 아니다?)와 기자의 프리스타일(인권위 14층에서 터져나온 한숨)을 읽으면서, 인권위 사안을 더 크게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희:언론 장악(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계에 생긴 일), 문화계 블랙리스트(문건으로 살펴본 ‘유인촌의 추억’) 관련 기사에 나온 표는 모두 사료(史料)다. 기자들은 귀찮을 수 있지만, 계속 문건을 분석하고 자료를 정리해달라.
이재정:김규진·김세연 동성 부부의 출산이 주변에서는 뜨거운 이슈다. 그들의 선택에 프랑스 생활이 중요한 경험이 됐다는 얘기를 들어 궁금하던 차에, 관련 기사(가족이 별거냐, 프랑스 사회의 도전)를 봤다. 재미있게 읽었다.
변영애:정혜실 단원FM 본부장에 대한 기사(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요? 인종차별입니다)는 〈시사IN〉이 아니면 모르고 살 얘기다.

■ 제840호 총선은 어쩌나

변영애:커버 메인 기사(‘총선 모의고사’ 어떻게 풀었나)에 나온 ‘총선 모의고사’라는 표현에 딱 꽂혔다. 잘 뽑은 말이다. 모의고사와 수능의 난이도가 꼭 일치하는 건 아니다. 여당·야당 모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준희:커버 후속 기사(“대선 같던” 선거, 이변은 없었다)에 진보정당의 모습을 담아줘서 반가웠다. 주요 뉴스에서는 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권오재:온라인 기사에는 각 진보정당들의 사진도 다 들어가 있다. 보통 원외 정당은 잘 안 비춰주는데 그에 대한 관심도 놓치지 않았다. 표지 사진 선택도 좋았다.
이재정:‘소아 응급환자 진료 실태’ 기사(어젯밤, 우리 아이가 응급실을 못 찾은 이유)의 표가 눈에 띄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밝힌 소아 진료 불가 증상인데, 현 문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준희:그 표는 정말 큰 가치가 있다. 사실 응급실 소아 이슈는 너무 복잡하다. 김연희 기자가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잘 배치하는 방식으로 다가갔다. 영리하게 잘 썼다. 읽는 맛도 있는 기사였다.
이재정:도서관 금서 논쟁 기사(도서관은 어떻게 ‘금서 전쟁’에 휘말렸나)는 행정에 대해 더 생각하게 만든다. 아무리 행정이어도 명확한 가치관이 없으면 민원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좀 더 생각해볼 문제다.
이준희:관련 단신 기사를 몇 번 본 적은 있다. 그때만 해도 극단적인 보수세력의 행동이라고만 생각했다. 김영화 기자의 기사를 보니 심각한 문제더라.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논란이 된 도서 목록을 보도해주면 어떨까? 독자가 보고 판단하라는 차원이다. 나도 찾아볼까 생각만 하다 그만뒀다. 〈시사IN〉에서 해주면 좋겠다.
변영애:한 쪽 지면이지만 먹먹했던 기사가 있다. 외신 한 컷(전쟁의 원경)이다. 전쟁 그 자체에 집중하다 보면 잊게 되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얘기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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