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커지는 與인요한…“대표보다 더 주목받는 듯”

김현주 2023. 11. 11.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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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의 중심에 선 인 위원장, 사실상 대표" 말까지 나올 정도
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인 위원장은 '대통합(징계 취소)'와 '희생(중진·윤석열 대통령 측근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다양성(청년 비례대표 50% 의무화)' 등 다양한 혁신 의제를 연이어 던지며 국민의힘 쇄신정국을 이끌고 있다.

정국의 중심에 선 인 위원장이 사실상 대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뉴시스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도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메가시티)', '공매도 금지' 등 당의 정책 드라이브를 이끌고 있지만 자신이 임명한 혁신기구 위원장 보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되레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결단을 압박 받고 즉답을 피하는 처지가 됐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혁신위원장에 임명됐을 때만 해도 "한국 정치가 이렇게까지 타락을 했느냐(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인 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했다. 전권을 약속 받았지만 전권의 범위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내부 단속부터 외연 확장까지 광폭행보를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냈다.

인 위원장은 여당이 불참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하고, 혁신위 첫 외부 일정으로 광주 국립 5.18민주 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예방했다.

비주류도 만났다. 유승민 전 의원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났고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는 대통령실과 친윤 핵심 등을 비판하며 신당 창당을 시사하고 있다. 양자 모두 보수 진영내에서 상당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어 독자 창당시 박빙인 수도권 같은 지역에서 여당의 패배를 불러올 수 있다.

당 주류와 각을 세우고 있는 홍 시장도 독자적인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멘토로 꼽히는 인물이다.

인 위원장은 앞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와 홍 전 시장 등에 대한 '대사면(징계 취소)'를 1호 안건으로 의결했고, 당 지도부의 승인을 받아냈다. 비주류를 보듬어 당을 결집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역할을 당 혁신기구 위원장이 한 셈이다.

그는 당 지도부와 영남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국회의원 등에게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권고하기도 했다. 혁신위는 당 지도부에 제출한 2호 혁신안에 인 위원장의 권고를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활동기한이 끝나기 전까지 시기를 정해 정식 안건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인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가 '공천 기준'을 직접 손 보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당이 공천 기준을 정하는 과정 또는 당 주류 의원들이 혁신위가 제기한 대원칙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모양새다.

한 중진 의원은 "인 위원장이 사실상 당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안 위원장이 당 대표 보다 더 주목 받고 있다"고 했다.

반면 김 대표도 '김포 서울 편입'을 깜짝 발표하는 등 여당 프리미엄에 기반해 정책을 선점해가고 있다. 다만 김포 서울 편입은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반대 등에 직면하면서 '메가시티'로 문패를 바꿔 달았고 여론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특히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는 시장에서 역풍을 맞아 장기적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거취 압박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9일 국회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 차기 총선 불출마 요구에 대해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 너무 급발진하고 있는 것 같다.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당 지도부 인사에게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영광은 다 이뤘다"며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석상에서는 거취에 대해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총선을 총괄하는 당대표로서 령이 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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