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여성은 집에서 가정 돌보라”… 중국의 황당한 저출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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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여성관'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여성들이 중화민족의 전통적 미덕을 고취하고 좋은 가풍을 확립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여성의 일'을 잘한다는 것은 여성 자신의 발전뿐만 아니라 가정의 조화, 국가 발전 및 민족 진보와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야추 왕 중화권 디렉터는 "중국 여성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권위주의 정부와 가부장적인 사회라는 억압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단결해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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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여성관’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지난달 30일 중국 전국부녀연맹과의 단체회담에서다. 그는 “여성들이 고품질 발전과 농촌 활성화를 촉진하는 데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며 “화목한 가정, 좋은 가정교육, 올바른 가풍을 통해 자녀는 물론 사회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여성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은 가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성의 역할은 가정 내에 국한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여성들이 중화민족의 전통적 미덕을 고취하고 좋은 가풍을 확립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여성의 일’을 잘한다는 것은 여성 자신의 발전뿐만 아니라 가정의 조화, 국가 발전 및 민족 진보와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이 이같은 여성관을 강조한 것은 저출산 타개를 위해서다. 뉴욕타임스는 “인구통계학적 위기, 경제 둔화 등에 직면한 공산당이 여성들을 집으로 다시 밀어 넣어 자녀를 양육하고 노인을 돌볼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시 주석 본인이 이같은 해석에 직접 힘을 실어줬다. 여성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려는 이유로 “청년들의 결혼, 출산 및 가족에 대한 견해 지도를 강화하고, 인구 고령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다.
실제로 중국의 저출산은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신생아 수는 2016년 1880만명에서 지난해 956만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중국 신생아 수가 1000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이다. 이로 인해 중국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4억1175만명으로, 전년 대비 85만명 줄었다. 이같은 추세 하에 중국의 노동인구 비중은 10여년 전 전체 인구의 70%에서 지난해 62%까지 줄었다. ‘인구 대국’이라는 타이틀도 앙숙 관계인 인도에 내줘야 했다.
상황의 시급함은 알겠지만, 저출산 대책으로 ‘여성의 가정 복귀’를 내건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양육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운다는 점, 그리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가부장적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야추 왕 중화권 디렉터는 “중국 여성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권위주의 정부와 가부장적인 사회라는 억압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단결해 왔다”고 했다.
실현 가능성도 낮다.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이어서다. 외벌이가 보편적이었던 시절, 부부 모두 일터로 향한 것은 남들보다 잘 살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맞벌이가 기본인 시절이다. 여기서 여성이 소득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간다면 오히려 남들보다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법으로 금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가정 복귀를 선택할 여성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는 남성도 반대할 사안이다.
최근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에서 한 35세 본토 여성이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현재 홍콩에서 타일공으로 일하고 있다는 그녀는 6년 전 건설현장에서 월급 700위안(약 13만원)을 받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한 달에 10만위안(약 1800만원)을 번다고 했다. 그녀가 열심히 달리는 동력은 12세 아들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엄청난 수입을 부러워하면서도 “대단한 어머니”, “직업에서 성별의 구분은 사라졌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은 이렇게 바뀌고 있는데, 정작 이들의 지도자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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