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자들이 국내에선 안 쓰고 해외 나가 지갑 여는 이유
고물가 속에서 국내 소비가 침체에 빠져 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액 지수는 3분기에 마이너스 2.7%를 기록, 올 들어 세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주요 백화점 매출도 일제히 감소했다. 반면 해외 소비는 급증세다. 올 들어 9월까지 해외 출국자는 1619여 만명에 달한다. 이 기간 중 카드 해외 이용액은 1년 전보다 44.7% 늘어난 12조원으로, 작년 전체 해외 결제액을 웃돈다. 국내에서 돈을 안 쓰는 소비자들이 해외에 나가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록적 엔저(低)로 일본에 간 한국인 관광객이 올 들어 9월까지 490만명에 육박한다. 일본 전체 외국인 관광객 셋 중 한 명꼴(28%)로 한국인이다. 도쿄, 오사카, 삿포로 등 일본 주요 관광지마다 한국인들로 넘쳐나 ‘대한민국 도쿄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저비용 항공사의 3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85~125%씩 급증했다. 대한항공은 인천~고마쓰 노선과 인천~아오모리 정기편 운항을 재개키로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취항했던 일본 12개 노선이 모두 회복된다.
밖에 나가 먹고 쓰는 해외 소비가 호황인데 국내 소비는 급속히 얼어붙어 1%대의 저성장을 걱정하는 처지다. 국내 외식비와 숙박 요금, 교통비 등이 크게 오르면서 제주도 등 주요 관광지의 타격도 심하다. 제주도의 서비스업 생산 지수는 2분기(-2.1%)에 이어 3분기(-1.9%)도 감소세다. 제주의 소매 판매액 지수는 4분기 내리 줄었다. 3분기에 제주도를 방문한 입도객 숫자도 1년 전보다 4.8% 감소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비싼 국내 여행 대신 해외여행 가는 것이 만족도가 더 높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그 결과 올 들어 9월까지 무역으로 벌어들인 흑자액 135억달러의 69%를 여행수지 적자로 까먹었다. 반면 일본은 올 상반기 여행수지 흑자가 약 14조원에 달한다.
일본의 관광객 급증은 엔저 탓도 있지만, 가격 대비 질 좋은 음식과 서비스의 품질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값은 턱없이 올랐는데 품질은 전혀 못 미치는 서비스업 인프라를 개선하지 못하면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은 지속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업계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생팬’ 그 시절 영광 다시 한 번... 정년이 인기 타고 ‘여성 국극’ 무대로
- 러시아 특급, NHL 최고 레전드 등극하나
- 김대중 ‘동교동 사저’ 등록문화유산 등재 추진
- 국어·영어, EBS서 많이 나와... 상위권, 한두 문제로 당락 갈릴 듯
- 배민·쿠팡이츠 중개 수수료, 최고 7.8%p 내린다
- 다음달 만 40세 르브론 제임스, NBA 최고령 3경기 연속 트리플 더블
- 프랑스 극우 르펜도 ‘사법 리스크’…차기 대선 출마 못할 수도
- [만물상] 美 장군 숙청
- 檢, ‘SG발 주가조작’ 혐의 라덕연에 징역 40년·벌금 2조3590억 구형
- 예비부부 울리는 ‘깜깜이 스드메’... 내년부터 지역별 가격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