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통스러워도 자영업 구조조정 해야 한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코로나 위기 때 증가한 정책 금융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며 세금 풀어 기업·소상공인을 구제해주는 정책을 줄이자고 제언했다. KDI는 “재무위험 관리에 실패한 금융기관·기업을 구제하는 정책을 지양해 자구적 노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 때는 긴급 수혈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정부의 정책적 금융 지원이 도리어 부실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의 부실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경기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자영업 대출 부실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속에서도 정부 정책은 부실 관리보다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저리 융자 자금 4조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지난주 소상공인 대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 주는 특단의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때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선(先)지급한 재난 지원금도 환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57만명이 내야 할 8000여억원의 반환 의무를 면제해준 것이다.
옥석을 가리지 않는 정책 금융 지원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실 사업자의 퇴출을 막아 자영업 생태계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직장 퇴직자들이 손쉬운 창업에 뛰어들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대한 자영업 시장을 가진 나라가 됐다. 자영업 취업자 비율이 전체 취업자의 23.9%로 OECD 8위다. 미국(6.6%)의 3.6배, 일본(9.8%)의 2.4배에 달한다. 경제 구조가 취약한 중남미 국가들을 빼면 사실상 한국의 자영업 비율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과당·출혈 경쟁 속에서 자영업은 낮은 생존율에 허덕이고 있다. 음식·숙박업이 창업 후 5년을 버티는 비율은 2021년 기준 23%에 불과했다. 4곳 중 3곳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자영업 과밀화를 정책적으로 줄여나가야 할 상황에서 정부의 비선별적 금융 지원은 퇴출돼야 할 ‘좀비 사업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고통스럽지만 부실 사업자의 퇴출을 유도하고 자영업 생태계의 구조조정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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