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10] 스피어(Sphere)
라스베이거스의 초대형 공연장 ‘스피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외계로부터 방금 착륙한 것 같은 형태, 압도적인 스케일로 개관부터 도시의 명물이 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콘서트나 이벤트, e스포츠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원형 건축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외벽을 감싸는 12만개의 LED 조명은 세계 최고 화질의 초대형 디지털 캔버스를 형성, 지구 표면이나 대형 눈동자, 테니스 공, 이모티콘 등으로 화면을 바꾼다.
현재 실황 공연이 없는 날 스피어에서는 다큐멘터리 ‘지구에서 온 우편엽서(Postcard from the Earth)’가 상영 중이다. ‘블랙 스완’ ‘파이’ 등의 영화를 만든 대런 애러노프스키(Darren Aronofsky) 감독의 작품으로, 독특한 시점 처리가 돋보이는 영상이 벽면과 천장까지 감싸는 초고화질 대형 곡선 화면에 투영된다. 마치 실제 공간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 그 몰입감이 대단하다. 여기에 16만개의 스피커를 장착한 1만개의 좌석은 각종 음향효과는 물론, 진동이나 바람까지 느껴지는 4D 체험을 제공한다. 아이맥스 이후 급부상한 영화감상의 기술적 도약임에 틀림없다.
이런 첨단의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반해 아날로그적 건축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건물은 겉에서는 하나의 구형(球形)이지만 내부는 9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입구부터 혼잡하고, 이대입구 지하철역만큼 긴 에스컬레이터를 세 번 갈아타서 이동 시간도 길다. 많은 관객들이 비슷한 시간에 입장하고 동시에 퇴장하는 대형 공연장이나 스포츠 경기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동선 처리다. 대중교통으로도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여서 사람들은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지만, 악명 높은 중심가 스트립(The Strip)의 교통체증에 걸려 중간에 차에서 내려 걸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스피어의 공간에 맞도록 제작된 영상은 다른 극장에서는 상영하기 어렵다. 그래서 비즈니스 측면에서 스피어는 다른 여러 도시에도 지어지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 설계도면을 판매하는 것 이외에 야기된 문제점도 보안하는 개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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