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은의 고전 노트] 모두가 멸망한대도… 그렇지 않은 듯 살아가라
과거 또는 미래로의 여행은 문학에서 흔한 소재고, 그 기원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되었다. 주로는 회상, 환영, 꿈 등의 정신작용이거나, 마법 같은 초자연적 현상으로 묘사되었는데, 1895년 H. G. 웰스가 ‘타임머신’에서 다른 시간대를 물리적으로 오갈 수 있는 ‘탈것’의 구체적 형태를 최초로 묘사함으로써 현대 과학소설의 효시가 되었다.
1866년 영국 켄트에서 태어난 웰스는 당대에 저명한 동물학자였던 토머스 헉슬리에게 생물학을 배웠으며, 런던대학을 졸업한 후 한동안 생물학 강사로 일했다. 그의 첫 저서는 ‘생물학 교본’이었다. 부업으로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던 그는 짧은 습작기를 거친 후 전망이 불투명한 전업 작가의 길을 택했다. 그런데 첫 번째 장편소설 ‘타임머신’으로 큰 성공을 거둬 일생 동안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게 되었다.
소설의 무대는 빅토리아 시대, 수학자이자 발명가인 어느 신사의 살롱이다. 그는 매주 목요일 저녁, 명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즐기며 지적 대화를 나누는데, 어느 날 그가 자신의 독특한 발명품을 선보인다. 손님들에게 공개된 타임머신은 니켈, 상아, 수정으로 되어 있고, 레버가 달린 1인용 의자 모양이다. 그는 이 기계를 타고 자신이 몸소 시간여행을 해보겠노라 선언한다. 손님들은 그의 등 뒤로 황망한 눈길을 주고받는다.
‘타임머신’에서 시간여행자는 80만 년 후의 미래로 여행하는데, 인류는 과일만 먹는 초식동물 아니면 식인종이 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3000만 년을 더 미래로 날아갔을 때, 그곳에서 태양이 어마어마하게 팽창해 지구 궤도에 근접해 오는 광경을 목도한다. 미래의 끝을 예언하는 이 시간여행자로부터 소설의 서술자는 역설적인 지혜를 얻는다.
먹고사는 일은 힘겹고,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세상은 분열되어 반목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인류가 멸종하고 지구도 사라진다면,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에게 남은 일은 그렇지 않은 듯이 살아가는 것뿐이다.” 불평불만과 냉소로 흘려보내기엔 삶이 정말 잠깐이니, 가급적 즐겁게, 서로 아껴주면서, 괜한 걱정일랑 말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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