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28] ‘쿠크다스 멘털’
참을성과 집중력이 이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얘길 하다가 처음 먹어본 ‘탕후루’가 떠올랐다. ‘탕후루’는 한입 먹는 순간, 눈이 번쩍 떠질 만큼 달다. 메가 히트를 친 ‘불닭 볶음면’이나 ‘틱톡’은 어떤가. 먹자마자, 보자마자, 도파민 폭죽이 터진다. 최근 유행하는 것에는 피드백이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것이 중독의 메커니즘이다. 자동 재생 기능이 장착된 OTT 드라마처럼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다. 게다가 뇌의 보상 회로는 자극에 금세 적응해 더 센 자극을 요구한다. 코인 투자로 대박을 경험한 사람은 주식 상한가 30%에도 만족하기 어렵다.
문제는 우리 몸이 시소처럼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쾌락이 오면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대표적인 게 마약이다. 펜타닐은 코카인 100배의 쾌락을 주지만 근육을 무력화해 극강의 고통을 준다. 최후엔 쾌락이 아니라 통증 때문에 마약을 다시 갈망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스마트폰, 유튜브, 배달 음식처럼 우리는 ‘누르면 즉시 나오는’ 온갖 보상 물질에 휩싸여 있다. ‘도파미네이션’의 저자 애나 렘키는 이런 도파민 중독에 빠져나오기 위해 쾌락의 반대인 ‘고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운동, 명상, 채식처럼 ‘느린 피드백’을 가진 것들이 빠른 자극에 중독된 몸을 복구하기 때문이다. 단식 후 밥알 한 톨의 맛을 알고, 과도한 동영상 시청을 끊은 후 집중력 향상으로 성적이 좋아진 사례는 수없이 많다. 여기서 핵심은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단 기간이라도 확실히 ‘끊는 것’이다.
‘쿠쿠다스 멘털’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얘기하다가 등장했는데, 나 역시 부서지기 쉬운 쿠쿠다스를 상처 없이 꺼낸 기억이 없다. 우리는 언제 더 강해질 수 있을까. 기다리고 견딜 수 있을 때다. 지름길은 없다. 자연도 계절을 건너뛰지 않는다. 씨를 뿌리고 비바람과 태양의 세례를 받고나서야 하나의 열매를 맺는다. 건강, 화해, 성장처럼 가치 있는 모든 것은 기다림의 시간을 통과해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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