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증오는 한 끗 차이… 널 사랑했기에 너의 아버지를 망가뜨렸다
사랑의 위대한 승리일 뿐
김솔 지음 | 안온북스 | 280쪽 | 1만6000원
사랑과 증오는 한 끗 차이다. 그러나 현실의 우리는 이 중 하나만을 바라본 채, 반대의 감정을 잊고 살기 쉽다. 철저한 증오로 쌓아올린 이 소설은, 우리 주변에 있을지 모르는 수많은 애증의 관계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소설의 배경은 부랑자 보호 시설의 중증 환자실. 두 화자의 독백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홀수 장(章)은 ‘파블로’가 ‘형제’에게 건네는 말. 파블로는 중남미를 떠돌다 사지가 잘려 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죗값을 치르기 위해 봉사 활동을 하러 온 ‘형제’에게 맛있는 음식을 가져 달라 부탁을 한다. 그 대신 파블로는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준다. 짝수 장은 ‘너’에게 복수를 꿈꾸는 ‘나’의 독백. 사랑에 빠져 너의 아버지를 죽일 뻔한 죄로 징역을 살았고, 이곳에 오게 됐다. 13년 만에 너를 만난 나는, 여전히 사랑을 느끼면서도 너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소설의 묘미는 전혀 다른 듯한 두 화자의 이야기가 결국 하나로 맞춰지고, 복수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점. 다만 작가가 말하려는 건 한 연인의 복수극에 있지 않다. 소설에서 ‘너’는 끝까지 ‘나’와 관련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둘 사이의 이야기가 실제인지 아닌지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대신 기억하지 못하는 ‘너’에게 줄 책을 쓰며 ‘나’는 말한다.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건 이 책을 쓴 자가 아니라 읽는 자이다.” 인지하지 못하지만, 주변에 애증을 느끼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음을 소설 전반에 걸쳐 일깨우는 듯하다. 비극적인 삶에서도 각자의 욕망을 내뿜는 이들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 소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日 ‘다카라즈카’ 음악학교, 여학생 뽑을 때 외모 안 따진다
- 강원 춘천 아파트, 지하실 침수로 정전...720세대 불편
- 손흥민 선발 출격, 오세훈 공격 선봉... 쿠웨이트전 베스트11 발표
- ‘정년이’ 신드롬에 여성 국극 뜬다… 여든의 배우도 다시 무대로
- 러시아 특급, NHL 최고 레전드 등극하나
- 김대중 ‘동교동 사저’ 등록문화유산 등재 추진
- 국어·영어, EBS서 많이 나와... 상위권, 한두 문제로 당락 갈릴 듯
- 배민·쿠팡이츠 중개 수수료, 최고 7.8%p 내린다
- 다음달 만 40세 르브론 제임스, NBA 최고령 3경기 연속 트리플 더블
- 프랑스 극우 르펜도 ‘사법 리스크’…차기 대선 출마 못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