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AI가 스타트업을 죽인다?
“챗GPT를 에어비앤비 서비스에 도입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만난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 시작과 함께 선언하듯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인공지능(AI)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튀어나온 답변이었다. 오랜 고민을 통해 결정을 내렸다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그는 말을 이어갔다. “보세요, 저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절친한 사이입니다. 챗GPT의 개발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비공식적으로 조언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챗GPT는 설익었어요(It wasn’t ready yet).”
체스키는 반(反) AI론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에어비앤비를 AI 중심 서비스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미래 구상을 밝혔다. 혼란스러워하는 기자에게 그는 “지금의 AI는 그저 유행어(buzzwords)일 뿐, 사업성이 있는 건 아니다. 챗GPT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AI 시장이 극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론 우리가 AI 서비스 구축 시장에서 리더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AI 개발 능력을 내재화하기 위해 챗GPT를 비롯한 각종 스타트업의 AI 서비스 도입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대규모 개발자를 갖춘 플랫폼 기업이지만, 구글·애플·메타 등 빅테크처럼 첨단 AI 기술에 강점을 가진 회사는 아니다. 그래서 AI를 대부분 자체 개발하겠다는 전략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노코드(코딩 없는)’로 대변되는 AI 시대의 서비스 개발 방식이 기업들의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노코드는 코딩 언어를 모르는 사람이 AI의 도움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몸값이 비싼 고급 인재들이 여럿 모여 어려운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기업으로선 더 안전하고 경제적인 자체 제작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선택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건 스타트업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난 6일 오픈AI가 노코드로 누구나 간단한 AI 챗봇을 구축하는 프로그램인 ‘GPTs’를 공개한 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업계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틈새 시장을 노린 소규모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의 가치는 아예 없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인터뷰에서 체스키는 “닷컴 버블처럼 지금 나온 AI 서비스의 90%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눈먼 투자금을 받고 사업성이 없는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들이 자연스럽게 도태됐던 닷컴 버블과 달리, AI 시대에는 스타트업 자체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차이다. 실리콘밸리에서 AI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는 “우리는 스타트업이 혁신을 이끌던 시대의 종말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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