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가 번영하던 냉전기… 亞선 2000만명 희생됐다
유석재 기자 2023. 11. 11. 03:03
아시아 1945-1990
폴 토머스 체임벌린 지음 | 김남섭 옮김 | 이데아 | 968쪽 | 5만5000원
“한국에서의 전쟁은 이른바 제한전이 민간인에게 가한 충격이 얼마나 끔찍한지 잘 보여주는 증거였다. 맹렬한 폭격, 도시 전투, 야만적인 대학살이 한반도를 철저히 파괴했다.” 1950~1953년 6·25전쟁의 참상을 초반에서 서술한 이 책은, 그러나 한국이 동아시아의 마지막 피해자가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악몽 같은 폭력의 많은 부분이 동남아시아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던 전쟁에서 되풀이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흔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열강의 영향력은 축소됐고, 아시아 각국은 탈식민화와 독립을 쟁취했다고 여겨진다. 과연 그뿐이었는가? 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1945년 이후 냉전 시기, 번영을 이룬 서구와 달리 아시아는 참혹한 ‘열전’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말한다.
중국 내전과 인도차이나·베트남 전쟁, 캄보디아 대학살부터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레바논 전쟁까지 무려 2000만 명이 희생됐다. 강대국의 정치적 입장이 개입되긴 했으나 탈식민지 과정에서 불거진 아시아 각국과 각 세력의 전략적 이익 역시 전쟁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여전히 지중해 연안에서 포성이 멈추지 않는 지금, 그 불행은 단지 과거의 일에 머무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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