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하나하나 써내려간 고마움 목록, 주렁주렁 화환처럼 길어졌어요

이태훈 기자 2023. 11.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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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곰

고마워,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일레인 비커스 지음 | 서맨사 코터릴 그림 |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48쪽 | 1만4000원

아이는 첫눈을 기다리며 감사한 것들을 하나하나 색종이에 적어나갔다. 학교에서 가장 고마운 건 쉬는 시간에 함께 놀기 위해 기다려준 친구,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아주시는 선생님. 감각으로 구분하는 감사한 것들의 목록들도 기발하다. 수프, 양말, 소파 위의 담요는 따뜻해서 고맙고, 보송보송 마른 옷과 갓 구운 빵, 산뜻한 이끼는 보드라워서 고맙다.

아이의 일상이라고 좋은 일만 있을까. 하지만 아이는 열이 나는 이마에 엄마가 올려준 차가운 물수건, 까끌까끌 바람에 날리는 모래도 고마워한다.

/책읽는곰

어둑어둑 해가 지고 까만 하늘에 점처럼 별들이 박히기 시작하면 아이는 엄마 품에 비스듬히 기대 생각한다. ‘모든 것이 다 고마워요. 사랑과 꿈이, 밤과 아침이, 어김없이 뜨고 지는 해와 달이, 내가 소원을 비는 별과 촛불들이.’ 아이가 쓴 고마운 것들의 목록은 그렇게 계속 늘어간다.

모든 감사한 것들의 목록이 색색깔 종이띠에 아이의 손글씨로 주렁주렁 자리 잡았다. 책장과 창가에 걸어놓으니 포도넝쿨이나 화환 같다. 이 목록이 완성될 즈음엔 방 창 밖으로 고운 눈이 내릴 것이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덕에 아이는 앞으로 겪어가야 할 인생의 겨울들을 조금은 더 따뜻하게 날 수 있을 것이다.

/책읽는곰

책 속 등장 인물을 모두 종이 인형으로 표현하고, 가구와 소품, 교실과 책방 같은 장소의 모든 물건까지 세밀하게 만든 뒤, 심도 깊은 렌즈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그림책. 바람에 꽃비를 날리는 벚꽃나무, 잔디밭의 피크닉, 헬멧을 쓴 아이들의 신나는 사이클 경주 같은 장면들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처럼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다.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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