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하나하나 써내려간 고마움 목록, 주렁주렁 화환처럼 길어졌어요
고마워,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일레인 비커스 지음 | 서맨사 코터릴 그림 |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48쪽 | 1만4000원
아이는 첫눈을 기다리며 감사한 것들을 하나하나 색종이에 적어나갔다. 학교에서 가장 고마운 건 쉬는 시간에 함께 놀기 위해 기다려준 친구,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아주시는 선생님. 감각으로 구분하는 감사한 것들의 목록들도 기발하다. 수프, 양말, 소파 위의 담요는 따뜻해서 고맙고, 보송보송 마른 옷과 갓 구운 빵, 산뜻한 이끼는 보드라워서 고맙다.
아이의 일상이라고 좋은 일만 있을까. 하지만 아이는 열이 나는 이마에 엄마가 올려준 차가운 물수건, 까끌까끌 바람에 날리는 모래도 고마워한다.
어둑어둑 해가 지고 까만 하늘에 점처럼 별들이 박히기 시작하면 아이는 엄마 품에 비스듬히 기대 생각한다. ‘모든 것이 다 고마워요. 사랑과 꿈이, 밤과 아침이, 어김없이 뜨고 지는 해와 달이, 내가 소원을 비는 별과 촛불들이.’ 아이가 쓴 고마운 것들의 목록은 그렇게 계속 늘어간다.
모든 감사한 것들의 목록이 색색깔 종이띠에 아이의 손글씨로 주렁주렁 자리 잡았다. 책장과 창가에 걸어놓으니 포도넝쿨이나 화환 같다. 이 목록이 완성될 즈음엔 방 창 밖으로 고운 눈이 내릴 것이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덕에 아이는 앞으로 겪어가야 할 인생의 겨울들을 조금은 더 따뜻하게 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등장 인물을 모두 종이 인형으로 표현하고, 가구와 소품, 교실과 책방 같은 장소의 모든 물건까지 세밀하게 만든 뒤, 심도 깊은 렌즈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그림책. 바람에 꽃비를 날리는 벚꽃나무, 잔디밭의 피크닉, 헬멧을 쓴 아이들의 신나는 사이클 경주 같은 장면들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처럼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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