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단 사냥개가 추적… 멧돼지 한마리 잡으면 30만원
지난 3일 정오쯤 경기도 남양주시 광릉수목원 내 야산. “컹, 컹!” 사냥개 짖는 소리가 들리자 ‘탕, 탕’ 총성이 울렸다. “꾸웩” 소리가 났다. 포수(砲手)의 총구 앞에 무언가 풀썩 쓰러졌다. 몸길이 1m, 50㎏ 정도로 보이는 야생 멧돼지였다. 30년 경력의 포수 노일홍(66)씨는 “(멧돼지는) 야행성이라 낮엔 몸을 숨기고 있어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이날 기자는 남양주시 ‘유해 조수 포획단’의 멧돼지 사냥에 동행했다. 농작물을 망치는 멧돼지는 2005년 유해 조수(인간에 피해 주는 짐승)로 지정됐고, 2019년엔 양돈 돼지에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옮기면서 ‘개체 조절(포획)’ 대상이 됐다. ASF는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돼지 전염병’이다. 멧돼지 포획은 지방자치단체가 허가한 포수만 할 수 있다. 작년 기준 전국에 5200여 명의 포수가 지자체에 등록돼 있다.
이날 포획 작전은 2인 1조로 오전 9시부터 진행됐다. 사냥개 3마리와 2마리가 각각 따라붙었다. 사냥개는 GPS 장치가 내장된 목줄을 걸고 있었다. 포수는 화면이 부착된 무전기로 개들의 위치를 실시간 확인했다. ‘리더(대장)’ 사냥개가 낙엽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더니 먼저 숲으로 뛰어가며 짖었다. 후각이 가장 예민해 멧돼지 흔적을 먼저 포착한 것이다. 나머지 두 마리가 뒤쫓았다.
20여 분이 흐르고 “탕” 첫 번째 총성이 울렸다. 건너편 산등성이에 있던 포수 유귀상(50)씨가 “안 맞았어”라고 무전기로 알렸다. 그러다 바로 “아니다. 우리 쪽 사냥개 한 마리가 숲 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GPS에 잡힌다. 개가 멧돼지를 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후 “(멧돼지를) 놓쳤다”는 무전이 왔다.
산 곳곳에 멧돼지 흔적이 있었다. 포수 노씨는 움푹 파인 땅을 가리키며 “멧돼지가 ‘코질’(코로 흙을 파며 먹이 찾는 행동)한 흔적”이라고 했다. 멧돼지는 염분 보충을 위해 지렁이를 잡아 먹는 습성이 있다. 습한 여름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것도 지렁이와 관련 있다고 한다. 털이 붙은 나무 밑동도 있다. 멧돼지는 기생충을 떼내려고 진흙에 몸을 굴린 뒤 나무 표면에 털을 문질러 닦는다. 멧돼지가 다녀간 나무 밑동은 반들반들한 경우도 있다.
이날 3시간 동안 2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했다. 이렇게 잡은 멧돼지는 소각이 원칙이다. 야생 맷돼지 고기는 기생충 감염 등 위험이 있다. 노씨는 “3~4년 전엔 멧돼지 7~8마리는 쉽게 발견했는데, 돼지열병(ASF) 발생 이후 많이 잡아서 요즘은 줄었다”고 했다. 정부가 ASF 확산을 막으려고 포획을 늘리면서 전국 산지의 멧돼지 서식 밀도는 2019년 1㎢당 6마리에서 작년 1.1마리로 줄었다. 환경부는 산지 1㎢당 멧돼지 서식 밀도를 0.7마리로 줄여 나갈 계획이다. 멧돼지를 잡으면 포수에게 마리당 20만~30만원을 준다.
그런데 올해 1~9월 서울에선 288마리의 멧돼지가 잡혀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산에서도 557마리의 멧돼지가 잡혔다. 주택가나 도로까지 내려와 주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부산 같은 대도시 산에선 오발 등 위험 때문에 포수가 멧돼지를 잡기 어렵다”며 “대도시는 산과 대규모 민가가 가까워 먹이를 구하러 내려오는 멧돼지가 많다”고 했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박사는 “10~12월은 멧돼지 짝짓기 철인데 경쟁에서 밀려난 개체들이 산 아래로 내려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12월부터 산지에 드론을 띄워 멧돼지를 추적할 계획”이라며 “멧돼지는 언제든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길 수 있고 농작물과 무덤을 파헤치는 등 사람에게 계속 피해를 주기 때문에 포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멧돼지 포획량은 2018년 4만2667마리, 2019년 10만819마리, 2020년 9만1475마리, 2022년 7만375마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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