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급등했다 주르륵… 공매도 금지, 반짝 효과에 그쳐

최형석 기자 2023. 11.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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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427.08)보다 17.42포인트(0.72%) 하락한 2409.66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02.87)보다 13.56포인트(1.69%) 내린 789.31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10.1원)보다 6.7원 오른 1316.8원에 마감했다./뉴시스

공매도 금지가 전격 시행된 첫 주인 6~10일 코스피 상승률이 중국·대만보다는 높았지만, 일본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첫날인 6일에는 사상 최대 상승 폭(134.03포인트) 기록을 세울 정도로 강력했던 공매도 금지 효과가 ‘반짝 특수’에 그친 것이다.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7% 내린 2409.66에 거래를 마쳤다. 공매도 금지 직전이었던 지난 3일(2368.34)과 비교하면 1주일간 1.7%(41포인트) 상승했다.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코스피보다 낮았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1.7% 하락한 789.31로 마감했다. 3일(782.05)보다는 불과 7포인트(0.9%)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공매도 계약 청산을 위해 주식을 되사는 절차가 거의 끝난 것으로 본다. 여기에 미국발 고금리 압력은 여전히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남아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9일(현지 시각) IMF(국제통화기금)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을 2%로 지속해 낮추는 과정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정책을 더 긴축하는 것이 적절할 경우, 우리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등 매파적 조치를 언제든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송윤혜

◇코스피, 이번 주 일본보다 덜 올라

공매도 전면 금지라는 대형 이벤트 때문에 코스피는 이번 주에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유난히 더 크게 출렁였다. 지난 6일 코스피는 전거래일(3일)보다 5.7%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나흘 동안 3.7% 하락했다.

코스피 주간 상승률은 대만(1.1%)·중국(0.3%)보다 높았지만, 일본(1.9%)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와 주가 급등이라는 소동에도 코스피는 한 주간으로 보면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의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이차전지주 주가도 시들해졌다. 6일 코스닥 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했던 에코프로의 주간 상승률은 7.5%로 축소됐고, 20% 넘게 급등했던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홀딩스도 한 주 동안 2.2% 오르는 데 그쳤다.

과거 세 차례의 공매도 금지 이후 코스피·코스닥지수 1개월 수익률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22%, 30%가량 하락했다. 반면, 유럽 재정 위기 때인 2011년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0.4%, 3.8% 올랐고, 코로나가 발병한 2020년에는 11%, 21% 올랐다. 공매도 금지와 주가 상승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IBK투자증권은 “공매도 금지의 약발이 소멸됐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에서 확실한 금리 하락이 발생하지 않으면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가 증시 최대 변수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 금리가 국내 증시 향방을 좌우할 최대 변수라고 지적한다. 미 경기 침체 전망에 지난 8일 연 4.49%까지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9일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나오며 0.13%포인트 오른 4.62%를 기록했다. 금리가 오르면 증시에 투자된 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이나 은행으로 이동한다.

미국 금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고금리 장기화 전망은 여전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9일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연 3.5~3.75%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저 금리 수준이 종전 전망치(연 3.0~3.25%)보다 0.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그만큼 연준이 금리를 덜 내릴 것이라는 뜻이다. 내년 4분기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은 유지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한국은행·세계은행 주최 콘퍼런스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장의 과장된 생각”이라며 “12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1번의 금리 인상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22억달러를 빼가며 작년 6월(-30억1000만달러) 이후 최대 순유출을 기록했다. 채권·주식 등의 순유출 행진은 3개월째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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