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스터 소수의견’ 조희대 후보자, 징용 전합때 판단 지금도 같은가
‘미스터 소수 의견’ ‘원칙론자’….
지난 8일 조희대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법원 안팎에서 나온 평가였다. 정치적 요소가 유독 많이 작용했던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도 조 후보자는 법리(法理)에 벗어나지 않은 엄격한 의견을 내왔다는 것이다. 그는 대법관 재임 중에 전원합의체 판결 113건에 참여해 30건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그런 평가를 받는 조 후보자의 전합 의견 중에 눈에 띄는 사건이 있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당시 11(찬성) 대 2(반대)로 결론이 났는데 조 후보자는 ‘다수 의견’에 섰다.
이는 2012년 김능환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썼다”면서 주도한 소부(小部) 판결을 대법 전원합의체의 이름으로 확정한 것이다. 50년가량 유지돼온 ‘한일 청구권 협정’의 효력을 일시에 부정한 ‘김능환 판결’에 대법원의 ‘권위’가 부여되자 후폭풍은 거셌다.
한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일본은 반도체 필수 소재 등 수출 규제에 나섰고 문재인 정부는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하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에도 균열이 갔다.
법원 안팎에서 전합 판결의 법리에 의문이 제기됐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현직 교수는 논문을 통해 “국제법에 위반되는 판결로 사법부의 권한을 완전히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가 동일한 취지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却下)하며 다수 의견의 판단을 부정하기도 했다. ‘청구권 협정에 따라 한국 국민은 징용 문제에 있어 법원 소송을 통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전합 소수 의견을 따른 것이다.
‘강제 징용’ 전합 판결은 정치의 도구로도 활용됐다. 당시 정부·여당은 이 판결을 앞세워 ‘친일 대(對) 반일’ 프레임을 짜고 선거에 활용했다. 조국 전 법무 장관은 “강제 징용 대법 판결을 부정하면 친일파”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하는 제3자 변제’라는 해법을 내놓으면서 한일 관계는 풀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를 ‘친일’이라 공격하고 재단 공탁금을 거부하는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정상화의 궤도를 흔들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미 양국은 막대한 대가를 지불했고, 대법 전합 판결은 거기에 일조했다.
그때 ‘다수 의견’에 합류했던 ‘미스터 소수 의견’은 이제 윤 정부의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돼 있다. 5년 전 판단이 과연 법리에 입각한 것이었는지,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조 후보자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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