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소부장으로 단련된 中企들 수소 기업으로 속속 전환, 국산화에 앞장
에너지 공기업과 대기업 주도로 싹을 틔운 국내 수소 산업은 이제 중견·중소기업의 새 성장동력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내연기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라 수소 전문 기업으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1988년 설립한 하이에어코리아는 선박 공조(空調)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1위(점유율 약 38%)다. 조선 불황이 길어졌던 2017년 타개책으로 수소 사업을 새 시장으로 주목했다. 선박용 제품 생산 노하우를 수소 사업에 접목했다. 2017년부터 두산퓨얼셀에 납품할 개질기(수소추출기)를 제작했고, 기술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작년에는 선박용 공조기·냉동기 기술을 수소 충전에 접목해 수소충전소용 냉각기(칠러)도 새로 개발했다.
1967년 창립한 경남 함안의 광신기계공업은 창립 이래 55년간 ‘가스압축기’에만 전념해온 명문 장수 기업이다. 2009년 국내 최초로 수소압축기를 개발했다. 국내 주요 수소충전소 40여 곳에 압축기를 공급했다. 1993년 설립 이후 30년 동안 산업용 냉각기만 전문적으로 생산해 왔던 삼정이엔씨도 수소 전문 기업으로 변신했다. 2021년 9월 수소 전문 기업에 선정된 이 회사는 2019년 수소 가스 충전용 냉각장치를 자체 개발하고, 주요 부품은 국산화율 87% 이상을 달성했다.울산 현대자동차 수소 충전소를 비롯해 전국 150여 개 수소충전소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9월 13~15일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수소 산업 전시회 ‘H2 MEET 2023′에 참가한 삼정이엔씨 관계자는 “국내 수소 산업 관련 부품 약 80% 이상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재, 부품, 장비를 수소 기술에 적합하게 국산화해 제조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 전문 기업 600곳을 발굴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주도의 수소 기술에는 관련 소부장 업체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21년 도입한 ‘수소 전문 기업’ 제도는 매출의 40~50%를 수소 사업으로 달성하는 기업을 수소 전문 기업으로 선정해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사업화, 금리·대출한도 우대 등을 지원한다. 올해 5월 기준 64개 기업이 수소 전문 기업으로 선정됐는데, 두산퓨얼셀, 두산모빌리티비이노베이션 등 대기업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견·중소기업이다. 한 제철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여러 업체의 종합적인 기술이 필요해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대거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가스공사도 IBK기업은행과 50대50 비율로 출연해 약 1600억원 규모 ‘수소 펀드’를 조성하고 국내 수소 중소기업에 저리로 최대 5억원을 대출 지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부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7대 분야 15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에 수소 등 3개 분야를 추가해 10대 분야 200대 기술로 확대하고,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최근 수소 경제 드라이브가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핀셋 지원책’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레이·블루·그린 수소
수소는 그레이·블루·그린 수소로 나뉜다.
그레이 수소는 천연가스를 수증기와 반응시켜 만드는 수소다. 현재 생산하는 수소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1㎏의 수소를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는 10㎏을 배출한다.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와 생산 방법은 같지만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을 적용해 수소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4㎏로 줄인 수소를 말한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수소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궁극적인 친환경 수소’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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