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까지 연 7% 경제성장”… ‘탈중국’ 수혜 누리는 인도

황성호 기자 2023. 11. 1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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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타오르는 인도 경제
올해 경제 성장률 6.3% 전망
中 제치고 ‘세계 1위’ 인구대국… “젊은 인구 8억, 무엇이 두렵겠나”
‘인도에서 만들자’ 제조업 육성 박차… 2018년 이후 유니콘 기업 107개 탄생
모디 총리 올해 첫 美 국빈 방문… “韓,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 해야”
《인도 경제, ‘脫중국 효과’에 미소


글로벌 경제가 고금리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신음하는 와중에도 인도 경제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젊은 노동인구가 풍부하고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는 데다, 인도 정부도 규제 혁신에 나서며 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탈(脫)중국 현상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인도 경제의 상황을 분석해 본다.》
“세계와 인도의 최고를 하나에 모았습니다.”

1일(현지 시간) 인도의 상업 중심지 뭄바이에 최초로 들어선 명품 쇼핑센터 ‘지오 월드 플라자’의 온라인 웹사이트 대문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약 6만6000㎡(약 2만 평) 규모의 이 쇼핑센터엔 발렌시아가, 생로랑, 베르사체 등 66개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입점했다. 컨설팅 회사 테크노파크의 아르빈드 싱할 회장은 “최근 7∼8년 동안 인도엔 고급 자동차와 보석을 구입할 수 있는 새로운 부유층이 등장했다”며 이러한 쇼핑센터가 등장한 이유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설명했다.

인도 경제가 비상하고 있다.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영국을 제치며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떠올랐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75년 만이었다. 올해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대국으로 올라섰다.

국제 정세도 인도가 한껏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중 관계의 악화로 그동안 ‘세계의 굴뚝’이던 중국이 그 자리를 인도에 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의 마중물인 금융산업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인도에 진출하고 있다.

● ‘3고(高)’ 피해간 14억 인구 경제 순풍

고금리와 고물가, 고유가까지 ‘3고(高)’ 현상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인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초 올해 인도의 GDP 성장률이 석 달 전 전망보다 0.2%포인트 높은 6.3%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내년도 GDP 성장률은 기존 예측대로 6.3%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가 내년도 세계의 GDP 성장률(2.9%)을 기존보다 0.1%포인트 낮게 잡은 것과 대조된다. 중국의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5.0%, 4.2%로 내다봤는데, 이는 석 달 전 전망보다 0.2%포인트, 0.3%포인트 낮다.

그에 앞서 올 8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인도의 연평균 GDP 성장률이 2031년까지 6.7%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 정부의 수석경제고문인 아난타 나게스와란도 8월 말 경제성장률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제유가 압박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장기화 등 외부 요인에 따른 하강 위험이 있지만 인도 경제의 성장 전망은 밝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인도 정부의 자신감은 상당 부분 ‘인구 보너스 효과’에서 나온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5년 “젊은 층 인구가 8억 명이나 되는 인도가 무엇이 두렵겠는가”라고 말하며 ‘인구 대국’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 전망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인도의 인구는 14억2862만 명으로 중국(14억2567만 명)을 근소하게 제치며 처음으로 세계 1위가 됐다. UNFPA는 인도의 인구가 2050년까지 16억68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반면 같은 해 중국은 13억1700만 명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 중위 연령 29세… 저임금-영어 능통 이점

모디 총리의 말처럼 14억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젊은 층이라는 점은 인구 경제의 앞날을 밝히는 요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올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인도의 중위 연령이 29세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젊은 노동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38세)과 베트남(32세) 등 다른 개발도상국보다 젊은 층이 많다. 그 결과 인도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30달러(약 30만 원) 정도로 중국의 20%에 불과해 글로벌 기업들의 입장에선 경영에 큰 이점이 있다. 또 인도는 각 지방의 언어가 1600개에 달해 다른 지방 사람들끼리 대화할 땐 보통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엔 의사소통에도 장점이 있다.

인도 정부 역시 꾸준히 규제 혁신에 나서며 산업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 직후 ‘인도에서 만들자(Make In India)’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2014년 14%에 불과한 전체 산업 중 제조업 비중을 2025년까지 25%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제조업 비중은 2022년 18%까지 올라왔다. 인도 정부는 2019년부터 자국 기업의 법인세를 기존 30%에서 22%로 인하하고 새로 설립된 현지 제조 기업의 법인세를 15%로 낮추는 등의 개혁을 감행하며 ‘굴뚝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비상장 신생기업, 이른바 ‘유니콘 기업’도 인도에서 대거 태동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인도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은 총 107개로 세계 3위 규모다. 공사 측은 “인도는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정보기술(IT) 인력을 손쉽게 채용할 수 있고, 다른 나라보다 현격히 낮은 통신비가 디지털을 통한 스타트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엔 미중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지역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인도로 이전하는 서방 기업이 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미국의 리서치업체 로듐그룹의 연구보고서에 근거해 지난해 서방 기업들이 인도에 생산기지를 만드는 등의 ‘그린필드 투자’가 2021년과 비교해 4배(650억 달러·약 86조 원) 늘어났다고 전했다. 반면 서방 기업의 중국에 대한 관련 투자는 2018년 1200억 달러(약 157조 원)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200억 달러(약 26조 원)로 급감했다.

● 글로벌 IB M&A 수익, 中보다 더 컸다

인도의 산업 기반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글로벌 금융권에서도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올 1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 은행들은 인도에서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 등 투자은행(IB) 분야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업무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최대시장인 중국보다 인도에서 더 많은 M&A 수익을 거뒀다. 경기침체로 글로벌 M&A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인도에선 현지 HDFC은행이 모회사와 600억 달러(약 78조 원) 규모의 M&A를 단행하는 등 ‘빅딜’이 잇달았기 때문이다.

뭄바이에 대규모 명품 쇼핑센터가 들어선 데서 알 수 있듯 인도 부호의 급증으로 이들의 자산관리 시장도 관심을 받고 있다. HSBC은행은 최근 인도 프라이빗뱅커(PB)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고, 도이체방크는 인도 현지에서 최근 3년 동안 투자운용사 관련 인력 44명을 고용했다. 노무라는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신규 지점을 만들고 중동에 사는 인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 방침을 밝혔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2047년에 인도 인구의 60% 이상이 중산층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정부가 외국계 보험회사의 진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인도의 보험업도 주목받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인도가 2032년 독일과 이탈리아, 한국을 제치고 세계 6위 규모의 보험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7월 “인도의 국영 보험회사가 보험시장에서 독과점 수준의 지위를 지속해오다 민영화 및 규제 완화 등 내외부 환경 변화를 거치면서 민영 보험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 인도 정상과 올해 두 차례 만난 바이든

인도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최근 미국의 행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올해 6월 모디 총리는 국빈 자격으로 3일간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최소 세 차례 회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는 취임 이후 미국을 다섯 차례 방문했지만 국빈 자격으로 방미한 건 처음이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9월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 수도 뉴델리를 찾아 석 달 만에 다시 모디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미국이 이처럼 인도에 공을 들이는 것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안보에 있어서도 인도가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중국과 히말라야 남쪽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와 카슈미르 지역 악사이친 고원을 두고 영토 분쟁을 벌이는 ‘앙숙’ 관계다. 인도와의 밀착을 통해 대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중국을 군사적으로도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 시장의 한계도 명확하다. 물동량 기준 세계 50대 항구 가운데 인도의 항구는 한 곳도 없다. 이에 비해 중국은 14곳에 달한다. 인도의 고속도로는 전체 도로 중 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한 것이다. 또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해 주별로 다른 법과 조세 구조도 외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는 데 부담으로 꼽힌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향후 상당 기간 인도 경제가 중국을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성장 잠재력과 지정학적 수혜를 감안해 우리나라도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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