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맘카페’ 그 다정함의 이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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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0세 때 아이를 낳은 저자에게 맘카페는 별세계였다.
출산 후 전업주부가 된 저자는 하루 3번 맘카페를 찾는 충성 회원이었다가 5년 전부터 카페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가 처음 맘카페를 찾은 이유는 "정보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내부자로서 맘카페를 마냥 변호하기보다 내부의 폭력성을 있는 그대로 성찰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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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요즘 엄마들’의 현실을 비춘다. 저자가 처음 맘카페를 찾은 이유는 “정보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대가족이 한집에 살며 아이를 함께 기르던 과거와 달리 핵가족 시대엔 부모가 오롯이 양육을 책임진다. 육아를 엄마의 몫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선 보통 이 책임을 엄마가 짊어진다. ‘파파카페’는 없고 맘카페만 존재하는 현실은 자녀 양육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고정된 성 역할을 뚜렷이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내부자로서 맘카페를 마냥 변호하기보다 내부의 폭력성을 있는 그대로 성찰했다는 점이다. 욕설이 난무하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달리 맘카페 회원들은 둥글둥글한 말투를 지향한다. 존대가 원칙이다. 저자는 겉보기에 선해 보이는 맘카페의 언어는 이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엄마다움’의 반영이며, 맘카페는 근본적으로 선하기만 한 곳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언어의 이면(裏面)에 숨겨진 집단린치를 들여다본다. 맘카페의 조직력을 활용해 동네 상권에 ‘별점 테러’를 하는 행위가 그중 하나다. 맘카페를 “힘 있는 공간”이라고 규정한 저자는 맘카페 회원들에게 보다 주체적인 인식을 요구한다. “‘약자는 선량하다’는 함정이 나의 이기심을 강화하고 집단의 힘을 좇는 일로 이어졌던 건 아닌지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
이 같은 자성과 함께 “파파카페도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았다. 아이 문제를 놓고 같이 머리를 맞댈 동반자가 있다면, 엄마 홀로 맘카페에서 전전긍긍할 일은 줄어들 것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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