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연구할까[곽재식의 안드로메다 서점]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작가 2023. 11. 1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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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들은 서로 그 질량만큼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이 너무 약해서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가끔 신문 기사에서 밤하늘에 무슨 혜성이 나타날 것이라든가, 우주쇼가 벌어질 것이라는 등의 사실을 예상해서 알려줄 수 있는 것도 그런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암흑물질이 검은색이라면 그것은 "빛을 가리는 성질이 있구나"라는 성질을 알아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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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85%가 암흑물질이라니…
지금 우리 옆을 흐르고 있을지도
◇암흑 물질과 공룡/리사 랜들 지음·김명남 옮김/600쪽·2만5000원·사이언스북스
세상 모든 것들은 서로 그 질량만큼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다. 이 힘을 만유인력이라고 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사이에도 서로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만큼으로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 힘이 너무 약해서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래도 무거운 물체라면 그 힘은 상당히 강해질 수 있다. 지구 정도 되는 무게를 갖고 있으면 지구 주변을 도는 달이 지구 주위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끌어당길 만한 힘을 갖게 된다. 17세기 과학자들은 미적분학을 발전시켜서 어떻게 행성, 혜성, 소행성이 서로를 잡아당기는지 알아냈다. 힘을 받은 그 물체들이 어떤 모양으로 움직이게 되는지 정밀히 계산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가끔 신문 기사에서 밤하늘에 무슨 혜성이 나타날 것이라든가, 우주쇼가 벌어질 것이라는 등의 사실을 예상해서 알려줄 수 있는 것도 그런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이 계산이 어그러지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은하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은하는 별 수천억 개가 모여 있는 거대한 덩어리를 말한다. 이렇게 커다란 은하의 움직임을 따져 보면 왜인지 별들의 무게보다 더 센 힘을 받는 것처럼 움직인다. 무엇이 힘을 더 주는 걸까?

현재 과학자들은 그 원인이 아직 우리가 알아내지 못한 어떤 무게를 지닌 물질이 별 사이에 이리저리 끼어 있어서 무게를 더해 주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그 보이지 않고, 감지하지도 못한 정체불명의 물질을 ‘암흑물질’이라고 한다. 이름과 달리 암흑물질이 검은색은 아니다. 만약 암흑물질이 검은색이라면 그것은 “빛을 가리는 성질이 있구나”라는 성질을 알아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암흑물질은 색깔도 확인할 수 없고 빛을 가리는 것 같지도 않다.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수수께끼의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소개한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기초 지식에서부터 본인이 도전한 암흑물질에 대한 최근 연구까지 모두 설명하고 있다.

세상에 암흑물질은 얼마나 많을까? 답은 충격적이다. 우리가 성질을 알고 있는 보통 물질보다 오히려 암흑물질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물질 중 15% 정도만이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보통 물질이다. 85%의 물질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이라는 것이 현재의 추정이다. 이 추정대로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양의 암흑물질이 우리 몸 주변을 훑고 지나다니며 흐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직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은 이렇게나 많다.

이 책의 절묘한 재미는 신비롭고 이상하지만, 실생활과는 별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암흑물질이라는 주제를 결국 우리에게 친근하고 생생한 문제들에 끌어다 붙여 느끼게 해 준다는 데 있다. 특히 한참 우주와 별을 이야기하던 책이 결론 무렵에 이르면 갑자기 반전처럼 공룡 이야기로 이어진다. 과학의 짜릿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순간이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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