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탄핵안 30일 재발의” vs 與 “법적조치 총동원”
“내달 1일 본회의 열어 처리 방침”
與 “野, 국회법 원칙 훼손 시도
권한쟁의심판-가처분신청 할것”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지 하루 만에 철회했다. 전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취소해 탄핵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치지 못하자 재추진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 민주당은 30일 탄핵안을 재발의해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안 철회에 반발해 “권한쟁의심판과 정기국회 내 탄핵안 재발의 금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조치를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제출한 탄핵안과 관련해 당이 이날 오전 철회서를 제출했고, 철회서가 접수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엔 철회했지만, 이달 30일과 다음 달 1일 연이어 잡혀 있는 본회의 등을 시점으로 탄핵안 추진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9일 본회의에 보고한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은 국회법상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민주당은 탄핵안이 자동 폐기되면 탄핵안 재추진 때 ‘일사부재의(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을 고려해 철회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이재명 대표 수사를 지휘하는 이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해선 전날 탄핵 추진에 이어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에 앞서 이날 국회사무처는 탄핵안 철회 가능성 여부를 놓고 여야가 각자 유리한 해석을 내놓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사무처에 접수된 탄핵안 철회서를 이날 오후 결재했다. 김 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만 이뤄져 의안으로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24시간 이내에 철회하면 회기 내에 다시 발의해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방통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영혼까지 팔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국회사무처가 짬짜미를 했다”며 “국회법의 근간이 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이유 등으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할 방침이다.
野 “이동관-검사 탄핵안 내달1일 처리” 與 “권한쟁의심판 청구”
野, 철회로 자동폐기 막고 “재발의”
與 “본회의 동의 없어 철회 불가”엔
국회사무처, 민주당 손들어 줘
이동관 “민주주의 무력화 신종테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 철회 및 재추진은 법적으로는 명백하게 무효다.”(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
“언론의 자유를 지키라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이 위원장의 탄핵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이 10일 민주당의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철회를 받아들이자 여야는 더 첨예하게 대립했다. 민주당은 이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재보고하고, 다음 달 1일 표결이 가능해졌다고 보고 여론전을 펼쳤다. 이에 국민의힘은 “탄핵안만을 위해 본회의를 열 수는 없다”며 13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계획을 밝히는 등 탄핵안 재발의 저지에 나섰다.
● 野, 與 필리버스터 취소에 탄핵안 철회로 맞불
이날 오전 국회는 탄핵안 철회에 대한 법적 판단을 두고 여야가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급박하게 돌아갔다. 국회법 90조 2항에 따르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은 본회의 동의를 받아야 철회할 수 있는데, 이를 놓고 여야가 정반대의 주장을 한 것.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는 순간 (자동 폐기 시한까지) 시간이 카운트가 되는데 그게 의제가 아니면 무엇이 의제냐”고 했다. 반면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국회에 보고만 됐다고 해서 바로 안건이나 의제가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국회사무처는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김 의장은 민주당이 제출한 탄핵안 철회 요구서를 이날 오후 결재했다. 국회사무처장은 민주당 출신 이광재 전 의원이다. 김 의장은 이날 김용민 민형배 강민정 등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방통위원장 탄핵은 국민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검사 탄핵은 그때그때 좀 하지 그랬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與 “동의권 침해…권한쟁의심판 제기”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민주주의 제도를 부인하거나 무력화하는 걸 최근에는 정치학자들이 ‘신종 테러’라고 얘기한다”며 반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해서 절차에서까지 이렇게 무리하면 국민은 ‘사사오입’(개헌)을 떠올릴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또 “탄핵이라는 것은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헌법 법률을 위반한 과거의 사실을 문제 삼아서 단죄하는 제도”라며 “그런데 민주당은 방통위원장의 지금과 미래에 할 직무를 정지시키기 위해 탄핵한다는 것이다. 불법 탄핵”이라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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