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공매도 금지 예외 없어야”…금융당국, 기관들 불공정 여부 조사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기에도 예외적으로 공매도가 가능한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에 대해서도 불공정 여부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국내 일부 증권사·금융기관이 맡고 있는 MM·LP는 거래가 부진한 종목에 매수와 매도 가격을 유지해 거래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만약 이들의 불법 공매도 정황이 드러날 경우 사상 초유의 ‘예외 없는 공매도 전면 금지’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에 MM·LP의 공매도에 특이사항이 있는지 조사하도록 요청했다. 또 이들의 공매도를 막을 경우 투자자 보호나 시장 발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당국은 6일부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하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MM·LP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했다. 앞선 세 차례의 공매도 금지기도 마찬가지였고, 미국·EU 등 주요국도 공매도를 금지하더라도 MM·LP의 공매도는 허용한다.
하지만 일부 강성 개인 투자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공매도 금지의 ‘맹점’이라며 같은 잣대를 적용하라고 주장한다. 특히 MM이 제도 취지를 어기고 거래가 많은 종목까지 공매도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에코프로비엠에 공매도 금지 기간(7월 27~28일)임에도 공매도 물량이 유입된 게 대표적이다. 예외적 허용이 불법 거래의 통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기간인 2020년 3월 말~8월 중순까지 무차입 공매도를 한 외국계 증권사 네 곳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런데 이 기간 공매도 주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MM·LP 뿐이라 개인 투자자들은 이들이 외국계 증권사의 우회로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예외적 공매도에 대한 개미들의 불만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예외적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 달라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2월 시장조성자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적이 있다”며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에 대한 공매도 예외적 허용이 불공정한지 면밀히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장조성자는 해당 시장을 형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역할이 있어서 과거 금지 조치 때도 금지를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라면서도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막을 경우 투자자 보호나 우리 시장 발전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다시 한 번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예외 없는 공매도 전면 금지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거래소는 9일 “예외 공매도가 불허될 경우 시장조성이나 유동성공급을 위한 호가 제출이 어려워 해당 종목 투자자들의 원활한 거래가 어려워진다”며 “투자자의 매도 기회가 제한되고 기초자산과 가격 차이가 커지는 등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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