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연체율 치솟아, 인뱅 대출 목표 채우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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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중금리 대출’ 딜레마
목표치냐, 연체율이냐. 연말 중·저신용자(신용점수 평점 하위 50%) 신용대출 목표 비중을 달성해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3사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2017년 인가 당시 시중은행에서 외면 받는 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와 중·저신용자에게 이른바 중금리 대출을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출범했다. 이에 인터넷은행 3사는 2021년부터 연간 목표치를 설정해 중·저신용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신용대출을 내주고 있다. 3사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케이뱅크 25.4%, 카카오뱅크 28.4%, 토스뱅크 35.6%로, 올해 각사 목표치(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 토스뱅크 44%)까지 각각 6.6%포인트, 1.6%포인트, 8.4%포인트가 남았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 파고 속에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대출 비중과 연체율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인터넷은행은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 통상 중·저신용자의 경우 고신용자보다 상환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연체율은 낮추면서도 대출 잔액을 늘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8월 말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은 8조2099억원에서 9조1494억원으로 11% 늘어난 반면 연체율은 63% 증가했다. 8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연체율은 카카오뱅크 1.68%, 토스뱅크 3.4%, 케이뱅크 4.13%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걸어 잠그자 시중은행 채무자들이 신용대출 잔액을 늘려야 하는 인터넷은행으로 몰려든 영향이다.
인터넷은행 3사는 출범 초기부터 자체 대안신용평가모형(ACSS)을 개발해 중·저신용자와 신용이력부족자를 선별해 연체 리스크를 줄이려 노력해왔다. 카카오뱅크는 롯데멤버스, 교보문고 등에서 도서구매 정보, 자동이체 정보 등을 활용한 자체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 스코어’로 중신용자와 금융이력부족자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연말까지 자체 행동평점(BS) 모형을 세분화해 심사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 연체에 따른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해 3사는 지난해 대비 2배 수준으로(92.3%)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쌓았다. 이 중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경우 시중은행인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과 비슷한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기록하는 등 연체율 폭탄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대손충당금은 회계 처리 시 비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 금액을 무한정 늘리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출 비중과 연체율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에 근본적인 딜레마가 내재한 만큼 대출 비중을 낮추거나 산정방식을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의 잔액 기준으로 대출 비중을 관리하는 방식은 대출 상각과 중도상환을 어렵게 만들어 이용자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면 신규 취급액으로 기준을 변경하되,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자율성을 확대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30~40%에 달하면 건전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합리적인 정책이 아닌 만큼 인터넷은행이 대출 시장의 ‘메기’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탄력적인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에 회의적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3사와 내년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액을 정하기 위한 논의에 돌입했다. 인터넷은행 측은 연체율 관리와 관련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산정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내부통제나 이자 장사 문제로 은행권 전체가 뭇매를 맞고 있다 보니 규제 완화 정책이 모조리 연기된 상태”며 “내년 총선까지는 규제가 완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 교수는 “인터넷은행 설립의 근본적인 취지는 중·저신용자 대출이 아닌 금융혁신”이라며 “본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혁신을 가로막는 정책은 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출범 당시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약속해온 만큼 규제를 완전히 바꾸긴 어렵다”면서도 “건전성도 관리가 필요한 만큼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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