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바이든-시진핑 회동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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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5일 APEC 정상회의 때 만나
중국은 미국의 기술통제 완화 바라
군사대결 완화 획기적 조치 기대난
내년 미 대선까지 ‘잠 못 이루는 밤’
」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졌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 진입해서 하마스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는데, 헤즈볼라의 본격적인 개입과 확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군사적 목적을 달성한 후에 가자지구를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직접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블링컨 국무장관은 안 될 말이라고 선을 그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참여 없는 통치는 안 된다는 것이고, 결국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압바스에게 통치를 맡길 의중이다. 그런데 압바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대단히 인기가 없고 자치정부는 부패로 비판받고 있다. 결국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수립과 공존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그 목표에 도달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게다가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은 미국이 지나치게 친이스라엘적이라 하여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나흘 후 15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은 고조돼 가던 긴장 관계를 과연 개선할 수 있을까?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를 풀고,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중국으로의 투자를 유도하려 힘쓸 것이다. 15일 정상회담 후 시진핑 주석은 미국 기업인들과 만찬 회동을 하면서 미국 기업인들의 중국 투자를 독려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최근의 미국 기업계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11월 9일자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중국 기업인협회(U.S.-China Business Council) 회원사 중 34%가 지난해 1년간 중국 투자를 중단했거나 줄였다고 한다. 디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리면서 가라앉고 있는 중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 측의 관심사는 양국 군 당국 간의 소통 채널 마련, 핵무기 생산 제한, 중동 문제 협력,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출 금지, AI 규제 관련 합의 도출 등일 것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양국 군사 당국 간의 소통 채널을 마련하고 양국 간 긴장이 자칫 오해나 사고로 인해 무력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안전장치(가드레일)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바이든 팀은 분야에 따라 대결과 경쟁을 할 때 하더라도, 군사적 충돌 방지나 환경 등 상호 협력할 분야에서는 협력하자고 중국에 제안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중국 측은 자신들이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에 합의해 주면 미 해군 함정이나 공군 전투기가 더욱더 안심하고 중국 주변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만난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는 중국 측의 입장은 “가드레일을 만든다 해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유일한 해결책은 당신들이 잘못된 하이웨이로 달려왔으니 유턴해서 되돌아가는 것뿐이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전투기나 해군함정들은 수시로 미국 전투기나 함정들 수십m 가까이 접근하며 위협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도 이 같은 양국 간 군사대결 관계를 안정화시킬 획기적 조치를 내놓을 것 같지 않다. 중국은 근본적 관계 개선보다 지금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를 약화시키며 시간을 벌고, 내년 대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심산일 것이다.
이러한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1년 후 미국 대선에서 어떻게 결판날 것이냐가 한반도 상황은 물론이고 향후 세계질서의 향배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4년은 1945년이나 1991년에 맞먹는 중요한 해가 될 공산이 크다. 앞으로 1년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많이 지새워야 할 것 같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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