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재활용 소재 아웃도어…자연을 입는다, 환경을 살린다

서정민 2023. 11. 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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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스포츠 론칭 50주년 기념 전시
영하 50도 환경의 남극 탐사팀 지원을 위해 제작된 방한복. [사진 코오롱스포츠]
국내 최초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론칭 50주년을 맞아 11월 19일까지 서울 용산의 복합문화공간 레이어20에서 ‘에버그린 에너지(EVERGREEN ENERGY)’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실물 상품과 인쇄물 등의 아카이브를 통해 지난 50년간 코오롱스포츠가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무엇을 노력하고 발전시켜 왔는지 회고하고, 또 내일로 향하는 새로운 여정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자리다.

아카이브(Archive)란 가치 있는 기록물을 보관하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자사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과거로부터 오늘과 미래를 위한 영감을 얻었다는 말인데, 이는 브랜드의 역사와 정통성에 대한 자부심이자 오랜 기간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해 왔는지에 대한 증거다. 지난 몇 년간 수많은 관람객을 모았던 루이 비통, 디올, 구찌, 반클리프 아펠 등의 대규모 서울 전시도 결국 그들의 아카이브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50년의 역사를 쓴 코오롱스포츠의 이번 전시가 귀한 가치를 지닌 이유다.

전시장 내 25m 길이 전나무 숲길 조성

50년 간의 대표 이슈를 정리한 아카이브 공간. [사진 코오롱스포츠]
전시는 총 2개 층으로 구성됐는데, 1층에선 전나무 숲길과 키네틱 아트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총 17그루의 전나무로 25m길이의 숲길을 조성했는데, 실제 숲에 온 것처럼 기분이 청량해진다. 이들 나무는 전시가 끝나면 산불화재가 있었던 경상북도 울진 지역 숲으로 옮겨 심을 계획이다.

키네틱 아트 설치작품 ‘체이싱 더 윈드(CHASING THE WIND)’가 있는 공간에선 자연과 디지털이 함께 선사하는 힐링 체험을 할 수 있다. 기상관측 오픈 API 데이터로 전시장 주변 바람의 풍속과 풍향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상단의 커다란 천이 움직이도록 한 작품이다. 캠핑의자에 앉아 천이 불규칙하게 바람에 날리면서 미디어 아트를 펼치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품속에 있는 듯 편안함이 느껴진다.

2층에 마련된 ‘솟솟터널(상록수 로고를 초대형 구조물로 제작한 것)’ 안에는 총 6개의 방이 있다. 각각 브랜드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아카이브와 상품 실물들이 전시됐는데, 그 내용이 국내 아웃도어 의류 R&D 역사와 레저문화 역사의 변천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첫 번째 방 ‘아카이브 월(ARCHIVE WALL)’에선 다양한 광고 인쇄물들을 볼 수 있는데, 국내 레저문화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모노 머티리얼 시스템’ 룸. 원부자재를 한 가지 소재로 옷을 만들면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사진 코오롱스포츠]
코오롱스포츠는 1973년 자체 기술력으로 국내 최초의 등산복을 출시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국내에는 레저·스포츠문화가 전무했고 당연히 의상조차 마땅치 않아 군복과 군화, 또는 교련복을 입고 산에 올랐다. 77년 2월에 제작한 텐트 인쇄 광고를 보면 ‘미라클’이라는 단어만 크게 적혀 있다. ‘캠핑 라이프’라는 단어는 78년 7월 인쇄 광고에 처음 등장한다. “캠핑 라이프야 말로 진정한 레저 중의 레저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집을 떠난 당신이 스스로 만드는 집, 코오롱텐트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세요.” 본격적인 산업화로 경제발전과 더불어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여가’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했고, 사람들은 비로소 자연에서 하룻밤이라는 추억을 갖게 됐다.

80~90년대는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전문성과 확장성을 고민하는 시기였다. 앞 다투어 전문산악 등반팀을 후원하고, 등산학교 문을 열던 때다. 코오롱스포츠는 80년 해외 고산 원정(마나슬루) 지원을 시작했고, 85년에는 ‘레스코등산학교’를 개교했다. 90년에는 전문적 등반교육을 위해 ‘클라이밍반 1기’를 배출했고, 전문가들의 해외 고산 원정 경험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극한의 환경에서 안정성을 유지하는 소재와 디자인 연구해 집중해 93년 보온·방수·투습·방풍 기능이 탁월한 고어텍스 의류를 제작했다.

변천사
전문 산악인들과 함께 산악 및 탐사 단체를 구성하는 레저문화는 2000년대까지 계속됐다. 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을 즐기는 공간으로 삼게 된 것은 2010년 이후부터다. 현재의 레저문화는 가볍게 산 둘레길을 걸으며 트레일러닝을 즐기고, 요가를 하거나 플로깅을 즐기는 것으로 변했다. 코오롱스포츠도 2020년부터 일상의 레저문화를 즐길 수 있는 ‘로드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상품 50% 친환경 제작 목표 올해 달성

‘라이프텍, 리미트리스(LIFETECH, LIMITLESS)’ 방에선 2006년부터 지속적인 R&D를 통해 최상위 테크놀로지가 집약된 의류 라인 라이프텍을 개발한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라이프텍은 대자연 속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류로 예측 불가한 수많은 자연 환경을 고려해 생존과 관련된 긴급대응 기능을 탑재한 프로젝트 제품이다. ‘퓨처 포레스트(FUTURE FOREST)’ 방에선 미래 가상의 행성에 나무를 심는 디지털 아트를 체험할 수 있다.

‘1973~2023’ 방은 코오롱스포츠의 로고 아카이브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각양각색의 로고 디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 50년 간 코오롱스포츠가 자연을 어떠한 대상으로 인식해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당시의 문화를 반영한 것이라 흥미롭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그래픽 디자인의 반세기 변천사를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자연과 디지털 아트가 함께 만들어낸 힐링 공간. [사진 코오롱스포츠]
‘써귤러 리턴(CIRCULAR RETURN)’ 방에선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민과 기술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현재 ‘모노 머티리얼 시스템(MONO-MATERIAL SYSTEM)’을 연구 중이다. 제품을 이루는 모든 원부자재를 나일론 또는 폴리에스터 한 소재만을 사용해 100%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로 웨이스트 순환 모델이다. 합성섬유를 분해해 재활용 원사를 만들기까지는 여러 과정과 노력이 필요한데 하나의 소재로만 제작된 옷이라면 그 과정이 훨씬 용이해진다. 이 공간의 마지막 패널에는 2022년 수거한 의류를 모노 머티리얼 시스템 공정으로 100% 재활용한 의상이 전시돼 있다.

자연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게 아웃도어 제품이었다면, 이제 그 보호의 대상으로 ‘자연’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코오롱스포츠의 철학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많은 연구와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는 이유다. 코오롱스포츠는 2020년에 ‘50주년을 맞는 2023년까지 코오롱스포츠 전체 상품의 50%를 친환경 소재 및 공법을 활용해 제작하겠다’는 친환경 정책을 발표했고, 23년에 그 목표를 달성했다. 또 멸종 동식물 보호 캠페인 ‘노아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컬렉션을 100% 친환경 소재와 건강한 공정으로 제작하고 있다. 버려지는 사과를 가공한 비건 가죽, 폐방화복으로 제작한 하이킹화 ‘무브 어스(MOVE EARTH)’ 를 출시하는 등 의류 산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목표를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제주 탑동에 ‘솟솟리버스’ 매장도 오픈했다.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브랜드의 노력을 극대화한 곳으로, 재생건축물에 매장을 내고 실내 집기류 역시 해양 폐기물을 활용해 제작했다. 판매 상품들도 모두 브랜드의 1~2년차 재고를 업사이클링한 것이 특징이다.

여섯 번째 방 ‘엑스퍼디션 투 안타티카(EXPEDITION TO ANTARCTICA)’에선 남극 탐사 지원을 통해 지속돼 온 기술 개발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코오롱스포츠의 남극 탐사 지원은 1988년 대한민국 최초의 남극 연구 기지인 세종과학기지 연구진에게 피복을 납품하며 시작됐다. 2021년에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로부터 내륙으로 진출해 더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탐사 프로젝트 K-루트 사업도 함께 했다. 이 공간에선 기후 변화 등 주요 환경문제에 대한 숙제를 풀어갈 극지연구소의 연구 활동을 지지하며, 영하 50도라는 극한 추위 속에서도 연구원들이 활동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지속해 온 실제 결과물들을 만날 수 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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