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종엽]日, 간논지불상 韓에 기증하면 오랜 악연이 좋은 인연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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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 일본에 돌려줬어야 했다.
2012년 10월 한국인 도둑들이 일본 쓰시마(對馬)섬 간논지(觀音寺)에서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고려 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 얘기다.
또 불상의 소재지였던 일본의 민법에 따라 간논지가 법인격을 취득한 1953년부터 20년 이상 불상을 점유했으므로 소유권은 간논지에 있다는 판결이었다.
일본 간논지 측에 "불상을 한국에 기증해 달라"고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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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대법원은 이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2013년 1월 도둑들이 잡힌 지 10년 9개월 만이다.
그동안 법원 판결은 왔다 갔다 했다. 2017년 1심은 정부가 불상을 충남 서산 부석사에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원래 부석사 소유인 불상이 오래전 도난이나 약탈을 통해 일본에 넘어갔다고 볼 만하다는 것이었다. 간논지는 불상의 취득 경위를 소명할 증거를 내지 못했다. 불상을 왜구가 약탈했을 가능성이 큰 것도 맞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올해 2월 나온 2심 판결은 뒤집혔다. 왜구의 약탈 정황은 인정되지만 불상이 제작, 봉안된 14세기 초 고려 사찰 ‘서주(瑞州) 부석사’와 현 부석사가 같은 절이라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또 불상의 소재지였던 일본의 민법에 따라 간논지가 법인격을 취득한 1953년부터 20년 이상 불상을 점유했으므로 소유권은 간논지에 있다는 판결이었다. 법 논리상 일본 법을 따른 것일 뿐 우리 민법을 따라도 결론은 같았다.
대법원은 2심의 일부 판단은 틀렸다고 봤다. 근처에 부석사라는 이름의 다른 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현 부석사는 고려 시대 부석사를 그대로 계승한 권리의 주체가 맞는다는 것. 하지만 불법 반출의 개연성만으로는 일본 간논지의 소유권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긴 소송을 거쳤지만 단순한 일이다. 기자는 약탈당했거나 무단으로 국외 반출된 문화재가 고국의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누구보다도 소망한다. 그러나 강제로 빼앗긴 물건인 것 같다고 해서 다시 훔쳐 오는 일이 정당화되긴 어렵다.
불상이 제자리를 찾길 바라는 유서 깊은 절 부석사와 그 신도들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불상을 돌려주지 않은 채 부석사에 봉안했다 해도 ‘(약탈당했다가) 훔쳐 온 불상’이라는 꼬리표를 떼진 못했을 것이다.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원에 보관된 불상은 향후 정부가 반환 절차 등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간논지 측에 “불상을 한국에 기증해 달라”고 제안하고 싶다. 수백 년간 신앙의 대상으로 모셔 온 불상을 돌려달라는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 소송이 오래 이어지면서 감정의 앙금도 쌓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악연을 오늘날의 좋은 인연으로 바꾼다면 부처님도 기뻐하시지 않을까. 당초 불상이 일본에 건너가게 된 건 아무래도 악연이었던 것 같다. 한국 도둑들의 절도는 또 다른 악연을 만들었다. 간논지가 한일 우정의 마중물이 돼 준다면 한국인들도 마음이 크게 움직일 것이다.
일본 정부도 나서 달라. 1965년 한일 문화재협정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의 한국 문화재를 한국에 기증하는 건 양국의 문화 협력에 기여할 것이고, 이를 권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불행한 역사도 오늘날의 선의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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