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자" 다짐한 LG 캡틴 오지환, 우승 향해 진격(종합)[KS]

5-7로 뒤진 9회 2사 1, 2루서 결승 스리런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9회초 2사 1, 2루 LG 오지환이 3점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2023.11.10. kgb@newsis.com

[수원=뉴시스]김주희 박윤서 기자 = '캡틴' 오지환(33)이 극적인 스리런포로 LG 트윈스가 오래 기다렸던 통합 우승을 향해 불을 댕겼다.

오지환은 1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 KBO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3차전 KT 위즈와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을 날렸다.

팀이 5-7로 끌려가던 9회초 2사 1, 2루에 등장한 오지환은 KT 마무리 김재윤의 초구 포크볼을 골라냈다. 2구째 직구가 가운데로 들어오자 방망이를 날카롭게 돌렸다.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8회말 KT 황재균에 적시 2루타, 박병호에 투런포를 얻어 맞고 3점을 헌납하며 패배 위기에 몰려있던 LG는 오지환의 대포로 단번에 리드를 되찾아왔다. 1점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8-7로 KT를 울렸다.

LG는 1차전을 패했지만 2, 3차전을 연달아 따내며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가게 됐다. 3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는 오지환이 차지했다.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9회초 2사 1, 2루 LG 오지환이 3점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2023.11.10. kgb@newsis.com

오지환은 승리 후 "시리즈에 들어오면서 선수들과 '끝나기 전에 포기하지 말자'는 말을 했다"는 말로 승리를 위해 집중했던 마음을 드러냈다.

"(8회말) 병호 형이 홈런을 치고 분위기가 다운된 것 같아서 찬스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9회초) 홍창기가 안타를 치고, 오스틴 딘이 파울을 치면서 버텼는데 출루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안타를 쳐 타선을 연결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는데 가장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홈런 상황을 돌아본 오지환은 "김재윤 선수가 던진 초구가 빠졌는데 볼카운트 1볼이 되는 순간 여기서 자신있게 쳐야겠다고 했는데 한 번에 딱 맞았다"며 웃었다.

KT 배터리는 오지환에 던진 초구가 빠져 볼이 되자 마운드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오지환은 "단순하게 (포수) 장성우 선수 입장에서 생각했다. 김재윤은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인데 변화구로 시작했다. 포수는 '재윤이 네 스타일 대로 직구를 던지라'고 할 거 같아서 단순하게 갔다. 거짓말처럼 직구가 왔다"며 미소지었다.

팀이 극적인 승리를 따내면서 수비 실책으로 마음에 남아있던 부담도 지워내게 됐다.

이날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오지환은 팀이 3-1로 앞서던 5회말 치명적 실책을 저질렀다.

1사 1루에서 LG 구원 정우영이 장성우에 땅볼을 유도했지만, 오지환은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다. 1사 2, 3루에 몰린 가운데 마운드를 이어 받은 함덕주가 연거푸 적시타를 얻어 맞는 등 3-4로 역전을 허용했다.

LG는 6회초 박동원의 2점홈런으로 다시 앞섰지만 8회 다시 3점을 내주며 1점 차로 끌려갔다. 그대로 LG가 패했다면 '안 줘도 됐을' 실점 빌미를 제공한 오지환도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수원=뉴시스] 조성우 기자 =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LG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LG 유격수 오지환이 kt 5회말 공격 2사 주자 1, 2루서 조용호의 1타점 역전 적시타구를 보고 있다. 2023.11.10. xconfind@newsis.com

하지만 팀이 필요한 순간, 제 역할을 해내며 이날 수훈갑으로 우뚝 섰다.

오지환은 실책 상황에 대해 "날씨가 정말 추웠다. 수원 구장은 그라운드 자체가 딱딱하다"며 "멈췄어야 했는데 안 됐고, 내 실수였다. 큰 위기를 맞았는데 거기서 마음의 짐이 있었다. 역전 당한 뒤 그나마 긍정적으로 생각한 건 4이닝이 남았고 1점 차였단 점이다. 찬스가 한 번 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6회) 동원이가 역전 홈런을 쳐줬다"며 웃었다.

LG는 1994년 통합 우승을 일군 뒤 28년 동안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 KS도 2002년 이후 21년 만에야 밟았다.

2009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오지환도 간절하게 팀 우승을 원하고 있다. 이번 KS를 앞두고 가진 미디어데이에서도 "팬들이 원하는 29년 만의 우승을 안겨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승리에 앞장서고 있다. 오지환은 지난 8일 잠실에서 열린 KS 2차전에서도 1-4로 끌려가던 6회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반격 신호탄을 쐈다. 박동원의 결승 홈러까지 터지면서 LG는 5-4로 역전승을 거두며 21년 만의 KS 승리를 맛봤다.

이날도 오지환의 대포로 승리를 차지하면서 29년 만의 우승을 향해 한 발을 더 내디뎠다.

LG가 만약 KS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최우수선수(MVP)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더 주어진다. 고(故) 구본무 전 LG 그룹 회장이 생전 KS MVP에 주기위해 직접 사다놓은 롤렉스 시계가 준비돼 있다.

오지환은 KS를 앞두고 롤렉스 시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만큼 좋은 활약을 펼쳐 팀 우승을 이끌고 싶단 마음이 크다.

[수원=뉴시스] 조성우 기자 =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LG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LG 9회초 공격 2사 주자 1, 2루서 오지환이 스리런 홈런을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23.11.10. xconfind@newsis.com

오지환은 "우스갯소리로 더그아웃에서도 역전 홈런 2개로 끝난 거 아니냐고 했다"며 박동원이 MVP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날 오지환도 강렬한 홈런으로 MVP에 도전장을 냈다.

오지환은 "(LG의 우승을) 나는 (입단 후) 15년, 팬들은 29년을 기다리셨다. 우승이 목표다. 우승하는 것뿐 큰 욕심은 없다"며 시선을 정상에 고정했다.

이번 KS는 1차전부터 이날까지 매 경기 1점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팀이 (정규시즌) 역전승이 제일 많다. (KS에서도) 역전할 수 있는 찬스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빠른 주자, 콘택트가 좋은 선수, 장타 칠 수 있는 선수도 있어 역전 확률이 높다"며 자신감을 보인 오지환은 "야구란 스포츠가 아웃카운트 하나에 역전될 수 있으니 긴장을 놓을 순 없다. 주장으로서 좋은 분위기를 끌고 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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