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믿음' 박병호는 응답했지만, KT 마운드는 무너졌다
KT의 4번 타자 박병호(37)가 기나긴 침묵을 깨고 화려하게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박병호는 10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3차전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1개를 포함해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앞서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이날 부진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KT 이강철 감독은 이날 타순에 큰 변화를 줬다.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알포드를 3번에서 7번, 6타수 3안타로 타격감이 좋은 배정대를 6번에서 1번으로 옮겼다.
하지만 4번 타자 박병호의 타순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 감독은 "장성우를 앞으로 당기려 했지만, 그래도 박병호가 4번을 치는 게 낮다고 봤다"면서 "결과적으로 잘 쳐주길 바라면서 선택한 것"이라고 박병호에게 신뢰를 보냈다.
리드오프 배정대 역시 박병호를 향한 두터운 믿음을 보였다. 배정대는 "(박)병호 형이 항상 준비하는 루틴을 보면 못할 수가 없는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비록 지금은 결과가 잘 안 나오고 있지만, 항상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과거 6차례(2012~2015, 2019, 2022년) 홈런왕에 올랐을 만큼 KBO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국가대표 경력까지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올해 정규 시즌에서는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음에도 132경기 타율 2할8푼3리(431타수 122안타) 18홈런 87타점 53득점을 기록, 11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앞서 NC와 플레이오프(PO) 5경기에서는 20타수 4안타에 그쳤고, 홈런은 없었다.
특히 PO 5차전에서는 2 대 2로 맞선 6회 무사 만루에서 병살로 물러나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1회 무사 만루를 맞았으나 땅볼에 그쳐 고개를 떨궜다.
KT 입장에서는 박병호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존재감만은 확실하기에 하위 타순으로 돌리거나 명단에서 제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박병호가 스스로 부진에서 벗어나 한 방을 터뜨려주길 간절히 바라며 3차전에 나섰다.
KT는 1회말 선두 배정대의 안타, 김상수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황재균이 삼진으로 물러난 뒤 박병호가 유격수 앞 병살타를 쳐 선취점 기회를 놓쳤다.
3회초에는 LG 오스틴이 선제 3점 홈런이 터뜨렸고, KT는 3회말 무사 1, 2루에서 황재균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만회했다. 하지만 후속 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뜬공을 쳤고, 뒤이어 장성우 마저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잡혀 추가 득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1 대 3으로 뒤진 5회말. 앞선 두 타석에서 부진한 박병호는 절치부심으로 3번째 타석에 올랐다.
박병호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LG의 3번째 투수 정우영의 3구째를 받아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10타수 무안타 끝에 드디어 침묵을 깼다.
이후 박병호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장성우의 땅볼 때 좌익수 문성주의 송구 실책이 나왔고, 박병호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다. 다소 무모한 주루였지만 유격수 오지환의 포구 실책까지 겹친 덕에 3루를 밟는 데 성공했다.
박병호는 곧바로 김민혁의 적시타가 터져 득점에 성공했고, KT는 알포드와 조용호의 적시타까지 더해 4 대 3으로 역전했다. 이전 타석까지 8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알포드도 박병호와 함께 부활을 알렸다.
KT는 6회초 곧바로 다시 역전을 내줬다. 무사 1루에서 박동원이 바뀐 투수 손동현의 4구째 시속 142km 직구를 받아쳐 비거리 125m짜리 좌월 2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지난 2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이다.
4 대 5로 뒤진 6회말 박병호도 박동원과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1사 1루에서 타석에 올라 홈런 한 방이면 다시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영찬의 5구째 슬라이더에 삼진으로 꼼짝없이 당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8회말 믿음에 응답했다. 1사 2루에서 황재균이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박병호가 한국시리즈 첫 홈런을 뽑아내 2점 차 리드를 만들었다. 박병호는 LG 마무리 고우석의 5구째 시속 149km 직구를 걷어올려 비거리 115m짜리 좌월 투런포를 작렬했다.
그런데 곧바로 9회초 LG가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오지환이 2사 1, 2루에서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3점 홈런을 터뜨려 분위기를 뒤집었다. 이후 9회말 고우석과 이정용이 KT의 마지막 공격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KT는 이날 모처럼 박병호가 한 방을 터뜨렸지만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했는데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타선이 전체적으로 살아난 것 같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수원=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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