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최고 명승부 탄생!' '오지환 9회 2사 기적의 역전 스리런' 2승1패 LG 29년만에 우승확률 85%. 이강철 감독 9회 퇴장[KS3 수원 현장리뷰]
[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런 명승부가 한국시리즈에 있었을까. 역전 홈런에 역전 홈런에 역전 홈런.
역전 홈런 공방 속에 LG 트윈스가 드라마같은 대역전승을 거뒀다.
LG가 한국시리즈 3차전을 오지환의 9회 2사에 터진 스리런포로 8대7로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시리즈전적 2승1패로 앞서나갔다. 우승확률 85%를 가져갔다.
LG는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서 2차전의 히어로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로 5-4로 앞서다 8회말 박병호의 역전 투런포로 5-7로 역전을 당했고, 9회초 2아웃까지 몰려 패색이 짙었으나 2사 1,2루서 오지환의 역전 스리런으로 다시 8대7로 역전승을 거뒀다. 9회말 1사 만루의 위기에선 이정용이 김상수를 투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로 경기를 끝냈다.
역대 한국 시리즈에서 1승1패(무승부 포함)에서 2승째를 먼저 거둔 팀의 우승 확률은 85%다. 20번 중 17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LG는 마지막 한국시리즈였던 2002년 11월 10일 삼성과의 6차전서 9회말 이승엽의 스리런포,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을 내줘야 했지만 21년 뒤 같은 날엔 멋진 역전승으로 우승을 향한 한걸음을 내딛었다.
KT는 선발 라인업을 대폭 바꿨다. 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문상철(지명타자)-알포드(좌익수)-오윤석(2루수)-조용호(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4번 박병호, 5번 장성우, 9번 조용호만 빼고 모두 바뀌었다. 배정대가 1번으로 올라오고 3번이던 알포드가 7번으로 내려온 것이 키포인트.
KT의 1,2차전 타선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장성우가 7타수 3안타 3타점, 배정대가 6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좋았고, 황재균이 7타수 2안타, 문상철이 8타수 2안타, 김상수가 8타수 2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문제는 3번 알포드와 4번 박병호였다. 알포드는 6타수 무안타 2볼넷 4삼진, 박병호는 8타수 무안타 3삼진의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이강철 감독은 2차전에 앞서 "중요한 때에 하나 쳐주지 않겠나"라고 믿음을 보였지만 역전패를 한 뒤엔 타순 변경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라고 밝혀 심경의 변화를 알렸고 실제로 변화를 줬다.
이 감독은 3차전에 앞서 "박병호와 알포드가 안맞아서 둘을 떨어뜨려 놓았다"면서 "앞쪽으로 괜찮은 타자들을 뒀다. 결론은 잘치길 바라면서 바꿨다"라고 라인업에 대해 설명을 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무실점 피칭의 철벽을 보였던 손동현과 박영현이 2차전에서 무너진 부분에 대해서는 이 감독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 이 감독은 "그 상황에서 안쓸 수는 없었다. 그 선수들이 나가는 게 맞고 대신 구위가 좀 떨어지길래 빨리 교체를 했었다. 박영현의 실투를 박동원이 잘쳤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여기 오기전 둘을 만났다. 박영현에게 몸이 어떠냐(타구 맞은 곳)고 물었는데 오늘 훨씬 좋아졌다고 하더라"고 상태를 전했다. 이어 이 감독은 "어제도 체크를 했고, 오늘도 트레이너 파트에서 체크를 했는데 하루 쉬면서 오늘 좀 더 나아졌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잘 막다가 2차전에서 나란히 안좋은 결과를 만났는데 멘탈에는 문제가 없을까. 이 감독은 "둘 다 정규리그 때도 (멘탈이) 그렇게 안 흔들리더라"면서 "방금도 지나가면서 봤는데 웃고 있더라. 잘 지나간 것 같다. 은근히 (멘탈이) 강하다"라고 말하며 둘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LG는 3차전에서도 1,2차전과 같은 라인업을 냈다.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가 그대로 나왔다. 톱타자인 홍창기가 1,2차전서 볼넷 1개만 골랐을 뿐 8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지만 염 감독은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며 여전히 신뢰를 보였다.
LG 염경엽 감독은 "날씨가 최대 변수가 될 것 같다"면서 "타자들이 이런 날씨에 빗맞히면 손이 엄청 울린다. 그러면 타격에 꽤 지장을 받는다. 울린 상태에서 쳐야돼 고통을 받는다"ㄹ며 우려했다.
LG에 강한 벤자민을 상대하는 데 특별히 준비한게 있냐는 질문에 염 감독은 "벤자민의 직구, 슬라이더 패턴에 포커스를 잘 맞춰야 할 것 같다"면서 "이제는 칠 때도 되지 않았나. 그거 하나 믿고 있다. 직구와 슬라이드 타이밍을 잘 맞추는게 중요하다"라며 웃었다.
추워서 손이 얼어 손가락으로 구종을 변화시켜야 하는 투수에게도 어려울 수 있는 날씨. LG 선발 임찬규에게도 어려울 수 있지 않을까. 염 감독은 "그래도 임찬규가 손의 감각이 그래도 가장 좋은 투수라서 날씨의 여파를 그대로 덜 타지 않을까"라며 기대했다.
2차전서 선발로 나왔으나 1아웃만 잡고 강판당했던 최원태에겐 다음 선발 기회는 없을 듯. 염 감독은 "최원태는 중간으로 들어가게 됐다"면서 "우리 필승조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일단 필승조 투수들을 쓰고 원태가 필요한 상황에 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염 감독은 추운 날씨에도 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크게 고마워했다. 염 감독은 "정말 팬들께 감사하게 생각한다. 게임할 때마다 팬들을 보고 있으면 아마 우리 선수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최선을 다해야 된다, 이겨야 된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서 "정규리그 때도 그렇고 지금 한국시리즈에서 지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게 사랑받는다는게 프로스포츠에서 이런 팀이 있다는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3차전 선발 투수는 KT 웨스 벤자민, LG 임찬규다.
벤자민은 그야말로 LG 킬러다. 부진하다가도 LG만 만나면 잘던졌다. 올시즌 15승6패 평균자책점 3.54로 다승 2위를 기록했다.
벤자민은 LG전에만 5번 등판했는데 4승무패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했다. 피안타율도 1할6푼5리에 불과하다. KT 상대 팀타율이 3할1리나 되는 LG인데 벤자민에겐 전혀 치지 못했다는 것. LG 염경엽 감독이 "우리는 KT에 진게 아니라 벤자민에게 졌다"고 할 정도로 벤자민에게만 유독 약했다. 벤자민이 등판한 5경기에서 KT는 모두 승리했다. KT가 올해 LG전에 6승10패 였으니 진짜 벤자민이 등판하지 않은 11경기서 1승10패에 그쳤다.
개막전인 4월 1일(11대6 승) 6이닝 2안타 1실점(비자책) 승리를 시작으로 5월 16일(12대7 승) 6이닝 5안타 1볼넷 7탈삼진 5실점(1자책) 승리, 7월 5일(8대4 승) 5⅓이닝 4안타 무4사구 6탈삼진 2실점(1자책) 승리, 7월 25일(4대1 승) 8이닝 3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승리 등 4연승을 이어오다가 9월 6일 수원 경기서 7이닝 5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당시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0-1로 뒤진채 마운드를 내려왔던 것. 게다가 9회초까지 0-1으로 뒤져 처음으로 LG전에 패전투수가 될 위기였다. 하지만 9회말 황재균의 역전 끝내기 안타로 4대3으로 뒤집으면서 벤자민의 패전이 날아갔다. 좋은 기억만으로 LG를 만날 수 있게 됐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았다. 2차전에 선발로 나서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5이닝 4안타(1홈런)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고, 5차전에서 5이닝 동안 5안타 5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2경기 모두 무4사구로 깔끔한 피칭을 했다. 5차전서 83개를 던지고 나흘 휴식 후 한국시리즈 3차전에 나선다. 정상적으로 던질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5경기나 등판했으니 LG 타자와의 승부가 많았다. 하지만 좋은 타격을 한 선수가 별로 없었다. 박동원이 11타수 3안타(타율 0.273)로 벤자민을 상대로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했고 주전 타자 중에서 가장 타율이 높다. 출루왕 홍창기, 오지환, 박해민이 모두 12타수 2안타, 김현수가 11타수 2안타에 그쳤고, 오스틴은 11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문보경이 10타수 1안타, 신민재가 5타수 1안타다.
임찬규에게 2023년 11월 10일은 영원히 기억될 날이 된다. 자신의 한국시리즈 첫 등판 날이니 당연하겠지만,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21년 전인 2002년 11월 10일 LG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서 이승엽과 마해영에게 연속 홈런을 맞고 역전패하며 우승을 내준 날.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엘린이' 임찬규는 엉엉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LG의 투수가 돼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성공한 덕후'가 됐다. 임찬규는 스스로 "29년 뒤에 내가 정규리그 우승해서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고 하니 이것 자체가 낭만인 것 같고 드라마 같다"면서 "일단 살면서 이 이상의 드라마는 없을 것 같다"라며 감격했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무조건 이겨야겠지만 결과를 떠나서 공 하나 하나 던질 때마다 그 장면 하나 하나를 다 머릿속에 남겨두고 싶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 등판할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올시즌 롱릴리프 보직을 맡고 출발했으나 이민호의 부상으로 빠르게 대체 선발로 투입됐고 선발로 고정. 그리고 국내 에이스가 됐다. 14승3패 평균자책점 3.24의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LG가 정규리그 1위로 21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르는데 그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올시즌 KT전에는 약했다. 4번 등판(3번 선발)해 1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6.61을 기록했다.
중간 투수 때인 4월 2일 수원 경기서 2이닝을 던져 3실점을 기록했던 임찬규는 5월 17일 잠실 경기서 5이닝 8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7대3 승리와 함께 승리 투수가 됐었다.
7월 5일 잠실 경기서 5이닝 동안 8안타 1볼넷 4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4대8 패배와 함께 패전 투수가 됐던 임찬규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7월 26일 수원에서 등판해 4⅓ㅇ닝 동안 6안타 4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팀이 1-3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라 패전 투수 위기였으나 8회 2점을 뽑아 동점이 되며 패전은 면했다. 당시 경기는 3대4로 LG의 패. 홈런을 내주진 않았지만 피안타율이 3할5푼2리로 꽤 높았다.
김민혁에게 7타수 4안타(타율 0.571), 강백호에게 7타수 3안타(타율 0.429)로 약했다.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지고, 김민혁도 선발로 나오지 못하는 것이 임찬규에겐 다행스런 일이다. 그래도 톱타자 김상수(7타수 4안타) 황재균(6타수 3안타) 알포드(10타수 3안타)박병호(8타수 2안타) 배정대(2타수1안타)문상철(3타수 1안타) 등 대부분의 KT 타자가 올해 임찬규에게 안타를 친 경험이 있다.
KT 위즈의 홈구장인 수원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시리즈인 만큼 이날 시구는 KT의 초대 감독이었던 조범현 전 감독이 시구를 맡고, 2021년 KT의 첫 한국시리즈의 전 주장이자 현 타격코치인 유한준이 시타를 맡아 의미가 컸다.
이날 수원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때 수원에서 열린 3경기는 모두 아쉽게 매진에 실패했지만 한국시리즈 3차전은 1만7600장이 모두 빠르게 매진이 됐다. 이로써 올해 포스트시즌 12경기 누적 관중은 22만148명이다. 잠실 1,2차전에선 3루측 관중석까지 LG팬들이 차지해 KT팬들을 잘 볼 수 없었지만 이번엔 1루측에 KT팬들이 확실히 자리를 잡아 KT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1회초 선두 홍창기가 1,2차전의 부진을 깨듯 첫 안타를 신고했다.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146㎞의 직구를 밀어쳐 좌전안타를 쳤다. 10번째 타석에서야 나온 출루왕의 한국시리즈 첫 안타. 2번 박해민은 초구에 투수앞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1사 2루. 안타 하나로 선취점을 노렸지만 역시 LG전에 강한 벤자민 앞에선 쉽지 않았다. 3번 김현수가 1B2S에서 슬라이더를 쳤으나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4번 오스틴 딘은 145㎞의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KT도 1회말 선취점 찬스를 만들었다. 처음으로 선두 타자로 나선 배정대가 깨끗한 촤전안타를 쳤고, 이어 2번 김상수는 상대 배터리가 KT의 작전에 신경을 쓰면서 제구가 흔들리는 틈을 침착하게 기다리며 볼넷을 골랐다. 무사 1,2루의 찬스.임찬규에게 강했던 3번 황재균의 타석. 이강철 감독은 희생번트가 아닌 강공을 택했다. 결과는 기대와 달리 헛스윙 삼진.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무안타를 기록 중인 4번 박병호가 임찬규의 체인지업을 쳤으나 유격수 정면으로 굴러가는 병살타를 쳤다.
2회초 선두 오지환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6번 문보경이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하지만 7번 박동원이 초구에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됐고, 8번 문성주는 유격수앞 땅볼로 아웃.
2회말 KT는 한번더 득점권 기회를 얻었다. 선두 9번 장성우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6번 문상철이 유격수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중전안타성 타구를 유격수 오지환이 잡아 점프해 1루로 던졌으나 전력질주한 문상철의 발이 더 빨리 들어왔다. 한국시리즈에서 무안타인 알포드의 타석. 2B2S에서 113㎞의 커브에 헛스윙 삼진. 오윤석이 볼넷을 골라 2사 1,2루의 찬스가 만들어졌지만 조용호가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3회초 LG가 효자 외국인 타자 오스틴의 큰 것 한방으로 앞서 나갔다. 선두 9번 신민재가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감잡은 홍창기가 이번엔 벤자민의 커브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쳤다. 올시즌 벤자민 상대로 12타수 2안타였던 홍창기가 이날 2번째 타석에 2안타를 친 것.
2번 박해민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몸쪽 높게 온 슬라이더를 골라 볼넷으로 골랐다. 3번 김현수는 초구를 쳤으나 1루수앞 땅볼. 주자는 2,3루로 안전하게 진루했다.
이제 4번 오스틴의 타석. 1B2S에서 포수 장성우가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높은 공을 요구했다. 벤자민도 147㎞의 빠른 직구를 몸쪽 높게 뿌렸는데 오스틴이 이를 제대로 때려냈다. 궤적은 홈런이었다. 파울이냐 아니냐가 중요했는데 타구가 폴을 맞았다. 홈런. 단숨에 LG가 3-0으로 앞섰다.
곧이어 5번 오지환이 우익선상으로 날아가는 2루타를 날렸다. 벌써 5번째 안타. 염경엽 감독의 "칠 때가 됐다"는 말처럼 LG 타자들이 벤자민의 공을 잘치고 있었다. 6번 문보경이 2루수앞 땅볼로 물러나며 추가득점엔 실패.
KT가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3회말 선두 배정대가 볼넷을 골랐고, 2번 김상수가 좌전안타를 쳐 1회말처럼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3번 황재균이 초구에 기습적으로 번트를 댔으나 파울. 이후 다시 배트를 들고 타격 자세로 돌아섰다. 1B2S에서 5구째 138㎞의 직구가 가운데로 들어왔고 황재균이 놓치지 않고 좌중간으로 날렸다. 좌익수 문성주, 중견수 박해민 사이로 떨어지는 2루타. 2루주자 배정대가 홈을 밟아 1-3. 무사 2,3루의 동점 찬스가 이어졌다.
문제는 4번 박병호. 안타는 못치더라도 희생플라이를 기대했으나 이번에도 아니었다. 박병호가 친 공은 우익수 홍창기가 한참 앞으로 달려나와 잡은 얕은 플라이. 이어 타격감이 좋은 장성우가 친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였고, 곧바로 2루로 던져 2루주자 황재균마저 아웃되고 말았다.
4회초에도 LG가 기회를 얻었다. 선두 7번 박동원이 볼넷을 골랐다. 8번 문성주가 희생번트로 박동원을 2루로 보내는데 성공. 하지만 9번 신민재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홍창기가 우익수 플라이로 잡혀 추가 득점은 하지 못했다.
KT가 4회말 또 LG를 압박했다. 선두 문상철이 삼진을 당했지만 7번 알포드가 드디어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했다. 임찬규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중간으로 보냈다.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알포드의 오토바이 세리머니를 볼 수 있었다. 8번 오윤석이 삼진을 당해 2아웃이 됐지만 9번 조용호가 우전안타를 치면서 찬스를 이었다. 이제 타격감이 좋은 1번 배정대 타석. 첫 타석에 안타를 기록했고, 두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랐던 배정대다. 임찬규의 투구수는 어느새 82개까지 올라갔다.
염경엽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3-1로 앞서고 있었지만 임찬규를 교체하기로 했다. 강력한 필승조를 빠르게 투입해 2점차를 막겠다는 계산. 임찬규는 3⅔이닝 동안 6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 베테랑 김진성이 올라왔다.
배정대는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침착하게 볼 3개를 연거푸 골라 볼넷으로 나갔다. 2사 만루.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 3회 두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쳤던 김상수가 쳤지만 우익수에게 날아가 잡혔다.
LG는 5회초 2사후 4번 오스틴이 좌측 2루타로 기회를 잡았지만 오지환이 삼진을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KT가 5회말에 또 찬스를 잡았다. 이번엔 LG가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5회초 세번째 투수 정우영이 올라왔다. 3번 황재균이 2루수앞 땅볼로 물러난 뒤 4번 박병호가 지긋지긋하던 무안타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147㎞의 투심을 밀어쳐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5번 장성우가 유격수 앞으로 느린 땅볼을 쳐 병살 코스. 그런데 달려나오던 유격수 오지환이 바운드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공을 뒤로 빠뜨렸다. 이때 1루주자 박병호가 3루로 달렸다. 무리한 주루로 보였는데 공을 잡은 좌익수 문성주의 3루 송구가 또 뒤로 빠졌다. 1사 2,3루의 찬스.
LG는 함덕주로 교체했고 KT는 문상철 대신 대타 김민혁을 기용했다. 그리고 김민혁이 깨끗한 우중간 안타를 쳐 박병호가 홈을 밟았다. 2-3, 1점차. 그리고 1사 1,3루의 찬스가 이어졌다.
첫 안타를 친 알포드가 이번엔 우측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쳤다. 장성우가 홈을 밟아 드디어 3-3 동점이 됐다. 1사 2,3루의 이어진 찬스에서 8번 대타 이호연이 바뀐 투수 백승현으로부터 3루수앞 땅볼을 쳤다. 3루수 문보경이 홈으로 던져 김민혁이 태그아웃. 손이 먼저 홈을 찍은 것으로 본 KT측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그대로 아웃이 유지됐다. 2사 1,3루. 그러나 KT는 기어이 역전까지 만들었다. 9번 조용호가 깨끗한 중전안타를 쳐 4-3을 만들었다. 배정대가 루킹 삼진으로 물러나 5회 종료.
LG도 6회초 벤자민을 끌어내렸다. 선두 6번 문보경이 좌전안타를 치며 무사 1루의 찬스를 만들자 KT 이강철 감독이 투수 교체를 결정. 벤자민의 투구수가 89개였고, 2차전서 홈런을 친 박동원 타석이었기에 손동현으로 교체해 박동원을 상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박동원의 타격감은 9개의 홈런을 쳤던 5월 같았다. 손동현의 가운데로 몰린 145㎞ 직구를 받아쳐 좌측 관중석을 넘긴 역전 투런 장외홈런을 날렸다. 다시 5-4 역전.
8번 문성주가 중전안타를 쳤고, 결국 다시 KT는 투수를 이상동으로 바꿨다. 벤자민은 5이닝 동안 7안타(1홈런) 2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고, 손동현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2안타(1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무사 1루서 신민재가 희생번트를 댔으나 타구가 빨랐고 타구를 잡은 1루수 박병호가 2루로 던져 포스 아웃. 이어 신민재가 2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아웃. 홍창기가 볼넷을 골랐으나 박해민이 중견수 플라이로 잡히며 6회초 공격이 끝났다.
LG는 6회말 2차전서 7타자 연속 범타를 잡은 유영찬을 올려 상대 중심타선을 상대했다.
KT는 2번 김상수가 초구에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 3번 황재균이 볼넷을 골랐다. 5회말 첫 안타를 쳤던 박병호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아쉽게 헛스윙 삼진. 5번 장성우도 중견수 플라이로 잡혔다. 유영찬에게 2차전에 이어 10타자 연속 범타
LG는 7회초 3번 김현수, 4번 오스틴, 5번 오지환이 차례로 아웃됐다. 이날 첫 삼자범퇴를 당한 것. KT에 새로운 필승조 이상동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KT는 7회말 선두 6번 김민혁이 우전안타를 쳐 다시 찬스를 만들었다. 대주자 이상호로 교체. 하지만 7번 알포드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대수비로 들어온 박경수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아웃. 2안타를 기록한 조용호가 8구까지가즌 접전을 펼쳤으나 144㎞ 직구에 루킹 삼진. 유영찬은 2이닝 1안타 무실점의 쾌투로 홀드를 기록하며 이제 LG의 확실한 필승조로 거듭났다.
KT는 8회초 박영현을 올렸다. 1점차니 당연히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LG는 선두 6번 문보경이 볼넷을 골라 나갔으나 7번 박동원이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 8번 문성주 타석 때 이상한 상황이 두번 발생했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 염경엽 감독-이강철 수석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양팀 감독이라 서로의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터라 KT가 LG의 히트앤드런 작전을 간파했다. 초구에 히트앤드런 사인이 나와 문보경이 2루로 뛰다가 장성우가 공을 밖으로 빼자 황급히 1루로 돌아왔다. 그런데 장성우가 2루로 던진 공이 데굴데굴 굴렀다. 날씨가 추워 제대로 공을 잡지 못한 것. 2B에서 3구째 다시 히트앤드러 사인이 나왔고 문보경이 2루로 달렸다. 장성우가 일어나 공을 뺐고 이를 본 문보경이 1루로 돌아가는데 장성우의 2루 송구가 중견수로 빠졌다. 이를 본 문보경이 다시 2루로 달려 세이프. 하지만 문성주가 좌익수 플라이, 9번 신민재가 우익수 플라이로 잡히며 추가 득점을 하지 못했다.
LG가 8회말 승부수를 띄웠다. 마무리 고우석을 올렸다. 필승조를 조기 투입하면서 남은 필승조는 이정용 뿐이었는데 다음날 열리는 4차전에 이정용을 김윤식과 1+1으로 내기 위해 고우석을 8회에 투입해 2이닝 세이브를 노린 듯.
하지만 KT는 오히려 고우석을 상대로 동점에 역전까지 성공시키며 경기를 뒤집었다. 선두 1번 배정대가 우전안타를 친 뒤 김상수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3번 황재균의 좌익선상 2루타로 5-5 동점이 됐다.
그리고 4번 박병호의 타석.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152㎞의 직구가 몸쪽 낮게 왔는데 박병호가 이것을 걷어올렸고 좌측 담장을 넘겼다. 7-5를 만드는 투런포가 됐다.
KT는 9회말 마무리 김재윤을 올렸다. LG는 선두 홍창기가 2루수 내야안타를 치고 기회를 만들었다. 2번 박해민이 3루수 플라이, 김현수가 2루수앞 땅볼로 2아웃. 4번 오스틴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2사 1,2루의 마지막 기회가 만들어졌고 타석엔 오지환이 들어섰다. 초구 볼을 골라낸 오지환은 김재윤의 2구째 145㎞의 가운데 직구를 받아쳤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대 역전 스리런 홈런이 됐다.
LG는 9회말에도 고우석이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알포드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대타 김준태와의 승부 중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이강철 감독이 퇴장 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김준태가 2B1S에서 높은 직구에 스윙을 하다가 멈췄는데 3루심이 스윙판정을 했고 이에 이강철 감독이 항의를 하다가 퇴장당한 것. 고우석이 곧이은 피칭에서 몸에 맞는 볼을 던져 김준태가 1루로 걸어나갔다. 이어 대타 정준영에게 좌전안타를 허용. 짧은 타구를 좌익수 문성주가 잘 쫓아가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으나 잡지 못했다. 1사 1,2루에서 배정대 타석이 왔고, 고우석의 투구수가 39개에 이르자 결국 아껴뒀던 이정용이 올라왔다.
이정용의 초구가 뒤로 빠졌다. 2,3루가 됐고 바로 배정대가 자동 고의4구로 걸어갔다. 1사 만루가 됐고 2번 김상수의 타석. 김상수의 타구가 투수 이정용에게 갔고 포수-1루수로 간 병살타가 됐다.
승리를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역전패를 당한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이 참 좋은 경기를 했는데 승운이 저쪽(LG)으로 가네요"라며 아쉬워했다. 퇴장 상황에 대해 묻자 "내가 실수해서 퇴장 당했다"라고 짧게 대답.
알포드와 박병호가 좋은 타격을 한 부분에 대해 "타선이 전체적으로 살아난 경향이 있어서 준비 잘해서 내일 잘하겠다"라고 말했다. 좋은 피칭을 한 이상동을 필승조로 쓸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염경엽 감독은 "오늘 벤자민 선수가 나와서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그래도 오스틴이 홈런을 쳐주면서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우리 쪽으로 끌고갈 수 있었다. 힘들었던 것은 지키는 야구가 안되면서 순간 순간 역전도 허용하고 어려운 경기였다"면서 "그래도 타자들이 2차전부터 올라와 타격 싸움이 됐다. 막판에 오지환 선수가 결정적인 역전 스리런 홈런을 쳐주면서 이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우석이 어려웠지만 이정용이 좋은 마무리를 해주면서 고우석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었다"라고 한 염 감독은 "마무리가 그래도 좋아서 다음 경기도 고우석이 부담을 덜 가질 것 같고, 전체적인 팀 분위기도 한단계 더 올라와있는 상태에서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우석을 8회에 투입한 이유를 묻자 염 감독은 "엄청 고민을 했다. 고민을 하다가 고우석을 먼저 올려놓고 투구수가 많으면 9회에 정용이로 갈 생각을 하고 반대로 올렸다. 8회를 막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상위 타순이었고 연결고리가 이어지는 타이밍이라. 고우석 구위는 나쁘지 않았는데 제구력이 정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를 하면 할 수록 좋아질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4차전에서도 불펜 데이가 가능할까. 염 감독은 "투구수 관리를 잘 했다. 유영찬이 2경기 연속 2이닝을 던져서 유영찬만 빼놓고는 내일 경기에 던지는데 문제 없을 것 같다"라면서 "유영찬도 상황이 되면 1이닝 정도는 문제 없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투구 개수 관리를 했기 때문에 모든 투수가 대기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4차전 선발은 김윤식. 염 감독은 "코칭스태프가 나쁘지 않다고 평가를 해서 내일 선발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극적인 스리런포를 날린 오지환은 "박병호 선배 홈런 이후 분위기가 다운된 것 같아서 어떻게든 찬스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거기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나 역시 간절했다"면서 "오스틴이 파울치며 버티는 것을 보고 어떻겠든 출루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안타를 치든 연결해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간절하게 임했는데 가장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초구 볼이 되는 순간 2구째에 무조건 자신있게 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자 했는데 한번에 거짓말처럼 맞았다"라고 홈런 당시를 설명했다.
역시 롤렉스 시계 얘기가 나왔다. "내가 롤렉스 시계 차고 싶다고는 했지만 나에겐 우승이 첫번째다"라며 "나에겐 15년이다. 팬들은 29년이고…. 이런 순간이 한번도 오지 않았으니까 우승이 큰 목표다. 큰 욕심은 없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한국시리즈 2차전 리뷰 LG 5-4 KT 승리투수 : 함덕주, 세이브 : 고우석, 패전투수 : 박영현
2002년 11월 8일 이후 정확하게 21년만이다.
LG 트윈스가 극적인 역전승으로 잠실에서 21년만에 한국시리즈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LG는 8일 잠실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로 5대4의 역전승을 거두고 1패 뒤 1승을 기록했다.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수원에서 3,4차전을 치르게 됐다.
LG에겐 역사적인 한국시리즈 승리다. LG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승리는 2002년 11월 8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5차전이었다. 당시 8대7로 승리했는데 이동현이 구원승, 장문석이 세이브를 올렸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21년 뒤 같은 날에 LG가 1점차로 역전승을 거둔 것. 함덕주가 승리투수가 됐고, 고우석이 세이브를 기록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패배 뒤 2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18번 중 8번으로 44.4%다. KT는 그 반대인 55.6%. 아직은 KT의 우승 확률이 더 높지만 2차전 승리의 기운에서 LG가 분위기를 가져왔다.
KT는 1회초 대거 4점을 뽑았고, 선발 쿠에바스가 6이닝 동안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펼쳤지만 그동안 무실점 행진을 해왔던 '철벽 듀오' 손동현과 박영현이 무너지면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1차전에 타선이 터지지 않으며 아쉽게 패했으나 염경엽 감독의 라인업은 바뀌지 않았다. LG는 2차전에서도 1차전과 같은 라인업으로 KT와 상대했다.
LG는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1차전과 같다.
1차전서 LG는 7개의 안타로 2점을 내는데 그쳤다. 특히 출루왕이자 득점왕인 홍창기가 5타수 무안타에 그친 것이 뼈아팠다. 2-2 동점이던 4회말 1사 1,3루서 홍창기가 1루수앞 땅볼로 물러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염 감독은 8일 2차전에 앞서 취재진에 당시 상황을 얘기했다. 염 감독은 "1사 1,3루라 히트앤드런 작전을 고민했었는데 타자가 홍창기라 맡겼다"며서 "초구에 1루주자 신민재가 2루로 뛴 것은 도루 사인이었다"라고 밝혔다. 염 감독은 "3루에 문성주가 있어서 신민재가 2루로 뛰어도 포수가 쉽게 2루 송구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2루로 뛰게 했다"라며 "홍창기가 초구에 칠 것 같았는데 투수나 1루쪽 땅볼만 아니면 3루 주자가 들어오고 2사 2루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1루수 정면 땅볼이 되면서 3루주자가 들어올 수 없었다"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홍창기가 무안타였지만 염 감독은 "홍창기의 타구가 잘 맞힌 것이었다"면서 기대감을 가졌다.
전날 고영표를 상대로 도루 작전이 거의 없었던 것에 대해 염 감독은 "고영표의 슬라이드 스텝이 정규리그 때보다 빨라졌다"면서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준비를 했더라. 그래서 조금은 신중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2차전 상대 선발인 쿠에바스에 대해서도 "쿠에바스도 슬라이드 스텝을 체크하고 움직일지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1차전이라는 심리적인 부담이 컸을 것으로 진단했다. 염 감독은 "어제는 우리 팬들께서 너무 많이 오셔서 선수들이 긴장감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이제 두번째 게임이라 선수들도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염 감독은 1차전서 선발로 나와 6⅓이닝 동안 4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켈리에 대한 칭찬을 했다. 특히 새로운 구종인 포크볼을 실전에 사용하면서 변화를 보인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염 감독은 "시즌 중에 포크볼에 대해 얘기했는데 부담스러워 했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면서 투수코치와 포크볼을 연습했었다. 연습경기서 나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고 포크볼을 던졌다. 연습경기에서 포크볼로 삼진을 잡으면서 자신감을 가졌고 이번 경기에서 결정구로 썼다"면서 "포크볼을 쓰며 켈리의 삼진 비율이 높아지게 됐다. 포크볼 하나로 한국시리즈의 다음 등판도 기대가 되고, 내년시즌도 기대가 된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정우영이 상대 중심타자를 상대할 키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정우영의 슬라이드 스텝이 1.30 아래로 내려왔다"면서도 "일단은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을 시킬 것"이라고 했다. 주로 상대의 중심타자에게 승부를 시킬 계획. 아무래도 지난해 홀드왕을 한 경험이 많은 투수이기 때문. 염 감독은 "상대 알포드나 박병호, 장성우 타석 때 주자가 없을 때 정우영과 상대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T는 2루수에 처음으로 신본기를 기용했다. 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앤서니 알포드(좌익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배정대(중견수)-문상철(지명타자)-신본기(2루수)-조용호(우익수)로 구성했다. 이강철 감독은 "그동안 신본기를 경기 후반 김상수가 빠질 때를 대비해 유격수로 남겨 놓았다"면서 "김상수의 몸상태가 괜찮다고 해서 오늘은 신본기를 2루수로 선발 출전시켰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신본기가 박경수 다음으로 수비가 좋은 선수다. 타격감도 좋은 것 같다"며 "2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신본기가 홈런도 치지 않았나"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전날 9회말 등판해 세이브를 기록했으나 첫 타자 문성주의 타구에 맞았던 박영현은 오늘도 등판 가능. 이 감독은 "멍이 시퍼렇게 들었는데 던질 수는 있다고 한다"면서 "캐치볼을 했는데 던지는데는 지장이 없다. 준비는 될 것 같다"라고 했다.
1차전서 7,8회를 22개로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손동현 역시 등판에 문제가 없다.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전날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6경기 모두 등판한 유일한 개근자다. 이 감독은 "동현이도 전혀 안피곤하고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면서 "지금 그럴 때인 것 같다. 잘되니까. 얘기를 해보니 안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 또 한명의 투수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멘탈이 장착된다"라고 흐뭇해 했다.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효과적인 투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정규시즌 때는 어이 없는 공이 두세개씩 나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필요없는 공이 없이 들어가니까 투구수도 줄어든다. 계속 2이닝을 던지는데 20개 내외로 끝내고 있다"며 손동현을 극찬했다.
1차전서 고영표가 LG 주자들을 잘 묶으면서 LG의 뛰는 야구를 잘 막은 비결을 묻자 이 감독은 "시리즈가 다 끝나면 말씀드리겠다"라며 영업 비밀이라고 함구. 그러면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LG한테 많이 당해서 잘 파악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플레이오프에 이어 1차전에서도 부진했던 알포드와 박병호에 대해서는 "중요할 때 잘해주지 않겠나. 이들을 대신할 타자도 없다"며 여전한 믿음을 보냈다.
2차전 선발 맞대결은 LG 최원태와 KT 윌리엄 쿠에바스.
LG의 키를 잡은 이는 최원태다. 시즌전 박동원의 FA 영입과 더불어 LG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만을 위해 단행한 승부수였다. 7월 말 LG가 '약속된 유망주' 이주형 등 유망주 3명을 내주고 데려온 토종 에이스다.
전반기는 키움에서 17경기에 선발등판, 6승4패 평균자책점 3.25로 호투했다. 그리고 7월말 LG의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 정규시즌의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적 직후 7월 30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시즌 성적은 9경기 3승3패 6.70에 그쳤다. 44⅓이닝으로, 경기당 평균 5이닝을 밑돌았다.
하지만 시즌 막판 애덤 플럿코가 이탈하면서 결국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 투수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뒤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한국시리즈 2차전만 준비해왔다.
이제 팀이 위기에 처했다. 1차전을 패한 LG는 2차전엔 12승 무패의 승률왕 쿠에바스와 만난다. 최원태는 2선발로서 플럿코의 빈 자리를 책임져야 한다.
바로 이 순간, 이 경기를 위한 선수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제 역할을 해주는 일만 남았다.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퀄리티 스타트를 바랐다. "최원태를 키플레이어로 꼽았다"는 염 감독은 "우리 선발이 퀄리티스타트만 해주면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3점 이내로 막고 5점 정도를 뽑아서 이기는 경기를 했다. 포스트시즌도 마찬가지다. 1차전도 우리 투수들이 잘했다고 한 것은 3점으로 막았다. 결국 우리 타자들이 찬스를 만들어 놓고도 결과를 내지 못해 힘들게 경기를 했었다"라고 말했다.
쿠에바스가 모든 야구팬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헌신적인 피칭 때문이다. 쿠에바스는 2년전인 2021년 108개의 공을 던진 뒤 이틀만 쉬고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한번 더 헌신을 보였다. 1차전서 상대 에이스 에릭 페디와 맞붙었지만 3이닝 동안 6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7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1승2패로 몰린 상황에서 사흘 쉬고 4차전에 등판했다. 6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맞고 무4사구에 3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로 팀의 11대2 대승을 이끌었다. 6회 2사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펼치다가 손아섭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나흘 휴식후 다시 LG와 만난다. 플레이오프 1차전 75개 피칭 후 사흘 휴식 후에 플레이오프 4차전서 73개를 던졌고 다시 나흘 휴식 후 한국시리즈 2차전 등판. 투구수가 적기는 하지만 사흘 휴식, 나흘 휴식이 이어지는 등판이라 조금은 피로도가 쌓였을 수가 있다. 그래도 이전에 3주의 휴식이 있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KT는 기대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1차전서 154㎞의 빠른 공을 뿌렸던 쿠에바스는 오히려 힘이 넘친 것이 독이 됐다. 힘있는 직구는 제구가 되지 않았고, 역시 세게 던진 슬라이더는 제대로 휘지 않고 들어와 오히려 NC 타자들이 치기 좋았던 것. 당시 직구가 32개, 커터가 19개, 슬라이더가 13개, 체인지업 6개, 투심 4개로 구종 분포를 보였다.
이강철 감독의 조언을 들은 쿠에바스는 4차전서 기대한 모습을 보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였으나 19개를 던졌고, 커터를 23개, 투심을 12개, 체인지업 10개, 슬라이더 9개를 구사했다. 직구를 줄이고 커터와 투심을 늘려 좀 더 변화를 많이 줬다.
쿠에바스는 정규시즌에서 12승 무패로 100% 승률로 승률왕에 올랐지만 유일하게 LG에게만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3번 등판했는데 승패없이 평균자책점이 11.45로 좋지 않았다. 7월 6일 잠실 경기서 5이닝 4실점했으나 팀이 6회에 대거 5점을 내 7-4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왔으나 팀이 7대8로 역전패를 당했다.
7월 27일 수원 경기에선 3이닝 6실점의 부진. 패색이 짙었으나 팀이 7회에 6-6 동점을 만들어 패전을 면했다. 팀은 6대9로 패배. 9월 5일 수원에서의 세번째 만남도 그리 좋지 않았다. 3이닝 동안 7안타(1홈런) 4실점했다. 2-4로 뒤진 상황에서 내려와 패전 투수가 될 위기였지만 4-4 동점이 되며 무패가 이어졌다. 팀은 또 4대5로 패배. 올시즌 쿠에바스가 등판한 18경기에서 KT는 14승4패를 기록했다. 그 4패 중 3번이 LG전이었고, 한번이 SSG전이었다.
쿠에바스로선 이번 한국시리즈를 통해서 정규시즌에 하지 못한 전구단 상대 승리에 도전하게 되는 셈이다.
이강철 감독은 이날 선발인 쿠에바스에 대해선 손목 높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손목이 낮으면 커터도 옆으로 돌고 체인지업도 옆으로 오기 때문에 커트 당하는데 손목을 세워서 던지면 커터도 종으로 오고 체인지업도 종으로 떨어진다"라고 했다.
쿠에바스의 투구수에 대해선 한계를 잡지 않았다. 이 감독은 "본인이 힘들다고 할 때까지 가려고 한다"라면서 "어제 영표도 5회가 끝난 뒤 힘들다면 바꾸려고 했는데 6회에 한타자씩 보자고 했고 6회 끝까지 갔다"라고 말했다.
전날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둔 KT는 1회초부터 폭발했다. 최원태를 1회에 끌어내렸다.
선두 김상수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고, 2번 황재균은 146㎞의 직구를 공략해 좌전안타를 쳤다. 무사 1,2루. 3번 알포드가 최원태의 공을 침착하게 골라 볼넷을 얻었다.
무사 만루서 박병호가 어정쩡하게 친 것이 3루수앞 땅볼이 됐고 3루수 문보경이 홈에 뿌려 3루주자를 잡았다. 1사 만루. 타격감이 좋은 장성우가 이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최원태의 가운데로 몰린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2루타를 쳤다. 2명이 들어와 2-0.
염경엽 감독이 곧바로 움직였다. 미리 준비한 이정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급하게 올라온 이정용은 볼 2개를 연속해서 던졌고 3구째 140㎞ 직구를 던졌다가 배정대에게 좌중간 안타를 얻어맞았다. 또 2명의 주자가 들어와 4-0. KT의 선발 쿠에바스와 필승조를 생각하면 4점은 커보였다.
LG도 곧바로 1회말 반격에 나섰다. 선두 홍창기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났으나 2번 박해민이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3번 김현수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 2아웃. 4번 오스틴이 깔끔한 우전안타를 쳐 1,3루의 찬스를 이었다. 그러나 5번 오지환이 쳤으나 타구가 1루수 박병호 정면으로 굴렀다.
KT가 2회초 추가 득점기회를 잡는가 했지만 1차전처럼 아쉬운 주루사가 나왔다. 1사후 9번 조용호가 좌중간 2루타를 쳤다. 깊게 굴러간 타구를 보고 조용호가 3루까지 달렸고, 중견수 박해민-유격수 오지환-3루수 문보경으로 이어지는 빠르고 정확한 중계 플레이에 조용호가 3루에 다다르기 직전에 태그 아웃됐다.
곧바로 1번 김상수가 중전안타를 때려내 조용호의 주루사가 더욱 아쉬웠다. 2번 황재균이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되며 KT의 2회초는 무득점.
LG는 2회말 선두 6번 문보경이 볼넷을 골라 출루하며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가 했다. 하지만 박동원의 안타성 타구를 KT 유격수 김상수가 가까스로 잡아 2루로 연결했고, 1루까지 도달하며 병살타가 됐다. 8번 문성주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빠르게 2회말이 끝났다.
LG는 3회초 정우영을 올렸다. 염 감독이 밝힌 대로 3번 알포드 타석에 정우영을 냈다. 알포드는 148㎞의 투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박병호는 148㎞의 초구를 쳤는데 유격수앞 땅볼, 1회초 2루타를 쳤던 5번 장성우도 투심에 유격수앞 땅볼로 물러났다. KT의 첫 삼자범퇴였다.
그리고 3회말 LG가 드디어 첫 득점을 했다. 선두 9번 신민재가 우전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실패하며 분위기가 꺾이는 듯했지만 홍창기가 볼넷을 골라 드디어 첫 출루를 했다. 이어 박해민이 투수앞 내야안타를 기록해 1,2루를 만들었다. 김현수가 1루수앞 땅볼을 쳤다. 1루주자가 박해민이라 2루로 던지지 않을 것이라 보였지만 1루수 박병호는 과감하게 2루로 던져 아웃. 2사 1,3루가 됐고 이것이 1점을 막았다. 4번 오스틴이 좌전안타를 쳐 드디어 LG가 추격의 1점을 뽑았다. 만약 박병호가 2루로 던지지 않고 1루를 밟았다면 LG가 2점을 뽑았을 테지만 박병호의 과감한 2루 송구로 LG는 1점만 뽑았다.
이어진 2사 1,2루의 찬스에서 오지환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정우영이 4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KT 선두 6번 배정대가 투심에 1루수앞 땅볼로 잡혔으나 1차전 히어로인 문상철이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좌전안타를 쳤다. 8번 신본기 대신 대타 오윤석이 우전안타를 쳐 1사 1,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왼손 조용호 타석이 오자 LG는 투수를 베테랑 김진성으로 교체했다. 김진성의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조용호는 볼 3개를 고른 뒤 스트라이크 하나를 지켜봤고 5구째 볼을 골라 볼넷으로 나갔다. 1사 만루. KT에 결정적인 추가득점 기회가 찾아왔다. 이제 1점을 추격한 LG로선 추가점을 내준다면 경기를 내줄 판.
1번 김상수가 친 것이 얕은 우익수 플라이가 되며 3루주자가 들어오지 못했다. 이어 2번 황재균은 2S에서 4구째 142㎞ 직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무득점. 베테랑 투수가 또한번 LG를 구했다.
큰 위기를 넘긴 LG의 4회말은 위기뒤에 찬스라는 말이 무색했다. 선두 문보경이 2루수앞 땅볼로 물러났고 박동원이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아웃. 2사후 문성주가 중견수 앞 안타로 이번 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했다. 9번 신민재의 볼카운트 1B2S에서 문성주가 2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신민재가 헛스윙 삼진을 당해 이닝 종료.
5회초 LG는 백승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내야수로 입단해 빠른 공으로 투수로 전향해 올시즌 꽃을 피운 유망주. 첫 한국시리즈 등판이었다. 알포드가 중견수 플라이, 박병호가 헛스윙 삼진으로 2아웃. 2차전에서도 이 감독의 바람과는 다른 둘이다. 장성우가 끈질긴 승부 끝에 8구 슬라이더를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했고, 6번 배정대는 2B2S에서 백승현의 옆을 지나치는 중전안타를 쳐 1,2루를 만들었다. 또한번의 추가 득점 찬스. 7번 문상철 타석에서 LG는 다시 교체. 6번째 투수 유영찬이 올라왔다. 초구 파울에 2구째 슬라이더로 2S의 불리한 카운트. 문상철이 유영찬의 유인구에 속지 않으려 했으나 결국 슬라이더에 속고 말았다. 체크 스윙으로 삼진. 3점차지만 찬스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며 불안한 리드가 이어졌다.
쿠에바스는 5회말에도 등판했다. 4회까지 투구수가 68개. LG는 5회말 공격이 홍창기부터 시작되기에 기대를 걸어볼만했다. 허나 홍창기가 2루수앞 땅볼로 아웃. 2번 박해민은 중견수와 유격수 사이의 행운의 안타성 타구를 쳤으나 유격수 김상수가 뒤로 달리며 잡아냈다. 3번 김현수도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 가장 기대를 모은 5회말이었으나 오히려 처음으로 삼자범퇴를 당했다.
6회초 KT의 공격이 삼자범퇴로 끝났다. 8번 오윤석이 3루수 파울 플라이, 9번 조용호가 1루수 라인드라이브, 1번 김상수가 우익수 파울 플라이로 끝났다. 삼자범퇴는 3회 이후 두번째.
6회말 LG의 두번째 추격의 득점이 나왔다. 또 나온 쿠에바스에 선두 4번 오스틴이 삼진으로 물러나 아쉬운 상황. 5번 오지환이 분노의 솔로포를 터뜨렸다. 쿠에바스의 초구 141㎞ 커터를 받아쳤고 치는 순간 홈런이었다. 우측 담장을 LG 팬들의 큰 함성과 함께 넘어갔다. 2-4.
6번 문보경이 2루수앞 땅볼로 아웃됐지만 7번 박동원이 좌전안타를 쳤다.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서 쿠에바스와 포수 장성우에게 지시사항을 직접 전달했다. 문성주가 날카롭게 쳤으나 좌중간으로 날아간 타구를 좌익수 알포드가 걷어냈다.
2점차로 쫓기며 추가점이 더욱 필요해진 KT는 그러나 7회초에도 유영찬에게 막혔다. 2번 황재균이 2루수 플라이로 잡히더니 알포드가 삼진, 박병호가 유격수앞 땅볼로 아웃됐다. 유영찬을 상대로 7타자가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유영찬은 2⅓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한국시리즈 데뷔전을 환상투로 치렀다.
7회말 드디어 KT의 필승조가 가동됐다. 전날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손동현이 올라왔다. 9번 신민재가 잘 맞혔으나 유격수 김상수가 잘 잡아 1루로 송구해 아웃. 이어 홍창기도 우전안타성 타구를 쳤으나 2루수 오윤석이 팔을 쭉 뻗는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 1루로 던져 아웃시키는 환상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2번 박해민은 손동현과 풀카운트 승부끝에 볼넷을 골랐다.
KT가 빠르게 투수 교체에 돌입했다. 홀드왕 박영현이 올라왔다. 김현수가 가장 필요할 때 한방을 쳤다. 빠르게 간 1루쪽 타구가 라인을 타고 외야로 갔다. 1루수 박병호가 잡으려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타구가 너무 빨랐다.
박해민의 발로는 여유있게 득점. 3-4, 이제 1점차가 됐다. 2루엔 대주자 손호영. 기대했던 오스틴이 1루수 플라이로 잡히고 말았다.
8회초 LG는 함덕주를 올렸다. KT에서 가장 잘치는 3명의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선두 장성우가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6번 배정대도 헛스윙 삼진, 7번 문상철이 중견수 플라이로 잡혔다. KT의 공격이 막히고 LG가 1점씩 따라가며 분위기가 점점 LG쪽으로 넘어가는 모습이었다.
8회말 KT는 박영현이 막아야 했고, LG는 박영현을 무너뜨려야 했다.
선두 5번 오지환이 볼넷을 골랐고, 문보경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의 찬스. 올해 FA로 온 박동원이 극적인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박영현의 초구 124㎞의 한가운데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크게 넘어가는 투런포를 날렸다. 염경엽 감독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감동의 홈런이었다.
그리고 9회말. 전날 아쉬운 역전패를 허용했던 마무리 고우석이 올라왔다. 대타 김민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고우석은 조용호도 152㎞의 직구로 루킹삼진을 뽑아냈다. 그리고 김상수를 2루수앞 땅볼로 처리하고 첫 세이브를 낚았다.
아쉽게 역전패를 당한 이강철 감독은 "초반 4득점했는데 추가득점이 안나왔고 결국 역전을 당했다"면서 "손동현과 박영현이 조금 지친 모습이 보여 빠르게 교체했다. 결과가 안좋았지만 그동안 좋았으니까 내일 하루 쉬고 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알포드와 박병호가 터지지 않았다. 이 감독은 타순 변경에 대한 질문에 "생각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8회말 김현수의 우익선상 2루타 때 박병호의 수비 위치에 대한 질문에 "라인에 붙었는데 마지막에 떨어지는 바운드가 되는 바람에 놓쳤다. 수비 위치는 잘 갔다"라며 문제가 없었다라고 했다. 3차전 선발을 공개했다. LG전에만 4승을 거둔 투수였다. 이 감독은 "3차전 선발 공개하겠다. 벤자민이다"라고 말했다.
극적인 역전승으로 LG의 21년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이끈 염경엽 감독은 "목이 다 쉬었다"면서 "최원태가 제구가 안돼 어려운 시합이 됐다. 불펜들이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줬다. 지환이의 홈런과 현수의 타점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게했고, 동원이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역전 홈런을 기록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정말 좋은 경기를 해줬다"라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염 감독은 또 "단지 1승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시리즈의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경기였다"면서 "또하나의 소득은 젊은 불펜들이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했는데 오늘 좋은 경험을 하면서 남은 시즌 우영이 영찬이 승현이 같은 선수들을 좀더 과감하게 기용할 수 있도록 감독에게 많은 카드를 만들어줬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내게도 의미가 크다"면서 "1차전을 졌어도 전체 시리즈를 보면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가장 좋은 것은 8명의 투수가 투입되면서 모두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경기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날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날 세이브를 올린 고우석에 대해서 "어제도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실투를 상대가 잘쳤을 뿐이다"라면서 "오늘 우석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결국 우석이가 마무리로서 지켜줘야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라고 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이날도 꽉 채운 LG 팬들에 대해 "어제 너무 죄송스러웠다. 정말 뜨거운 응원인데 보답하지 못해서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오늘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수, 타자 뭉쳐서 팬들을 웃고 돌아 가실 수 있게 해서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극적인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린 박동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3루수를 쳐다봤다. 기습번트를 한번 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치길 잘했다"면서 "노리던 공은 아니고 워낙 구위가 좋으니까 늦지만 말자 생각하고 쳤는데 스윙이 잘 나왔다"라고 말했다.
박동원은 홈런치고 들어와 세리머니를 했을 때 어땠냐고 묻자 "너무 짜릿했다. 정말 많이 맞았다. 눈물날 것 같았다"며 눈물이 진짜 났냐고 묻자 "너무 많이 맞아서 소리도 많이 질렀는데 살짝 고이긴 했다"며 웃었다.
세이브를 올린 고우석은 "어제 경기하고 나서 등판한 거라 그런지 감각적인 부분이 괜찮았다. 어제는 잊고 오늘 집중했다. 똑같이 준비하고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힘을 빼고 동원이형 미트 보고 던졌다"라고 했다. 첫세이브 소감을 묻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었다"라며 "내가 막은 거보다 동원이형 홈런 친게 더 좋았다. 나도 때리고 싶었는데 몸푸느라 못때려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팬들의 엄청난 응원에 대해 고마움을 말했다. 박동원은 "유광점퍼와 노란 수건이 너무 많았다. 2만명과 힘을 합쳐 싸우는 느낌이었다"면서 "KT팬분들도 많았지만 LG 팬들께서 티켓팅을 잘하신 것 같다. 너무 큰 힘이 된다"라고말했다.
고우석도 "어제 결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던지는 1구 1구 제 이름을 연호해주셔서 이 팀에 속해있다는 게 기뻤다"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리뷰 KT 3-2 LG 승리투수 손동현, 세이브 : 박영현, 패전투수 : 고우석
KT가 역대 6번째 업셋 우승을 위한 힘찬 걸음을 시작했다. 정규리그 2위이자 플레이오프 승리팀인 KT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정규리그 우승팀인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9회초 문상철의 역전 2루타를 앞세워 3대2로 승리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4.4%다 프로 원년인 1982년 1차전 무승부를 제외하고 1차전 승리팀이 29번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단일리그로 치러진 1989년 이후 정규리그 우승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84.4%(32회 중 27회. 1999, 2000년 양대리그 제외)다. 즉 플레이오프 승리팀의 우승은 5번 뿐. 1989년 해태 타이거즈(2위), 1992년 롯데 자이언츠(3위), 2001년 두산베어스(3위), 2015년 두산 베어스(3위), 2018년 SK 와이번스(2위)가 업셋 우승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올시즌 꼴찌에서 2위까지 기적을 만들었던 KT는 플레이오프에서도 NC 다이노스에 1,2차전을 먼저 패해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으나 이후 3,4,5차전을 내리 이기는 리버스 스윕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제 기적의 완성인 우승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LG는 정규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만든 9명의 주전이 그대로 나왔다.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LG가 내놓을 수 있는 베스트 라인업이다.
LG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이 라인업을 구성하며 "한국시리즈 내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면서 "5번 오지환-6번 문보경만 둘의 타격 컨디션에 따라 순서가 바뀔 수는 있다"라고 했다. 정규리그에서는 투수에 따라 포수 허도환이 선발로 나서기도 했으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박동원이 전 경기 선발로 나설 계획이다.
KT는 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알포드(좌익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배정대(중견수)-문상철(지명타자)-박경수(2루수)-조용호(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 때 다이빙 캐치 후 내전근이 좋지 않아 4,5차전서 선발에서 제외됐던 박경수가 다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가 땅볼 투수이고 LG에 왼손 타자가 많아 오윤석 보다는 수비가 좋은 박경수를 스타팅으로 냈다"고 밝혔다.
1차전 선발은 LG 케이시 켈리와 KT 고영표다.
켈리는 LG의 에이스 중에 에이스다. 올시즌까지 5년 연속 LG에서 뛰고 있는 LG 구단 역사상 최장수 외국인 투수다. 2019년 14승을 시작으로 2020년 15승, 2021년 13승을 거둔 켈리는 지난해엔 16승으로 다승왕을 거뒀다. 올시즌엔 기복을 보이며 교체 얘기까지 나왔지만 10승을 기록하며 5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178⅔이닝으로 이닝수로는 2019년(180⅓이닝) 이후 최다 이닝을 던지며 팀에 일조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열망도 가득하다. 2년전인 2021년 시즌 중 아들이 미국에서 태어났는데도 팀의 우승을 위해 가지 않고 뛰었을 정도다. 포스트시즌 통산 6경기에 등판해 3승1패 평균자책점 2.23의 좋은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LG가 2차전에 최원태, 3차전 임찬규를 내세우는데 KT의 예상 선발이 2차전 윌리엄 쿠에바스, 3차전 웨스 벤자민 등 외국인 에이스라 LG로선 1차전을 승리해야 국내 선발들이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올시즌 KT전엔 4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개막전서 5⅓이닝 8실점(6자책)의 충격적인 부진을 보였던 켈리였다. 두번째 대결인 7월 6일 잠실 경기서도 5⅔이닝 동안 7안타 5실점을 기록했다.
후반기에 좋았다. 9월 6일 수원 경기서는 7이닝 2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9월 27일 잠실경기서는 7이닝 동안 5안타 무4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LG로선 후반기에 보여준 KT전을 믿어야 할 듯.
KT의 고영표는 플레이오프 시리즈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다. KT가 2패로 벼랑끝에 몰렸을 때 3차전 선발로 나서 6이닝 3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로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아들의 첫 생일에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승을 거두는 의미있는 날을 보냈다.
시즌 막판 타구에 팔을 맞아 플레이오프 등판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당시 충격으로 인해 통증이 어깨로 올라가면서 비상이 걸리기도. 다행히 3주간의 휴식기 덕분에 통증이 줄어 투구가 가능해졌고, 좋은 컨디션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었다.
고영표는 2021년 한국시리즈에선 불펜 투수로 나섰다. 그해 선발 투수로 11승을 올렸지만 이강철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는 그에게 불펜 임무를 맡긴 것. 확실하게 믿을 불펜 자원이 없다고 판단한 이 감독이 가장 안정적인 고영표에게 중간 계투 역할을 맡겼고 이는 대 성공으로 이어져 KT는 두산 베어스에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13승8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한 고영표는 이번엔 선발로 나섰으나 아쉬운 결과를 만났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승1패에서 3차전에 나선 고영표는 2⅓이닝 동안 6안타(1홈런) 5실점(4자책)으로 무너지며 패전투수가 되고말았다.
올해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구위를 회복했고, 팀에 가장 중요한 경기서 승리투수가 되면서 이번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3차전서 105개의 공을 뿌린 뒤 나흘 휴식 후 등판.
올해 LG전에선 성적이 좋지 못하다. 4경기(3선발)서 2패에 평균자책점이 7.36으로 9개구단 상대 중 가장 나쁘다. 5월 18일 잠실경기서 4⅔이닝 12안타 8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고, 7월 26일 수원 경기에선 7이닝 4안타 1실점의 호투를 보였다. 9월 7일 수원 경기서 6이닝 10안타 6실점 패전.
2021년엔 6경기서 3승1패 평균자책점 1.73으로 극강의 모습을 보였던 적이 있었기에 KT팬들로선 '어게인 2021'을 기대할 듯.
보통 한국시리즈 1차전은 초반 투수전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오프 승리팀 타자들이 타격 감각이 좋아도 1위팀 1선발의 구위에 눌리고, 1위 팀 타자들은 오래 쉰 탓에 타격 감각이 무딘 상황이라 초반 타격이 좋지 않기 때문.
그런데 2023 한국시리즈는 1회부터 타격전으로 점수를 뽑았다.
1회초 선두 김상수가 중전안타를 뽑았고 곧바로 2번 황재균의 초구에 2루 도루를 했다. 이 감독이 잘 구사하는 히트앤드런 작전이 초구에 들어갔는데 황재균이 커브에 헛스윙을 했고, 2루로 달린 김상수는 포수 박동원의 송구가 뒤로 빠지며 3루까지 갔다. 무사 3루의 찬스에서 황재균이 유격수앞 땅볼을 쳤고, 그사이 김상수가 홈을 밟아 선취점을 뽑았다.
켈리는 동요하지 않았다. 3번 알포드를 한국시리즈를 위해 준비한 새 무기 139㎞의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고, 4번 박병호도 137㎞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LG가 곧바로 동점에 이어 역전까지 만들었다. 고영표에 강한 모습을 한국시리즈에서도 보여줬다. 선두 홍창기가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됐지만 2번 박해민이 우전안타 3번 김현수의 우전안타로 1사 1,3루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아쉬운 실책이 나왔다. 4번 오스틴이 친 강한 타구가 수비 시프트로 2루 옆쪽에 있던 2루수 박경수 쪽으로 와 병살코스.
그런데 '수비장인' 박경수가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해 떨어뜨렸고, 다시 2루로 글러브 토스를 한 것도 유격수 김상수가 맨손으로 잡다가 놓쳤다. 모두 세이프. 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온 박해민도 2루를 보고 두팔 벌려 세이프를 선언하며 홈을 밟았다. 1-1. 이어진 1사 1,2루서 5번 오지환의 우전안타로 만루가 이어졌다. 자칫 빅이닝이 만들어지며 1회에 승부가 결정날 수도 있는 상황.
6번 문보경이 친 타구가 우측으로 크게 날아갔지만 우익수 희생플라이가 돼 2-1 역전. 7번 박동원은 3루수앞 땅볼에 그쳤다.
2회초 KT의 찬스가 한순간에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선두 5번 장성우가 3루수 문보경의 실책으로 출루하며 다시 흐름이 KT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6번으로 올라온 배정대의 좌전안타로 무사 1,2루서 7번 문상철의 타석. 이 감독은 문상철에게 희생번트 작전을 내렸고 문상철은 초구에 번트를 댔다. 그런데 타구가 바로 앞에 떨어지더니 멈췄다. 포수 박동원이 곧바로 잡고는 3루로 던졌고, 3루에서 공잡은 오지환이 1루로 던져 병살을 완성했다. 그런데 이때 2루로 갔던 배정대가 3루가 빈 것을 보고 3루로 달렸다. 번트 타구를 잡으려고 앞으로 달려왔던 문보경이 빠르게 3루로 돌아왔고 가까스로 태그아웃. 트리플 플레이, 삼중살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공식 기록은 문상철의 병살타와 배정대의 주루사.
LG도 2회말 득점 찬스를 만들었으나 한방을 치지 못했다. 선두 문성주가 유격수앞 땅볼에 그친 뒤 9번 신민재가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1번 홍창기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 2아웃. 2번 박해민이 고영표의 몸쪽공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고 나갔다. 2사 1,2루의 찬스에서 김현수가 친 공이 1루수앞 땅볼이 됐다.
금방 몇 점씩 나며 타격전이 될 것 같던 경기가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3회초 KT 공격은 8번 박경수와 9번 조용호가 유격수앞 땅볼로 물러난 뒤 1번 김상수가 3루수 앞 땅볼로 아웃돼 삼자범퇴로 끝났고, LG 역시 4번 오스틴이 투수앞 땅볼, 5번 오지환이 1루수 라인드라이브, 6번 문보경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4회초 다시 KT에 환호와 탄식이 울렸다. 선두 2번 황재균과 3번 알포드가 연속 볼넷을 골라 무사 1,2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4번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5번 장성우가 우중간 안타를 쳤다. 2루주자 황재균이 홈을 밟아 2-2 동점. 1루주자 알포드가 3루까지 진루했다.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우익수 홍창기의 송구를 받은 유격수 오지환의 홈송구가 어이없게 옆으로 빠지고 말았다. 3루에 있던 알포드가 홈에 뛰어 들까 말까 백네트 쪽에 투수 켈리가 백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포기. 그런데 켈리가 포수 박동원에게 던진 공이 또 미트를 맞고 옆으로 빠졌다. 이때 알포드가 홈으로 뛰어들었다. 1루주자 오스틴이 홈 커버를 왔고 박동원의 토스를 받아 태그 아웃. 이어진 2사 2루서 배정대가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결국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시 4회말 LG가 앞서나갈 기회를 얻었다. 1사 1루서 9번 신민재의 좌전안타로 1,3루의 찬스가 만들어졌다. 1루주자 문성주가 고영표의 여러차례 견제를 뚫고 1B2S에서 4구째 2루 도루를 시도했고, 유격수가 2루 커버를 올 때 신민재가 밀어쳤다. 타구가 딱 유격수 자리로 날아가 안타가 됐고, 짧은 안타였지만 스타트를 끊은 문성주가 3루까지 안착.
하지만 믿은 출루왕 홍창기가 1루수앞 땅볼에 그쳤고, 이어진 2사 2,3루서 박해민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큰 위기를 벗어난 고영표는 세리머니를 별로 하지 않는 그였지만 이번엔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멋진 세리머니를 펼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KT는 5회초 문상철이 삼진, 박경수가 우익수 플라이, 조용호가 삼진을 당하며 삼자범퇴로 끝났다. LG는 5회말 4번 오스틴과 6번 문보경의 안타로 2사 1,2루를 만들었으나 박동원이 3구 삼진을 당하며 또한번 찬스를 날렸다.
1회만 해도 선발 투수가 5회까지는 던질 수 있을까 했는데 둘 다 6회에도 마운드에 섰다. 6회초엔 LG 수비수들이 켈리의 호투를 도왔다. 1사후 황재균의 안타성 타구를 2루수 신민재가 끝까지 쫓아가 밴트 레그 슬라이딩으로 잡자 마자 1루로 던져 아웃시키는 호수비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이어 알포드의 타구는 왼쪽 구석으로 날아가 2루타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좌익수 문성주가 전력질주해 따라오더니 슬라이딩으로 공을 잡아냈다. 모두가 감탄. LG 선수들 모두가 더그아웃 앞에서 문성주를 기다리며 그의 수비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고영표도 6회를 잘 넘겼다. 8번 문성주를 우익수 플라이, 9번 신민재를 투수앞 땅볼, 1번 홍창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고퀄스'라는 별명 답게 첫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에서도 6이닝 7안타 1볼넷 1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7회초 KT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1사후 장성우가 좌전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LG 선발 켈리의 임무도 여기까지. LG는 이정용을 두번째 투수로 투입했다. 6번 배정대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1사 1,2루가 됐다. 하지만 7번 문상철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찬스가 이대로 무산되나 했다. 이때 이강철 감독은 박경수 대신 대타로 김민혁을 냈다. 그리고 김민혁은 기대대로 깔끔한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2루주자 장성우의 주루와 우익수 홍창기의 송구 대결. 홍창기의 송구가 조금 더 빨리 포수 박동원에게 도착했고, 결과는 아웃. 장성우가 세이프를 주장해 비디오판독이 이뤄졌고, 박동원의 미트가 장성우의 허벅지에 닿는 동안 장성우의 발이 홈플레이트에 닿은듯했다. KT 선수들이 모두 세이프를 주장했지만 비디오판독센터에서 들려온 판독 결과는 아웃이었다. KT 선수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더그아웃에 잠시 동안 그대로 서서 항의를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켈리는 6⅓이닝 동안 4안타만 내주고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로 1선발의 임무를 다했다. 이정용도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위기를 잘 넘겼다.
KT는 7회말부터 최강의 필승조를 가동했다. 플레이오프 MVP 손동현이 마운드에 올라 그가 왜 MVP인지를 직접 LG 타자들에게 보여줬다. 2번 박해민을 중견수플라이로 잡아낸 손동현은 김현수와 오스틴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깔끔하게 끝냈다.
LG는 8회초 두산시절 한국시리즈 세이브 경험이 있는 함덕주를 올렸다. 9번 조용호가 1루수 앞 땅볼, 1번 김상수가 유격수앞 땅볼로 잡혔으나 황재균이 중전안타를 치며 2사 1루. 알포드가 풀가운트 승부를 했으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8회말에도 손동현이 그대로 버텼다. 그리고 LG는 오지환이 3루수 플라이, 문보경이 중견수 플라이, 박동원이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손동현은 2이닝 동안 22개를 던지며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146㎞의 빠른 직구에 LG 타자들이 전혀 반응을 하지 못했다.
LG는 9회초 마무리 고우석을 올렸다. KT는 선두 4번 박병호가 유격수앞 땅볼로 물러났다. 염경엽 감독이 주의해야 할 타자로 지목했던 박병호였지만 이날 4타수 무안타 삼진 2개에 그쳤다. 2개의 안타를 때려냈고, 첫 타석에서도 실책으로 출루했던 장성우는 잘 쳤지만 좌익수 정면으로 날아가 아웃. 6번 배정대가 볼넷을 고른 뒤 7번 문상철의 타석. 2B2S에서 154㎞의 직구를 파울로 걷어낸 문상철은 이어 온 133㎞의 커브를 기가막히게 때렸고 좌측으로 크게 날아갔다. 홈런인듯 했으나 펜스 상단을 맞고 떨어진 2루타. 그사이 배정대가 홈을 밟았고, 홈 송구가 뒤로 빠진 사이 문상철은 3루까지 달렸다. 2-2의 팽팽하던 승부가 깨졌다. 희생번트를 실패했던 문상철이 결정적인 2루타로 팀을 살린 것. 이어 대타 오윤석이 나왔으나 삼진.
9회초 마무리로 박영현이 등판했다. LG는 선두 8번 문성주가 친 타구가 박영현의 왼쪽 다리를 맞고 1루쪽으로 굴절됐다. 박영현이 끝까지 쫓아가 타구를 잡았고 마침 달려온 문성주를 태그아웃. 트레이너가 나와 체크한 뒤 박영현은 투구를 이었다. 신민재는 2루수앞 땅볼.
출루왕과 홀드왕의 마지막 대결. 박영현이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손동현이 한국시리즈 첫 승리투수가 됐고, 박영현은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챙겼다.
경기후 패장 염경엽 감독은 "꼭 이기고 싶었는데 져서 아쉽다. 어쩔 수 없다. 투수들은 전체적으로 자기 역할을 해줬다. 타석에서 추가점을 못뽑은게 어려워졌다"면서 "경기감각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내일 경기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5타수 무안타에 그친 출루왕 홍창기에 대해 "첫 게임 끝났기 때문에 내일부터 잘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한 염 감독은 "타순은 그대로 간다"라고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염 감독은 실책에 대해 "득점하고 크게 연결된 부분이 없어서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안던져야할 공들을 던지면서 실책들이 일어났다. 내일 경기에서 충분히 커버될 수 있는 부분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승장 이강철 감독은 "초반에 빠르게 승기를 가져와서 쉽게 갈 수 있는 경기였는데 잘 안되면서 끌려가는 경기가 됐다"면서 "고영표가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면서 잘 버텨줬고 손동현 2이닝을 막은 게 컸다. 마지막까지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문상철의 마지막 장타가 나오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라고 경기를 평했다.
문상철의 2회초 삼중살이 된 번트는 작전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거기서 누가 번트 사인을 내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본인이 좀 의외로 역으로 한거 같다"고 했다. 이어 "1회에 영표 공을 보고 1점 싸움은 아니라고 봤기 때문에 배정대와 문상철에게 번트를 대지 않고 공격적으로 쳐라고 한 것이다"라고 설명을 이었다. 이 감독은 "만약에 경기에서 졌다면 내가 사인을 냈다고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철이가 잘해서 사실대로 말해도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고 웃었다.
멋진 역전 2루타로 데일리 MVP에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은 문상철은 2루타를 친 비결을 묻자 "고우석은 국내에서 직구구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타이밍을 빨리 잡았다"라면서 "2스트라이크 이후 두가지 중 하나를 노릴 수는 없었다. 빠른 공에 맞춰서 준비하고 칠 수 있는 존을 설정해서 거기 오면 자신있게 치자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정규리그에서 고우석을 상대로 3타수 3안타인 것에 대해서는 "들어갈 때마다 항상 공이 좋은데 결과가 좋았다"라며 "또 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한다. 직구가 워낙 빨라 늦지 않게 치려고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삼중살에 대해서는 "사실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힌 문상철은 "내 생각엔 빨리 동점을 만들기 위해 번트를 댔다"라고 했다. 이어 "결과가 좋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형들이나 코치님들에 한개만 치면 된다고 나에게 찬스가 올거라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물론 쉽게 잊혀지지 않았지만 빨리 비워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KT 3승2패
▶11월 5일 5차전 KT 3-2 NC 승리투수:손동현, 세이브:김재윤, 패전투수:김영규
▶11월 3일 4차전 KT 11-2 NC 승리투수:쿠에바스, 패전투수:송명기
▶11월 2일 3차전 KT 3-0 NC 승리투수:고영표, 세이브:김재윤 , 패전투수:태너
▶10월 31일 2차전 NC 3-2 KT 승리투수:신민혁, 세이브:이용찬, 패전투수:벤자민
▶10월 30일 1차전 NC 9-5 KT 승리투수:페디, 패전투수:쿠에바스
◇준플레이오프 NC 3승
▶10월 25일 3차전 NC 7-6 SSG 승리투수:이재학, 세이브:이용찬, 패전투수:노경은
▶10월 23일 2차전 NC 7-3 SSG 승리투수:최성영, 패전투수:김광현
▶10월 22일 1차전 NC 4-3 SSG 승리투수:김영규, 세이브:이용찬, 패전투수:엘리아스
◇와일드카드 결정전 NC 1승
▶10월 19일 1차전 NC 14-9 두산 승리투수:김영규, 세이브:이용찬, 패전투수:이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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