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쟁' 와중에 만나는 美中 정상, 관계안정화 의기투합할까

조준형 2023. 11. 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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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핫라인' 등 가드레일 설치 합의 여부·북핵 논의 등 주목
중동·우크라에서 벌어진 전쟁 관련 팽팽한 논쟁 예상
미중 정상회담 (PG) [홍소영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내년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짧으면 1년여, 길면 5년 또는 그 이상 기간 세계 1,2위 강대국 관계의 틀을 만드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첫 대면 정상회담은 작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고,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에도 양국 정상이 나란히 참석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11∼17일)라는 '멍석'이 깔려 있지만 이번은 제3국이 아닌 두 나라 중 한 쪽에서 열리는 회담이라는 점이 다르다.

1년 전의 첫 만남은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둘 수 있었지만 이번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수순이며, 그럴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작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난달 7일 개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세계가 격랑에 빠진 상황에서 만나는 두 정상은 양국 관계의 파국을 막는 가드레일(안전장치)을 포함한 관계 안정화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1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두 대국간 외교는 치열한 전략경쟁 구도 속에 상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견제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불거진 대만해협 위기와 올해 중국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진입 사태 등은 양국 관계를 한동안 심각한 긴장 국면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부동산 버블 붕괴 위기 속에 경제 성장세 회복이 절실한 시 주석 모두 외교·안보·경제에 두루 걸쳐 있는 미중관계를 안정화할 필요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회담에서 대만해협, 남중국해, 인권 등 갈등 현안이 빠짐없이 다뤄지겠지만 그것이 회담의 '주무대'를 차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히려 제한적이나마 '관리'와 '협력'이 가능한 영역을 구체적으로 찾는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우선 양자 관계에서 미국은 중국이 그간 난색을 표해온 군 당국간 '핫라인' 등 군사 소통 채널 구축에 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은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중단할 것, 트럼프 행정부때 도입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폐지할 것 등을 요구하고, 대만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무기지원에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 현안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러시아 군사지원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란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입을 막는 영향력 행사를 당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을 위해 미국이 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중국과 협력할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전쟁'의 와중에 국제적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중정상회담과 관련한 대언론 전화 브리핑에서 "최근 (우리는) 북·러 관계의 급성장과, 북한의 대러시아 군사장비 직접 제공 등을 우려 속에 지켜봤다"며 북러간의 군사협력 강화에 대해 논의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러관계에 대한 미국 주도의 논의는 결국 중국까지 가세한 북중러 3각 안보 협력과 북중관계 강화에 대한 미국의 '견제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남북 및 북미 대화가 꽉 막힌 상황에서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외교의 돌파구가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올 것으로 보는 이들은 드물다.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확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이행의 중요성에 뜻을 같이할 수 있다면 그나마 의미 있는 결과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또한 대(對)북한 외교에 준비되어 있다는 점과,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의 결과물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동성명과 같은 '정치적 구속력'을 갖춘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내용을 상당 부분 서로 일치시킨 대언론 보도문을 각자 발표할지, 자국 입장에서 공개하고 싶은 내용만 각각 발표하게 될지 등이 관전 포인트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일부 결과는 실질적이고,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을 넘어선 구체적인 합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만약 양국 관계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미중관계 경색 속에 한동안 냉각기를 보냈던 한중관계도 개선의 공간이 지금보다 넓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럴 경우 한일중 3국 정상회의의 한국내 개최와, 시진핑 주석의 방한 논의 등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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