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재소장 퇴임…“헌법은 살아있는 나무”

후임 이종석 후보자 임명 절차 지연
대법원장도 47일째 권한대행 체제
양대 사법 수장 ‘공백 사태’ 현실화

마지막 인사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차량에 오르며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으로서 6년 임기를 마치고 10일 퇴임했다. 유 소장이 후임자 없이 헌재를 떠나고, 대법원도 이날까지 47일째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면서 11일부터는 양대 사법기관이 함께 수장 공백 상태를 맞게 됐다.

유 소장은 이날 오전 헌재에서 열림 퇴임식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소장으로서 재직한 지난 6년의 시간은 참으로 영광되고 소중한 시간이자 올곧은 헌법재판을 위한 고뇌와 숙고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유 소장은 이어 “헌재는 현재 아주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사회 다양한 가치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시대환경은 급변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헌법적 쟁점들이 제기되고 가치와 이해관계 충돌을 헌법재판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헌법은 종종 ‘살아 있는 나무’에 비유된다”며 “헌법 질서의 대전제인 기본적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단단한 기둥으로 해 급변하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 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7년 11월11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다. 2018년 9월21일 제7대 헌법재판소장으로 취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임 헌재 소장에 이종석 재판관을 지명했지만 국회 임명동의 절차가 늦어지면서 오는 13일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만약 인사청문회 이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늦어지고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헌재 소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7일 이내 재판관회의를 소집해 권한대행을 선출해야 한다. 그때까지 선임재판관인 이은애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는다. 헌재는 2006년 퇴임한 윤영철 3대 소장부터 2018년 퇴임한 이진성 6대 소장까지 후임자가 전임자의 임기만료 다음날 취임한 적이 없다. 2017년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고 이진성 소장 취임까지 296일간 공백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