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금융재앙 불러올수도”…‘사피엔스’ 유발 하라리의 경고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금융도구, 혼란 초래”

유발 하라리 교수 [매경DB]

“AI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도구가 창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유명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인공지능(AI) 기술이 재앙과 같은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복잡한 금융 파생상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것처럼, AI가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금융 도구를 창조해 내면 또 다른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9일(현지시간) 하라리 교수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AI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며, 혼자서 학습하고 개발할 수 있는 최초의 기술이기 때문에 인류 역사상 기존의 모든 기술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계는 오직 데이터만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AI에 이상적으로 적합한 분야”라며 “AI가 금융 시스템에 대해 더 큰 통제권을 가지고 사람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금융 도구를 창조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우려했다. 하라리 교수는 “AI 기술을 창조한 인간조차 모든 잠재적 위험성과 문제점을 예상하기는 극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라리 교수는 법 제정을 통해선 AI가 초래할 혼란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AI의 발전 속도와 방향은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모든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회를 통과할 때가 되면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는 매우 길고 복잡한 규제 조항을 만드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대신 위험이 생기면 이를 식별하고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기관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라리 교수는 최근 미국과 영국 등 국가들이 AI 안전과 관련해 정상회의를 갖고 발표한 ‘블레츨리 선언’에 대해선 “매우 중요한 한 걸음 전진”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가장 고무되거나 기대되는 점은 유럽연합(EU)·영국·미국 뿐 아니라 중국 정부도 선언에 서명했다는 점”이라며 “AI의 위험한 잠재력을 억제하는 건 세계적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해도 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라리 교수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역사적 통찰을 담은 ‘사피엔스’의 저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