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싫어하는 사람도 “미워할 수가 없다”…호감 그 자체 ‘이 남자’ [Books]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가 투수
오타니는 80억명 중의 한 명”
베테랑 기자의 ‘괴물’ 분석서
한 포지션도 어려운 야구에서
투타 겸업으로 월드클래스 돼
몸값 ‘5억 달러(약 5000억원·예상가)’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타석에서 때린 공은 일본 도쿄돔 천장을 뚫고, 투수 마운드에선 시속 160km의 패스트볼로 삼진을 잡는 괴물이어서다. 상상 속의 존재, 오타니는 ‘인간 유니콘’이다. 한 포지션에만 인생을 배팅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야구계에서, 투타겸업(동일 시즌에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함)으로 월드클래스가 됐다.
신간 ‘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시즌’이 출간됐다. 원제는 ‘쇼 타임(Sho Time)’. ‘Sho’는 쇼헤이의 ‘쇼’를 뜻한다. 오타니를 그 어떤 언론인보다 많이 취재했던 한 베테랑 스포츠 기자의 ‘본격’ 오타니 분석서다.
오타니는 ‘야구소년’이 아니라 ‘야구를 위해 사는 아이’였다. 공은 오른손으로 쥐었는데, 배트는 왼손으로 잡았다(우투좌타). 사실 그도 처음엔 배트를 오른손으로 쥐었다. 그런데 하도 홈런을 많이 치다보니 공이 자주 오른쪽 펜스를 넘겼는데, 하필 거기 강이 흘러서 매번 공을 잃어버렸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정말 ‘비용’이 문제가 될 정도였다. 소년은 타석에서 반대편 손으로 배트를 잡았는데, 이건 훗날 오타니의 엄청난 무기가 됐다.
고교 시절, 밥을 하루에 11공기를 먹어치운 오타니는 체중을 20kg 불렀다. 하지만 오타니의 비밀은 단지 육체적 우월성에만 기인하지 않았다. 그는 고교 때 이미 ‘은퇴 계획’을 세울 만큼의 정신력을 갖고 있었다. 오타니를 선점하려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30팀 중 27팀이 입찰했다. 첫 훈련날, 오타니가 우아하게 걷어올린 공은 필드 중앙에 꽂혔다. 현장 사람들은 전율했다. 최고 수준의 ‘파워 히터’에게만 그런 공이 허락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경기가 시작되자 오타니는 날아다녔다. 1회말, 배트는 펜스를 넘겼다. 3점 홈런이었다. 메이저리거들은 선수의 ‘첫 홈런’인 경우 절대 축하해주지 않고 모른척하는 익살스런 전통이 있다고 한다. 더그아웃의 무표정한 동료들 장난을 미소로 답한 오타니는 다음날 또 홈런을 쳤다. 마운드에선 7이닝 삼진 12개. 이건 ‘1세기 동안 아무도 본 적이 없던’ 인류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삶이란 게 불행 없는 행복이 있던가. 이번엔 척골 측부인대 손상이었다. 일상엔 지장이 없어도 투수 피칭은 일상적 활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타니의 경우 ‘셈법’이 달랐다. 투수로선 치료가 필요하지만 타자로서 선수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반대손으로 치면 되니 말이다. 투수를 계속 하려면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안 날, 오타니는 ‘타자’로서 홈런포 두 방을 쏘아올렸다. 감독은 말했다. “그는 멈출 생각이 없다.”
한계를 초극하기 위해 오타니가 지나왔을 고투를 책에서 더듬다 보면 이미 신화가 된 그의 이름 앞에선 국적도 인종도 허물어진다. 외신에 따르면 오타니는 LA다저스나 텍사스 레인저스행이 유력하다. 그가 쓰는 새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MLB가 오타니를 표현한 문장은 눈길을 끈다.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가… 투수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여전히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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