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논의 다시 불붙나…법안 속도 내는 야, 분위기 달라진 여
윤 대통령, 최근 은행 비판하며 논쟁 촉발…여당도 “여건 달라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횡재세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횡재세 도입 논의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횡재세에 반대 입장이었지만 최근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종 노릇’ 등 강한 표현을 써 은행의 이자수익이 과도하다고 비판한 게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 상승,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민생 위기 극복, 그리고 민생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은행권의 기여금 조성 또는 횡재세 도입으로 만들어지는 세원으로 고금리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며 “정유사의 고에너지가격에 따른 횡재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은 ‘한국형 횡재세 도입, 세금인가 부담금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토론회에서 “횡재세 도입 요구는 국민 고통을 담보로 막대한 이익을 낸 기업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기여와 고통 분담을 함께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횡재세 대상은 은행과 정유 기업들이다. 기업이 외부적 요인으로 이례적인 이익을 거둔 경우에 법인세 외의 별도 세금을 추가로 걷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제적 요인으로 고금리 상황을 맞게 되면서 은행들이 이례적으로 이자수익을 얻게 됐거나, 유가가 올라서 정유 기업들의 수익이 늘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야권에서 발의된 횡재세 관련 법안들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 개정안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이상 상승하면 20%를 넘는 초과이익의 10%를 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성만 무소속 의원은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 직전 3개 연도 대비 5억원 이상 초과이득이 발생하면 해당 소득에 20%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다음주 중 횡재세 법안을 발의한다. 금융회사가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렇게 징수한 돈은 금융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쓴다. 김 수석부의장은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업의 이익을 좇아가며 그때마다 횡재니 아니니 하며 얼마를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경제 기본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횡재세 문제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며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명확히 반대 입장은 아닌 셈이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해만 해도 횡재세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면서도 “지금은 서민들도 힘들고, 기업들도 힘들고, 소상공인들도 힘들고 여러 가지 경제 여건에 변화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순봉·이두리·신주영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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