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에 가까운 뇌암 일종 교모세포종…면역거부 반응 없이 치료 가능성 확인
‘감마델타 T세포’ 활용한 치료법
동물실험 성공…인체 적용 연구
난치성 뇌암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을 치료하기 위한 새 전략이 제시됐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감마델타 T세포’를 이용하면 기존 면역세포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안스데반 교수와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최혜연 연구강사 연구팀은 교모세포종 치료에 사람의 감마델타 T세포를 사용하는 동물실험 연구를 국제 학술지 ‘캔서 레터스(Cancer Letters)’에 게재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감마델타 T세포를 활용하는 구체적인 치료 전략을 구성해 함께 선보였다.
교모세포종은 뇌 조직 전반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종양이 빠르게 성장해 뇌압을 급속히 상승시켜 두통·구토·경련 등 증상을 일으키는데, 수술 및 항암 방사선 표준치료를 모두 받더라도 평균 생존 기간이 2년에 못 미칠 정도로 치료가 어렵고 재발률도 높다. 그간 표적 치료제를 비롯해 암세포를 죽이는 T세포의 활성화를 돕는 치료제인 면역관문 억제제도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등 치료 전략 개발 역시 어려움이 컸다.
연구진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 중에서도 감마델타 T세포에 주목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다양한 장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T세포 중 95%를 차지하는 알파베타 T세포는 기존에 많이 알려졌지만, 1~5% 정도인 감마델타 T세포에 관한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됐다. 감마델타 T세포는 소량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강력하게 종양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내며, 체외에서 쉽게 증식이 가능한 장점을 보였다.
연구진은 특히 감마델타 T세포 치료제가 기존 면역세포 치료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치료제는 치료할 때마다 암 환자의 상태가 좋지 못한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생산·공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비해 감마델타 T세포는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없어 환자 자신이 아닌 건강한 타인의 혈액을 기증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향후 감마델타 T세포를 배양해 보관한 뒤 필요하면 즉시 충분한 양을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주입하는 기성품 세포치료제가 개발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또 감마델타 T세포는 다양한 수용체를 발현시켜 교모세포종 세포의 여러 항원들과 결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에 따라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에 결합하도록 고안된 특수 수용체(CAR)를 T세포에 붙인 뒤 환자 몸에 주입하는 방식의 ‘카티(CAR-T) 치료제’를 감마델타 T세포 치료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적용 방법과 적용 시 치료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차세대 입양면역 항암세포치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스데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불치에 가까운 뇌암인 교모세포종에 새롭게 시도되는 수많은 치료 전략 중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감마델타 T세포를 이용한 방법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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