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에서 딱딱, 턱없는 소리라고 무시 마세요

김태훈 기자 2023. 11. 1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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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관절 장애’ 진단과 처방
정진우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왼쪽)가 턱관절장애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제공
구강 열고 닫을 때 잡음이나 통증
찬 바람 불 때 증상 발현 비율 높아
방치하면 두통과 목·어깨 동통도
일시적 염증·근막통과 구분해야
예방 위해선 바른 자세 유지 중요

30대 직장인 A씨는 찬 바람 부는 계절이 오자 입을 벌릴 때마다 나는 ‘딱, 딱’ 소리가 유독 심해진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밥을 먹거나 하품을 하는 등 입을 여는 동작을 하면 턱관절에서 달그락거리는 느낌도 든다. 뒤늦게 치과를 찾은 A씨는 ‘턱관절장애’ 진단을 받았다.

턱관절장애란 턱관절을 구성하는 뼈와 근육, 관절원판(디스크) 등에 발생하는 질환을 아울러 일컫는다. 턱관절에서 잡음이 들리거나 통증이 있고, 입을 여닫을 때 어려움이 심해지기도 한다. 특히 기온이 낮아지는 계절에 접어들며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정진우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는 “추운 날씨에 혈관이 수축하고, 근육 긴장도가 증가하는 등의 이유로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며 “생활 속 습관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을 겪는 인구는 3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다물 수 없거나 해당 부위에 통증이 있는 등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5~7% 정도다. 다른 근골격계 질환과 다르게 20~30대 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고,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감소한다.

턱관절장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급성으로 나타나는 예도 있지만 대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만성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잘 때 이를 갈거나 평소에도 악무는 습관, 잘못된 자세와 주변 근육의 긴장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증상은 나타나는 지점에 따라 달라진다. 관절원판 장애는 가장 흔한 턱관절장애로, 턱관절에 있는 관절원판이 정상적인 위치에서 빠져나온 상태다. 골관절염은 턱관절의 뼈가 마모되거나 손상됐을 때 나타나는데, 염증으로 뼈 모양이 변형되거나 길이가 짧아질 수 있다. 심한 경우 부정교합이나 얼굴 모양의 비대칭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근육장애일 경우엔 주변 근육의 근막에 생기는 통증이 턱 전체를 넘어 두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이 있다면 초기 턱관절장애라고 의심해볼 수 있지만, 소리가 난다고 해서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아니다. 입을 벌릴 때마다 통증이 나타나거나 입이 벌어지는 각도가 현저하게 좁다면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 정진우 교수는 “특히 안면비대칭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앞니 간 거리가 벌어지는 개방교합이 보일 때는 골관절염 증상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 진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턱관절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하게 턱을 비틀거나 힘을 가하는 어떠한 동작도 피해야 한다. 바른 자세에서 얼굴에 힘을 빼면 입술이 다물어진 입안에서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미세하게 떨어진 상태가 되는데, 턱관절과 주변 근육도 이렇게 이완된 것이 좋다. 스트레스와 긴장 때문에 무의식중에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다면 교정하고, 턱을 옆으로 비틀면서 씹도록 유발하는 질기고 딱딱한 음식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턱을 자주 괴거나 엎드려 자는 습관도 될 수 있는 대로 피해야 한다.

정 교수는 “턱관절장애는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치료를 받는다면 환자의 약 80%는 완쾌될 수 있고, 무엇보다 예방하거나 초기에 더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치료가 올바르게 이뤄진다면 두통을 포함한 목, 어깨의 동통 등 기타 증상도 효과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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