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이라는데…병원과 집에서 잴 때마다 다른 혈압, 뭐가 맞을까[의술인술]

기자 2023. 11. 1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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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환자들이 흔히 하는 질문 중 하나가 ‘혈압을 잴 때마다 들쭉날쭉한데 어떤 것을 믿어야 하냐’는 것이다. 어떤 환자들은 혈압을 집에서 재면 정상인데 병원에만 오면 올라간다고 하고, 다른 환자들은 혈압이 집에서는 높은데, 병원에만 오면 낮아진다고 한다. 이처럼 진료실 혈압과 집에서 측정한 혈압이 다른 경우를 각각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이라고 한다. 백의고혈압은 평상시에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다가 흰 가운을 입은 의사 앞에서는 높게 측정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반대로 가면고혈압은 평상시에는 혈압이 높게 유지되다가 진료실에서는 정상 혈압으로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 환자는 생각보다 많다. 대한고혈압학회의 활동혈압 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진료실에서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 중 백의고혈압은 14.9%, 가면고혈압은 17.6%로 나타났다. 즉, 환자 10명 중 3명 이상이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들은 정상인에 비해 심혈관계 문제가 높게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백의고혈압은 평소 혈압이 높지 않고 진료실에서 일시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정상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관찰하면 진성고혈압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운동과 식이 등 생활습관의 개선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 약물치료도 필요할 수 있다. 가면고혈압도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이 정상이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가정 혈압의 측정이 아주 중요하다. 현재 대한고혈압학회를 비롯해 미국·영국·대만 등 국내외 주요 학회에선 고혈압을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하기 위해 가정 혈압 측정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가정 혈압 측정은 말 그대로 가정에서 직접 혈압계를 사용하여 자신의 혈압을 측정하는 것으로, 최고혈압 135mmHg 이상 또는 최저혈압 85mmHg 이상인 경우에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단, 적절하게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환자 스스로 혈압을 적절하게 측정하려면 측정 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혈압은 측정하는 시간, 환경 및 자세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혈압 측정은 아침과 저녁으로 하루 2회, 화장실에 다녀와 약 5분간 휴식한 뒤 측정해야 한다. 또 측정 전 30분 이내 흡연과 카페인 섭취는 금해야 한다. 혈압 측정 자세도 중요하다. 식탁이나 탁자에 혈압계를 놓고 의자에 등을 기대 바른 자세로 앉아 커프를 팔 윗부분 심장 높이에 맞춰 착용한 후 측정해야 한다. 매일 꾸준히 측정하면 좋지만 번거로움을 고려해 최소한 병원 방문 전 7일 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2회씩 측정값을 기록하는 것을 권한다.

가정에서 스스로 잰 혈압이 병원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과 다르다면, 의료진과 꼭 상의해야 한다. 그래야 백의고혈압 환자의 불필요한 항고혈압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 가면고혈압도 적절하게 알아내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확한 혈압 측정은 올바른 고혈압 진단과 치료의 첫걸음이다. 고혈압 환자라면 일상 속에서 약물·식이·운동 치료를 이어가는 동시에, 꾸준히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해 정기적으로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권한다.

박재형 대한고혈압학회 보험이사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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