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 후유증 ‘림프부종’, 증상 전 잡는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겪는 대표적인 고충으로 팔이 붓는 림프부종이 꼽힌다. 암이 전이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암과 함께 주변 림프절을 절제하면서 림프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돼 생기는 후유증이다. 이 림프부종 위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법이 개발됐다. 림프액 순환 장애가 치매와 비만, 심근염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연구 결과를 더 넓은 범위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와 성형외과 서현석 교수, 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 연구팀은 체내 림프관으로 주입한 형광 조영제가 이동하는 흐름을 분석해 림프액의 정상 순환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림프 동역학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는 미국심장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동맥경화, 혈전 및 혈관생물학’에 게재됐다.
체내 림프관에 형광 조영제 주입
이동 패턴 분석해 흐름 상태 파악
측정 지점 달라져도 정확도 높아
미세한 장애까지 미리 확인 가능
림프액은 인체 곳곳에 퍼진 림프관을 따라 면역세포와 노폐물 등을 운반한다. 작은 마디들로 이루어진 림프관은 각 마디가 일정한 주기로 수축하면서 림프액을 다음 마디로 이동시킨다. 연구진은 림프액 흐름이 정상적이라면 이 수축의 움직임과 형광 조영제의 이동 패턴 역시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지만, 흐름이 막히면 불규칙한 패턴을 보인다는 점을 주목했다.
유방암 수술 후유증으로 림프부종이 나타난 환자는 팔 주변의 림프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해당 부위가 붓고 땡땡해지는 증상을 겪는다. 부종이 심하면 미용상 측면과 아울러 신체 기능에도 영향을 줘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커지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환자 대부분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고, 그동안엔 증상 발현 전 림프액이 정상 순환하고 있는지를 선제적으로 조기 검사할 방법도 없었다.
이번에 개발된 검사법은 형광 조영제가 림프액과 함께 이동하는 패턴을 광학장비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심전도 검사처럼 그래프로 신호화해 나타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먼저 실험동물의 오른쪽 겨드랑이 부위 림프절을 절제해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었다. 이어 형광 림프관 조영제를 동물의 오른쪽과 왼쪽 앞다리에 각각 주입한 뒤 양쪽 흐름을 의공학적 기술로 측정·분석해 비교했다.
그 결과 정상적으로 순환하는 왼쪽의 림프액 흐름 그래프는 일정한 주기와 파형을 나타냈지만, 림프액 흐름이 막힌 오른쪽에선 그래프에 규칙성이 존재하지 않는 모습이 모든 실험동물에서 공통으로 확인됐다. 또 이 검사법은 측정 지점이 다소 달라져도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장점도 있었다. 림프절을 절제한 겨드랑이에서 멀리 떨어진 발목 부위에서 같은 방식으로 측정해도 동일하게 규칙성이 없는 신호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검사법이 추가 연구를 거쳐 향후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면 림프부종이 나타나기 전 암 수술에 따른 미세한 순환 장애까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재용 교수는 “림프 동역학 검사법이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되면 특별한 증상이 없는 림프액 순환 장애 초기 단계도 발견할 수 있어 부종이 더 진행되는 것을 조기에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검사법이 림프부종은 물론 림프계 순환과 관련된 다른 질환을 검사·예방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엿보였다. 서현석 교수는 “림프액 순환 장애가 림프부종 외에 치매와 비만, 소화기관 염증, 심근염, 녹내장과 같은 다양한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발표되고 있다”며 “이러한 질환들과 림프 순환 장애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