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채업자에 스토킹처벌법 적용 가능?…판례 보니

이희진 2023. 11. 1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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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자들이 쓰는 폭력은 본질이 협박, 공갈이다. 접근 금지와 전기통신 이용 금지가 있는 스토킹처벌법을 (불법 추심 방지에) 활용하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불법 사금융 근절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불법 사금융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불법 사금융은) 개인의 삶을 짓밟고 인권을 말살하며,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아주 악랄한 암적인 존재”라고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사금융이 활개치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칼을 빼들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과 신고는 최근 5년 중 가장 많다. 지금까진 불법 사채업자에게 잘 적용되지 않던 스토킹처벌법이 적극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법원 판결문 열람 서비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전에도 불법 추심 행위를 스토킹처벌법으로 의율해 기소한 사건이 여러 건 있었다. 다만 사채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사인 간 채무관계에서 발생한 추심 행위 중 스토킹으로 볼 만한 행위에 대한 것이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없이 지속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주는 행위를 ‘스토킹행위’로 정의한다. 또 현행 채권추심법은 △채권 추심과 관련해 채무자 또는 관계인을 폭행·협박·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그에게 위계나 위력을 사용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채무자나 관계인을 방문함으로써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여 사생활 또는 업무의 평온을 심하게 해친 경우 △채무를 변제할 법률상 의무가 없는 채무자 외의 사람에게 채무자를 대신하여 채무를 변제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여 사생활 또는 업무의 평온을 심하게 해친 경우 등을 처벌한다. 채권추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반복적, 지속적으로 하면 스토킹처벌법으로도 의율이 가능한 셈이다.

수원지법은 지난 2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월18일부터 2월4일까지 피해자 B(46)씨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6번 연락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채권추심을 거부하고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이제 하나씩 다 깔 수밖에”, “너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무엇부터 까나가야 될지” 등의 메시지를 B씨에게 보냈다. B씨의 차량을 찍어 사진으로 전송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4월엔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 주거지에 들어가 욕을 하며 돈을 갚으라고 요구한 이에게 스토킹처벌법 유죄가 선고됐다. C씨는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1월13일까지 피해자가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다며 피해자 주거지에 수시로 드나들며 생활했다. C씨는 피해자 주거지에서 옷을 벗고 문신을 드러낸 채 욕설을 하며 돈을 갚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법 홍성지원 재판부는 “전체 범행의 경위와 횟수, 그 내용과 방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행한 각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공포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법 사금융 대응책으로 제시된 스토킹처벌법 적용이 통할지 기대된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다. 불법 대부 유사 수신 신고 상담 건도 올 들어 3분기까지 1만62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3.6% 늘어난 수치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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