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외국인들 "사장님 동의 없인 아무것도 못 해요"

정반석 기자 2023. 11. 1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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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국에 와서 일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외국인도 있지만 오히려 한 가정이 그리고 개인의 삶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크리슈나/숨진 노동자 아내 : 한국 갈 때 사장님 쓴 돈 있으면 드릴 테니 사업장 변경 신청 서류를 달라고 했대요. 그런데도 남편에게 개처럼 대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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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한국에 와서 일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외국인도 있지만 오히려 한 가정이 그리고 개인의 삶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직접 그 사례를 겪은 네팔인들의 증언을 통해 우리 고용허가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기자>

풀라미 씨가 한국에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데 이동시간만 13시간 걸렸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다가 오히려 좌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얼마 전 남편을 잃은 크리슈나 씨를 직접 찾아가 보겠습니다.

지난해 9월 전북 익산의 석재공장에 취업한 후 전화 속 남편은 계속 아프다고만 했습니다.

[크리슈나/숨진 노동자 아내 : 항상 배가 아프고 무거운 돌을 옮기느라 일이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말을 계속했어요]

결장염 진단을 받고 사업장 변경을 호소했지만 사장도, 한국 정부도 모두 외면했다고 합니다.

[크리슈나/숨진 노동자 아내 : 한국 갈 때 사장님 쓴 돈 있으면 드릴 테니 사업장 변경 신청 서류를 달라고 했대요. 그런데도 남편에게 개처럼 대했대요.]

석 달 뒤 풀라미 씨는 공장 숙소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사인 미상의 '돌연사'였습니다.

보상도 없이 크리슈나에겐 22개월 된 딸만 남았습니다.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하라!]

고용허가제에서 사업장 변경 제한은 늘 논란이었습니다.

무슬림 노동자에게 돼지 내장 세척 작업을 시키면서 사업장 변경 요청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사업주 동의가 있어야 하고, 한 사업장에서만 쭉 일해야 비자 만료 후 다시 한국에 들어와 일할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주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긴 어렵습니다.

의수를 찬 채 취재진과 만난 산토스도 그랬습니다.

전북 정읍 농장에서 소 키우는 일을 하기로 계약했는데, 사료 기계 수리를 하다 한쪽 팔을 잃었습니다.

[산토스/산재 피해자 : 아들 사장님이 그건 잘못했어요. 왜냐하면 손 빼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냥 가만히 딱 스위치 눌러버렸어요.]

배운 적도 없는 기계 수리를 어쩔 수 없이 하다가 사고가 난 겁니다.

[산토스/산재 피해자 : 사장님 말하면 어차피 우리 해야 해요. 화가 나도 어차피 화낼 수 없잖아요.]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던 유망한 청년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산토스/산재 피해자 : 경영학 공부하다가 일자리도 빨리 잡을 수 있었어요.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요? 팔 없어요. 이렇게 나쁜 생각만 났어요.]

내·외국인 산재 사망률 차이는 7배, 이렇게 극심한 위험의 이주화가 나타난 건 사업주에 대한 종속을 강화한 사업장 변경 금지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임선영/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장 : 인권위는 사업장 변경 금지 원칙의 폐지 검토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계속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미 사실상 강제노동에 가깝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강경림·최하늘·김정은)

▷ "한국은 기회의 땅"…네팔에 부는 K-열풍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419136]
▷ 물소 팔아 한국어 배운다…"남편 돌연사" 코리안드림 양면 (풀영상)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419174]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정반석 기자 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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