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은의 미술과 시선] 도시의 열망과 참사 사이
미술에 담긴 욕망을 살피다 보면, 노스탤지어의 어렴풋한 그림자 같은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를 다루는 작가들은 꿈에 반복돼 나오는 과거의 잔해를 그리거나, 이제는 사라져버린 상실의 빈터를 애써 채우는 작업을 하는 것 같다. 그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자연을 역행하기에 어렵고, 돌이킬 수 없음을 부정하기에 괴롭다. 망각에 부쳐진 것들은 불완전한 파편으로만 부유하고, 가슴속 통한으로는 깊이 파고들어 붙잡으려 하면 할수록 고통이 된다.
이정성 작가의 작품에서 보는 그림자는 사람의 형태를 띠고 있다. 작가는 군중 속 익명의 존재로 사라진 사람을 찾아 그렇게 그리곤 했다. 대입 즈음 촌에서 도시로 상경한 작가 자신이 놓고 싶지 않던 초심의 자아 모습일 수도 있겠다. 나아가 그는 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과 그 주변의 흔적을 묘사해왔고, 참사의 무게를 간명하게 덮어버린 거대 산업과 모종의 권력도 암시해왔다. 사람의 실종이 결과라면, 그것의 원인에는 인간성의 소멸이 있었다. 자본에 눈먼 고속성장과 과밀도시의 문제가 자초한 일이 슬프지만 적나라하게 나열됐다. 와우아파트, 삼풍백화점 붕괴에서부터 대구지하철 화재와 이태원 압사까지, 작가는 도시인이 살면서 목도하고 감수해야 했던 비극을 추적해 화판 위에 환기하곤 했다.
다시, 미술에 담긴 욕망을 들여다본다. 이따금 거기에는 우리가 놓쳐버린 본연에 대한 사무침이 배어난다. 이는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 그러나 떠나온 길이 멀수록 실현 불가능한 소원이다. 다만 그 신호를 되뇌어 감각하다 보면 비로소 부대낌 없는 제 속도를 찾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잠들지 않고 커가는 도시에서는 냉정하게 버려질, 한낱 헛된 꿈일지도 모르지만.
오정은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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