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건비 싸다”는 옛말…삼성·애플도 中의존도 낮추려 안간힘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11. 1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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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중 갈등, 공급망 교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신간첩법 등 각종 정치적 변수까지 기업인들에게 중국은 이제 ‘진출법’이 아니라 ‘탈출법’을 연구해야하는 나라가 됐다. 특히 지난 3월 시진핑 3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국을 탈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자본과 인력까지 한꺼번에 빠져나오고 있다. 미중 경쟁이 격과되면서 중국과 ‘디리스킹(de-risking·위험관리)’을 해야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디파팅(departing·떠남)’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윈드(WIND)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의 직접투자(FDI)는 728억 위안으로, 작년 9월 대비 34.4% 감소했다. 윈드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4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중국 상무부가 발표하는 누적 FDI도 올해 1~9월 92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것으로 집게됐다.

중국의 FDI가 감소하면서 11년 만에 미국에 뒤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FDI 1조2810억달러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9%로 14.1%의 중국을 압도했다. 중국의 FDI 유치액은 2010년 이후 계속 미국을 상회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1년부터 미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중국을 빠져나오는 기업들이 많다는 얘기다. 갈수록 높아지는 인건비로 고심하던 차에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까지 덮치자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4 모델을 시작으로 올해 아이폰 15도 일부 생산라인을 인도에서 가동하고 있다. 85%에 달하는 중국 아이폰 생산비중을 줄여가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중국에서 생산되던 맥북 역시 이르면 내년께 베트남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의류 기업들도 생산 공장을 일찌감치 중국에서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했다. 중국 현지 매체 이카이글로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나이키의 신발 생산 비중은 베트남이 50%로, 2위인 인도네시아(27%)와 3위인 중국(18%)을 크게 앞질렀다.

국내 기업들도 ‘차이나 엑소더스’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가 중국에서 운영하던 5개의 공장 중 베이징 1공장을 2021년 이미 매각했고, 창저우 공장과 충칭 공장 매각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가 중국 사업을 축소하면서 부품업체들의 탈중국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넥쏘’에 들어가는 수소연료전지용 핵심부품을 납품해온 대원강업은 베이징과 중국 동남부 강소 지역에 위치한 공장 두 곳의 지분 70%를 지난 2021년 중국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중국과 긴밀하게 엮여있는 배터리업계도 ‘탈중국’이 키워드다. 중국에 모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는 최근 대중 추가 투자를 중단하고 미국을 중시으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한 발 더 앞서 탈중국을 시작했다. 삼성그룹의 중국 계열사는 2018년 87곳에서 올해 65곳으로 5년 만에 약 25% 줄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선전 통신 공장과 톈진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삼성전기도 2019년 중국 쿤산에서 운영하던 고밀도 회로기판(HDI) 생산설비를 완전히 철수했다.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게 된 결정적 이유로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팬데믹 이후 더욱 엄격해진 중국의 사회통제 시스템이 꼽힌다.

미중 갈등으로중국의 지정학적 위기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해외로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데이터보안법, 사이버보안법 등 데이터3법과 반간첩법 개정안처럼 민간기업의 활동을 옥죄는 법안들이 쏟아지는 점도 기업들의 중국을 떠나게 하는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옌스 에스켈룬드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탈중국 추세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기업 신뢰도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향후 5년 동안 규제 환경이 실제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중국 근로자 인건비도 한몫을 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제조기업 일반 종업원의 임금은 2012년의 328달러(월급 기준)에서 2022년 607달러로 증가했다. 중국 일반 종업원의 임금(2022년 기준)은 베트남보다 2.2배, 인도보다 1.8배 높았다.

외국 기업들의 투자 철회로 자금이 유출되면 위안화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 왕 BNP파리바 중화권 외환 전략 책임자는 “외국 기업들이 다른 곳에서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찾으면서 자금이 대거 유출되고 있다”며 “이는 위안화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누리던 ‘세계의 공장’ 자리를 대체할만한 국가가 바로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가장 유력한 대체국가로 꼽히는 인도도 철도, 항만 등 인프라 분야가 중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인도가 중국에 필적하는 제조업강국으로 도약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출 핵심 인프라 중 하나인 항구를 보면 세계 30대 항구(물동량 기준) 중에 인도에 위치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반면 중국은 세계 10대 항구 중 5곳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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