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 남녀 셋…‘흑막’은 누구?[책과 삶]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다카세 준코 지음·허하나 옮김
문학동네 | 160쪽 | 1만4800원
니타니와 오시오는 식품 라벨 패키지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근무한다. 입사 7년 차 남성 직원 니타니는 하루 세 끼 식사가 귀찮다. 컵라면과 맥주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5년 차 여성 직원 오시오는 책임감이 강하고 유능하다. 쉬는 날이면 전철을 타고 도쿄의 맛집을 찾아간다. 두 사람은 가끔 술을 마시며 어떤 사람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6년 차 여성 직원 아시카와다. 아시카와는 업무에 실수가 많은 데다 몸이 아프다며 자주 조퇴한다. 자기 업무를 대신 처리한 동료들에게 직접 만든 케이크를 나눠준다.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은 세 인물의 직장생활을 그린다. 깜찍한 제목에 가벼운 분량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차갑고 건조한 문장으로 인물들의 겉과 속을 예리하게 묘사한다. 니타니는 아시카와의 케이크가 맛있다며 칭찬하지만 사실 매번 억지로 먹고 있다.
오시오는 니타니와 아시카와가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알면서 니타니의 집까지 들어간다. 아시카와는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아무 일도 없는 척한다.
아시카와는 겉으론 아둔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속은 타인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흑막이라고 의심되는 장면들이 많다. 그는 동료들의 동정과 배려로 회사 내에서 입지를 단단하게 구축한다. 아시카와의 속을 알 수 없다는 점이 작품에 입체적인 매력을 더한다.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른 이를 경멸하지만, ‘사회생활’은 자신의 속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사회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명백한 사실을 새삼 섬뜩하게 깨닫게 된다. 지난해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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