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박경리 등 ‘거목’들의 우정[책과 삶]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
장영은 지음 | 민음사
288쪽 | 1만7000원
한국 문학의 거목 박경리와 박완서는 평생에 걸쳐 특별한 우정을 나눴다. 두 사람의 관계는 먼저 독자와 저자로 시작됐다. 마흔의 나이에 등단한 박완서는 박경리가 이룬 문학적 성취에 탄복했다. 우정이 싹튼 것은 문예지 ‘한국문학’이 박완서에게 박경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하면서다. 박경리는 답장을 보냈고, 오고 가는 편지를 통해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1988년 박완서가 외아들을 잃고 식음을 전폐했을 때 박경리가 고기와 과일을 사들고 그의 집으로 가 밥을 먹이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토록 특별한 우정은 그러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 속 ‘최고의 우정’이라 일컬어지는 관계는 대부분 남자들의 것이었다. ‘진짜 우정은 남자들의 우정’이란 말도 흔하다. 여성들의 우정은 어린 시절의 유치한 감정이나 아내 혹은 어머니가 되기 전 겪는 견습 과정 정도로 치부돼왔다. 하지만 역사 속 많은 여성들은 우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으로 살았고, 성장했으며, 세상을 바꿔왔다.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는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사생활의 그늘에 머물러 온 여성들, 특히 ‘글을 쓰는’ 여성들의 우정을 조명하는 책이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여성, 정치를 하다> 등을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재조명해 온 문학 연구자 장영은이 썼다.
책은 버지니아 울프, 시몬 드 보부아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한나 아렌트 등 이름을 떨친 여성들의 특별한 친구와 우정을 소개한다. 읽고 쓰기라는 고독한 행위를 하면서도 결코 고립되지 않았던 이 여성들의 이야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용기를 준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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