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 회장, 윤종규 고사에 5파전…전직 금융지주 회장 총출동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가 5명으로 압축됐다. 후보군(가나다순)은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 전 NH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다. 은행연합회 회장추천위원회가 10일 윤종규 현 KB금융지주 회장까지 포함된 6인 명단을 발표했지만 윤 회장이 고사하면서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윤 회장은 이날 오후 은행연합회의 후보군 발표 이후 "차기 회장 후보자 발표를 해외 출장 중 접했다"며 "은행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분이 선임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오는 16일 3차 회추위를 열고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잠재 후보군에 전직 금융지주 회장이 대거 참여한 게 눈길을 끈다. 조용병 전 회장은 최초의 행원 출신 회장으로 6년간 재임하며 신한금융을 리딩그룹 반열에 올려놨다. 작년 말 3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용퇴를 결정하면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매우 존경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등 금융권 안팎의 신망이 두텁다. 은행연 회장 입후보도 금융권 후배들의 부탁을 받고 결심을 굳혔다는 후문이 나온다.
손병환 전 회장은 농협은행장을 거친 내부 출신 첫 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손 전 회장 임기 첫해인 2021년 농협금융은 지주 출범 10년 만에 순이익 2조원을 달성했다. 또 지난해 말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서며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깜짝 인사로 등장한 임영록 전 회장은 후보군 중 유일하게 민간과 관료 경험을 두루 갖춰 주목을 받는다. 임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2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서 2010년 KB금융지주 사장을 거쳐 2013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출됐다. 은행연합회장은 금융당국과의 가교 역할을 하므로 당국과 소통이 잘 되는 인사가 역임해왔다. 이에 '관료' 경험을 갖고 있는 임 전 회장의 이력에 은행권이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관료 경력이 있다면 업무 과정에서 더 수월할 수 밖에 없다"며 "순수 민간출신이 연합회장을 하는 것과 관료 경험까지 있는 인사가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임 전 회장이 2014년 KB금융에서 퇴임한 이후로 약 10년간 금융권에서 떠나 있었고 관료생활을 그만둔 지 약 15년이 지났다는 점은 약점일 수 있다.
조준희 전 행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기업은행장을 거쳐 YTN 사장을 지냈다. 또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직능본부 금융산업지원 본부장을 맡았다. 현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과의 소통에 능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우리금융 회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된 바 있다.
박진회 전 행장은 2014년 취임한 이후 2연임하며 약 8년간 씨티은행을 이끌었다. 박 전 행장은 재직하는 동안 영업점의 70%를 통폐합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 경영 혁신을 추진하면서 씨티그룹의 한국 시장 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후보군으로 유력시됐던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은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허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1년 후배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은행장을 지내면서 KB국민은행 설립 후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하면서 정부 당국과의 접점뿐만 아니라 은행권 이해도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 부회장의 차기 행선지로는 내년 3월 새로운 수장을 맞기 위해 회추위를 가동하고 있는 DGB금융지주가 거론된다. 이와 관련 DGB금융 관계자는 "현재 외부 헤드헌팅사로부터 인물 추천을 받는 과정"이라며 "특정 인물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장의 체급이 최근 들어 커졌다"며 "예전에는 은행장 정도 경력을 갖춘 인사가 주로 역임했다면 지금은 은행장은 기본에 금융지주 회장까지 역임해야 하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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