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시간만 교전 멈춘다"는 이스라엘... 가자 민간인 공포는 여전

조아름 2023. 11. 1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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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하루 4시간씩 가자지구에서의 교전을 중지하기로 했다.

교전 일시 중지 합의에도 불구, 가자지구의 민간인 추가 희생을 막는 데엔 실질적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부터 가자지구 북부에서 매일 4시간씩 교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가자지구의 인도적 재앙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에 '일시적 교전 중단'을 압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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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가자 북부 민간인 대피 위한 조치"
이스라엘 "원래 하던 것"... 사실상 '저평가'
네타냐후 "휴전 없다... 하마스와 전투 계속"
인도적 위기 해소엔 역부족... 실효성 '의문'
이스라엘군, 가자 최대 병원 공습 "13명 사망"
10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남자와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무너진 건물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라파=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하루 4시간씩 가자지구에서의 교전을 중지하기로 했다. 민간인 대피를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다만 국제사회가 촉구해 온 휴전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나머지 시간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제거를 위한 군사 작전의 강도를 더 높일 태세다. 교전 일시 중지 합의에도 불구, 가자지구의 민간인 추가 희생을 막는 데엔 실질적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교전 중지 3시간 전, 시행 시간 발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부터 가자지구 북부에서 매일 4시간씩 교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교전 중지 3시간 전, 이를 시행하는 시간을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민간인들이 전투 지역에서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돕는 등 "인도주의적 통로를 확장하는 조치"라는 게 이스라엘의 설명이다. 가자지구 북부에는 현재 민간인 25만 명가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소식은 미국 백악관이 먼저 발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이런 중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한걸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가자지구의 인도적 재앙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에 '일시적 교전 중단'을 압박해 왔다. 미 국무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벌인 외교적 노력의 "직접적 결과"라고 자찬하기도 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석방을 위해 '3일 이상의 교전 중지'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미 "외교적 노력 결과"... 이 "변화 없다" 의미 축소

그러나 인도주의 위기 해소를 위한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당장 이스라엘이 '기존의 인도주의적 조치를 확대한 것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이것이 변화는 아니다. 원래 해 왔던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전술적·지역적 일시 정지일 뿐"이라고 밝혔다.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이지만, 사실상 '저평가'에 가깝다. 미국과의 파열음이 여전하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휴전 가능성도 일축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고, 인질들의 귀환 전에는 어떤 휴전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네타냐후 총리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마스 테러리스트와의 전투는 계속된다"고 거듭 확인했다.

9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한 병원 건물 외벽에 구멍이 나 있다. 가자지구=신화 연합뉴스

이, 공격 수위 계속 높여... 교전 중지 '무색'

실제 이번 교전 중지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집단 학살이 진행 중인 가자에서 하루 몇 시간짜리 교전 중단은 전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러트거스대 중동 전문가인 압델 하미스 시얌 교수도 "인도적 지원이 자유롭게 들어오고, 외국인들도 자유롭게 출국할 수 있는 '휴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전 한 달 만에 1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가자지구의 처참한 현실을 감안할 땐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교전 중단을 합의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유엔도 이날 "인도주의 목적을 위해선 분쟁 당사자 모두 합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공격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 교전 중지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다. 10일 AFP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알시파 병원을 공습해 1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알시파 병원에는 환자와 피란민 등 수천 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모든 상황이 재앙적"이라며 "공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피란민들이 몰려들지만 잇따른 미사일 공격에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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